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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별? 우리는 행성 아니면 유성”

대기업 임원의 모든 것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조직의 별? 우리는 행성 아니면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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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 지구 밖도 조심

임원이 되면 1년마다 연봉계약을 체결한다. 그래서 ‘임원 임기는 1년’이란 말까지 나왔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신규 임원에게 보통 3년 정도의 임기를 보장한다. 3년이 지나면 실적에 따라 진퇴가 극명하게 갈린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임원은 실적과 결과가 숫자로 나타나기 때문에 3년 정도 재직하면 자신의 명운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반 직원과 달리 임원에겐 정년이 없다. 다만 직급에 따른 승진연한이 있다. 상무는 최장 12년까지 근무할 수 있고, 전무와 부사장의 승진연한은 대개 6년이다.

대기업 임원이라고 하면 누구나 폭넓은 재량권을 갖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조직이 커지고 기업 환경이 변하면서 다른 부서, 다른 사업 부문과 협업해야 할 일이 늘어난 탓에 임원 개인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그리 많지 않다. 이처럼 권한은 줄었지만 책임도 작아진 것은 아니다. 업무 성과에 대해서는 물론 부하직원의 잘못에도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들이 임원 평가 방식을 다면평가로 바꾼 이후 임원들은 상급자는 물론 하급자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상급자에게선 실적에 따른 압박과 평가를 받고, 부하직원에게선 상향평가를 받아야 하니 ‘안팎 곱사등이’란 말이 나온다. 부하직원에게 상향평가를 받지만 정작 자신의 상급 임원에 대해서는 평가 권한이 없다.

모 그룹 회장 비서실에 근무했던 인사는 “요즘 임원은 1990년대 임원보다 처우는 좋아졌지만 권한은 오히려 축소된 경향이 있다”며 “임원이 재량권을 갖고 업무추진력을 발휘할 때 실적이 좋아지는데, 지금처럼 위 아래 눈치 보는 구조에서는 높은 실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고성장을 멈춘 이후 대부분의 기업은 인사 적체 현상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임원 승진을 위한 내부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인사철이 되면 기업 인사팀과 감사팀에는 각종 투서가 난무한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실적을 보고 승진 여부를 판단하지만, 비리와 관련된 투서가 들어오면 사실 여부를 확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고 전했다. 모 그룹의 한 임원은 “모바일과 온라인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발달하면서 기업 내부는 물론 대외활동도 조심해야 할 상황”이라며 “정보 유통이 빛의 속도처럼 빨라져 한번 나쁜 소문이 퍼지면 아무리 억울해도 바로잡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 임원은 인사권자로부터 신임을 얻고 실적이 받쳐주면 오랫동안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적은 기본이고 사내외 평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선배 임원들은 오너와 주변 경계만 잘하면 됐는데, 우리는 거기에다 땅 밑과 지구 밖 GPS 위성까지 의식하며 살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서치펌 드림HR 이사는 “임원으로 오래 재직하는 이들을 보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에도 적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균 연봉 3억9500만 원

임원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곤 하지만 대기업에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은 여전히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 국내 대기업 전체 직원 중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2년 상장사를 기준으로 매출액 상위 10대 그룹 임원은 5215명. 10대 그룹 전체 직원은 60만 명이 넘는다.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임원을 둔 그룹은 삼성으로 17개 상장사에 2116명이다. 다음으로는 현대차그룹이 11개 상장사에 912명의 임원을 뒀고, LG가 652명으로 뒤를 이었다. 매출 규모 3위인 SK의 임원 수(486명)가 4위인 LG보다 적은 것은 전체 직원 수와 관련이 있다. LG그룹 직원 수가 10만7669명인 데 비해 SK그룹 직원 수는 4만3048명으로 LG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직원 수 대비 임원 비중을 따져보면 SK가 LG보다 더 높다.

10대 그룹 중 직원 대비 임원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화. 한화는 6개 상장사 직원 대비 임원 비중이 1.5%에 육박했다. 임원 비중이 가장 낮은 그룹은 LG로 0.6%였고, 현대차(07.%)도 임원 비중이 낮았다. 삼성그룹은 1.2%로 10대 그룹 가운데 한화 다음으로 임원 비중이 높았다.

대기업 임원이 되면 여러 가지가 달라진다. 우선 연봉이 눈에 띄게 오른다. 모 글로벌 대기업은 임원이 되면 부장 때보다 연봉이 2배 가까이 오른다. 임원 연봉은 모든 기업이 극비에 부친다. 개별 임원과 연봉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같은 직급 임원도 연봉이 다르고, 같은 그룹에서도 주력사와 계열사 임원 연봉에 큰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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