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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쇠 경영으로 70년간 가구 공룡 통치

이케아 창업주 잉그바르 캄프라드

  • 하정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구두쇠 경영으로 70년간 가구 공룡 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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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이 좁은 차 트렁크에 탁자를 집어넣으려고 탁자 다리를 뜯어내는 것을 본 잡화상 주인이 있다. 이 광경에서 싸고 편리한 조립식 가구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이를 번창시켜 세계 5위 거부(巨富)가 됐다. 하지만 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와 막대한 재산에도 대중교통과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애용한다. 세계 가구 가격의 거품을 걷어내고 유통업계에도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킨 혁신적인 경영인 잉그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창업주 얘기다.
“가구 공룡이 몰려온다.” 2013년 4월 기준 세계 41개국에서 341개 매장을 운영하는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올 하반기 경기도 광명시 KTX 역세권에 한국 1호점을 낸다. 지하 2층, 지상 2~4층(2개동)에 면적도 25만6168㎡에 달해 백화점 4개가 들어설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이케아의 본산인 북유럽,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북미는 물론이고 아시아에서만 일본,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각국에 이케아 매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한국 매장 개설이 늦은 편이다. 그간 한국 가구업계는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거세게 반발해왔지만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케아가 2013년 말 경기도 고양시의 2호점 부지까지 매입하자 이케아의 빠른 팽창으로 한국 가구업계가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도대체 어떤 업체이기에 국내 가구업계가 이토록 불안에 떠는 걸까.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과 단순한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에서 연간 40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가구업계의 ‘공룡’이다. 직원 수만 15만 명이 넘는다. 단순히 침대, 소파, 책상, 식탁 같은 가구만 파는 게 아니라 주방기구와 욕실용품 등 각종 생활 소품까지 취급해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품목이 무려 1만여 종에 달한다. 이 다양한 상품을 소개한 이케아 카탈로그는 매년 2억1200만 권 넘게 발행된다. 성경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찍는 인쇄물이 이케아 카탈로그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케아 카탈로그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도 연간 600만 건이 넘는다.

이케아는 가구 공룡이지만 특이하게도 완제품 가구를 파는 업체가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조립하는 방식(DIY·Do It Yourself)을 택했다. 덕분에 가격이 싸고 이동과 보관이 편하다. 북유럽 특유의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도 소비자를 유혹한다. 상대적으로 가구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가격이 워낙 싸고 디자인이 우수하다보니 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한국도 가구가 꽤 비싼 나라인지라 이런 상황에서 이케아가 물량 공세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싫든 좋든 이제 이케아의 한국 입성은 눈앞의 현실이 됐다. 미국 등에서 유학생이나 주재원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지만 워낙 매장의 규모가 크다보니 이케아에서 가구 하나를 사려면 최소 서너 시간 넘게 매장을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무료로 배송해주지도 않는다. 집에 와서는 고객이 직접 조립까지 해야 한다. 한마디로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간 큰 기업’의 가구를 사는 불편함을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이케아 매장에 가는 것을 ‘스웨덴식 디즈니랜드’에 간다고 표현하는 고객이 상당수일 정도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명절에 이케아 매장에 간다는 건 사람들로 가득 찬 일종의 쇼핑 지옥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실제 2004년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이케아 매장에서 2만 명 이상이 매장으로 돌진하다 3명이 밟혀 죽고 16명이 부상하는 참극까지 벌어졌다.

대체 이케아는 어쩌다 세계 가구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공룡이 됐을까. 또 이 대형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캄프라드 회장은 2013년 8월 말 기준 501억 달러(약 53조1500억 원)의 재산을 보유한 세계 5위 부자다. 드러난 재산 외에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재단 관련 재산이 워낙 많아 이를 합하면 그가 세계 1, 2위 거부로 유명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스웨덴 농부의 강철 생활력 지녀

1951년 스웨덴 남부 말뫼 출신의 디자이너 일리스 룬드그렌은 곤경에 처했다. 신생 가구회사 이케아에서 일하던 그가 자신의 차로 조그만 탁자를 운반하려다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써도 그의 좁은 차 트렁크 안에는 다리 4개가 달린 탁자가 들어가지 않았다. 룬드그렌은 투덜거렸다. “세상에…. 이 조그만 탁자가 얼마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거야. 에라 모르겠다. 다리를 잘라 상판 아래 붙여버리자.”

무모함에 가까웠던 한 젊은 디자이너의 번뜩이는 재치가 세계 가구 및 유통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대부호를 탄생시키는 일로 이어지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다리를 자른 탁자’는 ‘가구 부품을 납작한 상자에 담아 운반하고 이를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게 하는 가구’라는 콘셉트를 지닌 플랫 팩(flat pack) 가구로 발전했다. 당시만 해도 가구란 부자들만 소유할 수 있는 것, 한번 사면 죽을 때까지 써야 하는 것, 부모님께 물려받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룬드그렌의 아이디어를 사업에 적용해 세계적인 거부가 된 인물이 바로 이케아의 창업주이자 그의 상사인 잉그바르 캄프라드(88)다. 그는 약 70년간 이케아라는 거대 유통기업을 소유하면서도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은둔형 경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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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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