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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뛰어든 농촌

소독, 또 소독…‘구제역 청정국’ 눈앞에

가축질병 철통방역 평택축산농협 축산기술지원단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소독, 또 소독…‘구제역 청정국’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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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 또 소독…‘구제역 청정국’ 눈앞에

평택축산농협 축산기술지원단 건물(왼쪽)과 출입자 소독실.

믿을 건 ‘상시 소독’뿐

축산기술지원단 직원은 단장을 포함해 18명. 각기 동물병원, 축산컨설팅(낙농, 한우, 양돈, 양계), 집유(集乳), 유우(乳牛)능력 검정 등 4개 파트로 나뉘어 일한다. 이들을 이끄는 수장인 정 단장은 평택이 고향이다. 깐깐해 보이는 첫인상. 이날 동행한 농협중앙회 축산컨설팅부 방역위생팀 권우섭 차장은 “정 단장은 건국대 축산학과 출신으로, 경력 20년이 넘은 축산 베테랑”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자문해 올 만큼 축산 컨설팅 전문가로 통한다”고 슬쩍 치켜세운다. 농협중앙회가 왜 굳이 평택축산농협을 취재 대상으로 권했는지 알 것 같다.

오전 11시. 정 단장과 도착한 곳은 평택시 진위면 은산리 ‘대지목장’. 이곳도 입구부터 차량 소독을 빠뜨리지 않는다. 5초가량 소독 후 차에서 나와 차문을 닫자 채 마르지 않은 소독약이 손에 묻는다. 방문객용 대인 소독실도 갖춰져 있다. 대체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소독약 세례를 받으려나. 살짝 찌푸려진 미간을 눈치 챘는지 정 단장이 몇 마디 한다.

“사람이나 차량 소독 모두 같은 성분의 국가공인 약품을 써요. 물로 1000~ 1300배 희석한 구연산 제제라 인체엔 무해합니다. 피부에 닿아도 괜찮아요. 저는 10년 이상 소독약과 살았어요. 다만 차량용 소독약은 좀 더 강해서 자주 노출될수록 차가 빨리 부식되죠. 언더코팅을 안 하면 더해요. 여러 축산농가를 돌아다니다보니 제 차 하부도 부식돼 얼마 전 바꿨습니다.”

대지목장 대표는 정효섭(62) 씨. 그가 면적 1623㎡(약 492평) 규모의 축사에서 사육하는 젖소는 68마리. 하루 평균 1200kg의 우유를 생산해 유가공업체로 직송한다. 1981년 젖소 송아지 3마리로 시작한 낙농업. 이젠 걸어서 10분 거리인 집에서 PC 모니터나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젖소들의 발정, 분만 등 동태와 도난 여부를 느긋하게 지켜볼 여유가 생길 정도가 됐다. 목장 정문과 사육장 쪽에 6개의 CCTV를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대지목장은 자체 소독시설도 알차게 갖췄다. 차량·대인 소독시설 외에 사육장 안개 분무시설과 휴대용 연막 소독기까지 구비했다. 정 씨는 “소독약 성분이 인근 논밭의 작물로 유입될까 우려되는 농번기를 제외하면 거의 연중 소독시설을 가동한다”며 “상시 소독을 해온 덕분인지 30년 넘게 농장을 운영하면서도 다행히 가축전염병 피해를 본 적이 없다”고 흐뭇해했다.

텔레토비와 람보

정 씨가 한번 눈여겨보라면서 안개 분무시설을 작동시킨다. 그가 농장 사무실 옆 창고에서 분무시설 스위치를 켜자 축사 천장에 설치된 파이프라인에서 소독약이 2분간 안개비처럼 흩뿌린다. 3분 쉬고 2분 가동, 그리고 반복. 여름철엔 물을 이렇게 뿌려 젖소들의 더위를 식혀준다.

이제 축사 연막 소독을 할 차례다. 방역복부터 입는다. 모자가 달린 상하 일체형 옷을 초심자가 빨리 입고 벗기란 수월치 않다. 새하얀 방역복을 입고 모자를 덮어쓰고 고무 재질 위생장화도 갈아 신는다. 목장갑과 마스크도 낀다. 장화 겉에 투명한 1회용 위생 비닐장화까지 덧신으니 방역복이 그리 두껍지 않은데도 괜히 몸놀림이 둔한 듯한 느낌이다. 하필 대책 없이 큰 사이즈람? 체구가 작은 편인 기자에겐 방역복의 배 부위가 한없이 남아돌아 불룩해 보인다. ‘이건 웬 텔레토비? 텔레토비에 흰색은 없는데….’

사진기자가 배 부위를 좀 접어 넣을 수 있도록 속에 입은 상의 하나를 벗으란다. 취재수첩과 필기구, 지갑 등속이 호주머니에 들어 있어서 더 불룩했던 모양이다. 벗고 나니 좀 낫다. 사진기자가 엄지를 치켜세운다. ‘OK’란다. 마스크 탓에 대화가 힘들지만 인기 상종가인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유행어로 묻고 싶다. ‘맞나?’

이왕 구긴 스타일. 정 씨에게서 기관총처럼 생긴 휴대용 연막 소독기도 받아 든다. 시동을 거니 이내 뿌연 연기가 한가득 분사된다. 축사 가운데로 난 널찍한 통로를 저벅저벅 걸으며 좌우의 축사 구조물과 바닥을 향해 한껏 연기를 내뿜는다. 30년 전 할리우드 영화 ‘람보’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위장복 대신 방역복, 전투화 대신 위생장화, M60 기관총 대신 연막 소독기. 자신을 쫓는 경찰관 대신 파리, 모기 등 해충을 적(敵)으로 삼는다는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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