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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살아남는 정규직 10%뿐 ‘차등임금’은 이미 현실

최경환 경제팀 ‘정규직 과보호론’의 맹점

  • 김성희 |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

살아남는 정규직 10%뿐 ‘차등임금’은 이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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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규직 보호 취약國

최경환 부총리는 정규직 과보호론의 근거로 해고가 어렵다는 고용 측면과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임금 측면의 경직성을 제시했는데,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지 않아 정책방향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

먼저 고용 측면의 과보호 여부를 살펴보자. OECD는 1998년 이후 5년 단위로 회원국들의 고용보호법 경직성(반대로 유연성)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은 정규직의 과보호가 아니라 보호규제가 취약한 편에 속한다. 2013년 기준으로 개별적 해고 보호지수는 34개국 중 22위이고, 집단적 해고지수는 30위였다.

우리는 정리해고의 4가지 요건(경영상의 긴박한 사유, 최후의 수단으로써 정리해고 방식을 사용하기 위한 해고 회피 노력,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등과 성실한 협의, 정리해고 사유 소멸 시 재고용 노력)을 가지고 있어 그나마 보호체계가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실상 그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엄밀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정리해고 절차에 대한 최소 요건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경영자의 판단만으로 언제든 “당신 해고야”라고 선언할 수 있는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쌍용차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서도 드러난다. 경영상의 위험을 예상하고 단행된 정리해고도 폭넓게 인정하며, 쌍용차의 경영이 정상화했음에도 정리해고자에 대한 재고용 조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 근속연수는 OECD 25개 국가 중 최하위다. OECD 25개국 평균이 10년인 데 비해 절반인 5.1년에 그치는 것. 또한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도 OECD 평균(36.4%)의 절반인 18.1%로 꼴찌다. 40~50대면 정년이라는 ‘사오정’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인데, 경제부처 정책 입안자들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아하다. 정년까지 보장받는 정규직이 있지만 그 비중은직원 수 1000인 이상 기업과 공공부문에 속한 종사자 약 5%, 300인 이상으로 확장해도 10%에 불과하며 이마저 전부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임금 측면의 경직성도 살펴보자. 정년까지 계속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호봉제)을 문제 삼는데,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더 이상 호봉제만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79.7%가 호봉제를 도입해 비중이 가장 높지만, 동시에 성과배분제 75.5%, 연봉제 46.8%를 도입하는 등 능력과 직무에 따라 임금 차등을 설정하는 임금체계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근속에 따라 정년까지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차등임금이 이미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불안정한 임금구조

일부 대기업 생산직의 높은 임금 수준을 문제 삼는데, 안정적인 임금인 기본급과 통상수당은 합쳐도 40%에 불과하며 회사 실적에 따라 변동하는 집단성과급이 20%, 경기에 따라 변동할 수 있는 임금인 시간외수당이 10~20%를 차지한다. 월급제를 한다지만 사실상 시급제로 운영되어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고 회사 실적에 따라 임금 변동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수준은 이런 변동적인 임금구성에 상당 부분 기초하고 있어 불안정한 구조라는 한계를 지닌다.

더구나 최고 수준의 대기업 생산직도 기본급은 최저임금보다 20~30% 높은 수준에 설정돼 있다. 잔업, 특근을 하지 않고 상여금이 없으면 월 130만~180만 원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높은 변동급이 특징인데, 임금체계가 경직적이라는 진단을 계속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

일부 대기업 생산직의 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임금체계가 경직적이라서 정규직이 과보호된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사무직의 경우에는 연봉제, 성과급제 등이 광범위하게 도입돼 개인 간 임금 차등폭은 상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커지고 결국 중도 퇴직의 강제 수단 또는 압력 수단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임금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정규직은 결코 과보호된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경력 초반에는 연봉제, 후반에는 성과급제, 말기에는 임금피크제로 임금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노동자 전반적 생활의 불안정성을 대가로 얻는 것인데, 과연 그 이득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기는 침체돼 소득의 증가는 갈수록 어려운데, 생활비는 나이가 들수록, 해가 갈수록 오른다.

베이비붐 세대의 중도퇴직은 매우 심각하고,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다. 퇴직한 50대는 영세 자영업 시장으로 내몰리거나 실업과 빈곤의 나락에 직면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실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한 줌도 안 되는 정규직의 안정성을 깨뜨리려는 정책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정규직 과보호론은 대중의 빈곤을 희생양으로 기업 살리기에 전념하는 불황 탈출 전략일 뿐이다. 방향도 잘못됐지만, 이제까지 정책 실패를 반복한 타성에 기댄 정책으로 현실성도 없다.

외국 사례 견강부회

정부는 최근 정책 사안마다 외국 사례를 필요한 것만 떼다 붙이는 나쁜 습관이 든 것 같다. 공무원연금 개편에서도 독일식, 오스트리아식 제도의 근간은 보지 않은 채 일부 조항만 갖다 붙이더니, 이번 사안에서도 독일의 어젠다2000이나 네덜란드의 유연안정성 모델, 스페인의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제도를 맥락 없이 언급한다. 토양이 다른데 멋진 나무를 수입해 심는다고 잘 자라는 게 아니다.

이 모든 사례가 고용 유연화를 추구했다고 치자.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은 9.3%(2012년 기준)로 OECD 평균(21.8%)의 절반에 못 미친다. 유연화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불안정성을 보장할 사회적 기반이 절반에 못 미치는데, 해법을 똑같이 하면 그 불안정성의 대가는 누가 치를 것인가. 이런 생활 불안정은 높은 자살률과 함께 사회의 행복지수가 최악으로 치닫는 불행사회와 양극화사회라는 엄청난 사회적 대가를 초래한다. 기업의 비용절감 전략을 지원하는 처방 치곤 대가는 무척 광범위한 사회적 비용이 드는 해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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