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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정년까지 롱~런하는 비범한 중년의 평범한 특징

  • 박지원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jwpark@lgeri.com

정년까지 롱~런하는 비범한 중년의 평범한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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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인지하고 이에 적합한 인력 운영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하지만, 구성원 스스로도 정년까지 일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철학이나 태도 등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임원이 아닌 현역으로 많은 나이까지 제 역할에 충실하면서 회사에 기여하고 후배에게 모범이 되는 인재가 있다. 실무자로서 롱런하는 중년 직장인이 가진, 아주 평범하지만 또 결코 평범하지 않은 특징을 정리해보았다.

#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

현역으로 롱런한 사람의 특징 중 첫 번째는 나이로 권위를 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이를 신경 쓰기보다는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초점을 두고 회사와 동료, 후배에게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인터뷰에 응한 부장 중 한 사람은 정년퇴직 이후 재계약을 통해 60이 넘은 나이에도 일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젊은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려 노력한 것을 롱런의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나이 들었다고 고참 대우 받으려 하거나 귀찮고 힘든 일을 떠넘기기 시작하면 후배들이 불편해지고,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이 여든에도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면서 후배 연기자들에게 존경받는 배우 이순재 씨 역시 나이로 권위를 세우기보다 주어진 배역과 작품을 위해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어른 행세하고 대우받으려 하면 늙어버리는 것이다”고 말한다(TVN ‘꽃보다 할배’에서).

그는 고령에도 시트콤 코믹 연기에 도전해 시청률 상승에 일조하는가 하면, ‘꽃보다 할배’에선 다들 자는 비행기 안에서 10시간 동안 여행 서적을 보면서 숙소와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하고, 함께 여행하는 다른 ‘할배’들을 통솔했다. 권위를 내세울 수도 있고 PD나 다른 출연자들의 도움을 받을 법도 한데, 언제나 작품을 위해 기대 이상의 역할 변화를 시도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젊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 일에 대한 나만의 철학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정신없이 수행하다가 문득 일정 포지션, 즉 팀장이나 임원 승진에서 탈락하면 ‘조직은 이렇게 몸 바쳐 열심히 일해온 나를 몰라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불만이나 분노, 열등감 따위의 부정적 감정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롱런한 인재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외적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내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롱런 비결은 크게 2가지다. 먼저 나의 꿈이나 일의 목적,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 등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했다는 것이다. 내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이를 통해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지 되새긴다면 불만을 갖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기보다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라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계속 던졌다는 점이다. 고령에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질문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발을 맞추고, 다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일하며 얻는 10가지 행복’의 저자 다사카 히로시는 “일에 대한 철학은 현실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한 닻”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의미 있고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 나만의 경쟁력을 위한 ‘롱런’

정년까지 롱런한 사람들의 세 번째 특징은 실력을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특히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년 지도’의 저자 가와기타 요시노리는 “내가 잘할 수 있다고 내세울 만한 장점이나 특기가 없다면 이제는 정년까지 다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과거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냈다 하더라도 이제는 현재의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부장은 “쉽게 설명된 다양한 지식이 인터넷에 널려 있는 세상이지만 이를 내재화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하며 “젊었을 때부터 탄탄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나이 들어서도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머리가 굳어서’라며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2006년 미국 시사지 ‘타임’은 ‘인간의 지식 업무 능력은 45세를 지나 60세까지 발전한다’는 연구 결과를 실은 바 있다. 미국 UCLA 버클리 의대 신경과학자 연구팀이 1958년 당시 21세 대학생 142명을 대상으로 40년간 장기 임상 실험을 실시한 결과, 인간의 뇌기능이 60세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실제로 미 해군 최초 여성 제독이자 최초의 컴파일러를 개발하고 ‘프로그램 버그’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프로그래밍 언어 설계자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는 40대가 돼서야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첼로 대가 파블로 카잘스가 90세 이후에도 하루 6시간씩 연습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지금도 연습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직장에서 자신이 전문성을 발휘해 일하던 분야에 대해 ‘머리가 안 돌아간다’는 이유로 공부를 게을리 하는 것은 ‘노화’라는 통념에 사로잡힌 게으름이 아닐까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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