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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뛰어든 농촌

소독, 또 소독…‘구제역 청정국’ 눈앞에

가축질병 철통방역 평택축산농협 축산기술지원단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소독, 또 소독…‘구제역 청정국’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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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 또 소독…‘구제역 청정국’ 눈앞에

젖소 축사에서 연막 소독을 하는 기자. 안개 분무시설(오른쪽).

연막 소독기를 10여 분 들고 있으니 꽤 무겁다. 분사된 연기로 인해 사위가 안갯속 같아 몸의 방향을 틀기도 쉽잖다. 한 손으로 오래 들기엔 벅찬 10kg가량의 무게. M60 기관총 무게도 이와 비슷하지만, 길이는 연막 소독기가 20cm쯤 더 길어 보인다. 연막 소독기의 경유 냄새, 연기가 확 퍼지는 모양새는 어릴 적 ‘부웅~’ 하는 굉음을 울리며 여름철 골목골목을 누비던 일명 ‘모기차’에 달아놓은 소독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어미닭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병아리들처럼 아이들이 재잘대며 뒤를 쫓아가던 그 추억의 소독기 말이다.

소독을 시작한 지 20분쯤 흘렀을까. 재미가 좀 붙으려는데, 정 씨가 그만하란다. 한 번에 장시간 소독하면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축산 지킴이’ 공동방제단

축산농가들이 모두 대지목장처럼 일정 규모를 갖춘 건 아니다. 그래서 농협중앙회는 공동방제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체 방역이 미흡한 전업농 규모 이하 소규모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무료소독을 실시해 가축전염병 발병과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공동방제단 설립의 직접적 계기는 역시 구제역 파동이다. 농협은 지난해 3월 전국 15개 시·도, 205개 시·군의 116개 지역 축협에 공동방제단 400개 반을 창설해 방역 및 예찰 활동에 뛰어들었다. 일종의 ‘방역 선봉대’인 셈. 공동방제단의 소독지원 대상 농가는 소·사슴·염소 10마리, 돼지 500마리, 닭 3000마리, 오리 2000마리 미만인 경우다. 해당 농가는 전국적으로 13만1000개소에 달한다.



공동방제단 운영은 시·군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대상 농가 320개소를 기준으로 1개의 방제단을 편성한다. 1개 방제단은 방역요원 1명과 전기충전식 소독장비를 갖춘 소독차 1대로 구성된다. 따라서 전국의 공동방제단 규모는 방역요원 400명, 소독차 400대에 달한다. 1명이 농가 소독과 소독차 운전(1종 보통 면허)을 병행하니 숙련도를 요하고 노동 강도도 센 편이다. 게다가 자신이 담당하는 농가들의 속사정까지 꿰고 있어야 하니 신경 쓸 일도 적지 않아 고충이 크다. 또한 소독 후엔 농가에 비치된 소독실시기록부에 소독실시 상황을 기록하고, 3일 이내에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구제역과 고병원성 AI 같은 악성 가축질병이 연중 발생하는 국가를 우리 국민이 방문하거나 그 나라의 자국민 또한 우리나라를 수시로 드나드는 시대다. 그런 만큼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체와 같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방역활동에 대한 점검도 철저하다. 해당 시장·군수는 분기 단위로 방제단별 대상 농가 2개소 이상을 무작위로 선택 방문해 소독실시기록부 확인 등을 통해 소독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 그 결과 소독 미실시 현황이 적발되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한 과태료 처분을 하게 돼 있다.

방역요원 대다수는 해당 시·군청에서 방역 업무를 담당하다 정년퇴직한 사람들. 이들은 각자 하루에 담당구역 내 18~25개 축산농가를 순환 방문하면서 소독차로 축사와 그 주변을 상시 소독한다. 이밖에도 농협은 ‘전국 일제 소독의 날’도 연 15회 지정하고 있다. 혹서기, 혹한기, 우기를 감안하면 공동방제단이 사실상 연간 소독 가능한 일수는 180일 정도다.

‘나홀로 소독’에 운전까지

평택축산농협도 기존 조직과 별도의 소규모 공동방제단을 운영한다. 1명의 방역요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 동안 소독하는 농가는 20~25개소. 정 단장에 따르면, 평택 관내 전체 축산농가 1000여 개소 중 5분의 1가량인 200여 개소가 공동방제단의 소독지원 대상 농가다. 정 단장은 “평택지역의 경우 공동방제단이 소규모 농가 순환 방문 상시 소독을 연 13.3회 실시하며, 해당 농가들을 18개 조로 나눠 소독한다”고 말했다.

축산기술지원단의 업무는 방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각종 축산 컨설팅도 제공해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한다. 특히 가축 진료는 중요한 컨설팅 활동 중 하나다.

소독에 이어 이젠 젖소 초음파 임신 진단 및 처방전 발급을 할 차례. 축산기술지원단 동물병원 소속 이재욱(44) 수의사가 작업복으로 갈아입더니 축사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암컷 젖소의 직장(直腸)에 팔꿈치 위까지 올라오는 비닐 위생장갑을 낀 손을 쑥 집어넣는다. 손엔 초음파 진단기를 쥐었다. 송아지 잉태 여부를 알아보려는 것. 잠시 후 빠져나온 이 수의사 손엔 젖소 대변이 잔뜩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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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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