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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나홀로 ‘美生’?

미국 경제 ‘부활의 노래’

  • 김학균 |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hakkyun.kim@dwsec.com

실속 없는 나홀로 ‘美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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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5년 美 GDP 성장률 3.2% 전망
  • ● 양적완화, 셰일에너지, 창의적 기업 덕분
  • ● 기대감 이미 반영…주가 크게 오르진 않을 듯
  • ● ‘강한 달러’, 신흥국에 위협요인 될 수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중국이 중심이 된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 4개국을 지칭)가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끌던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로 비난받았고, 불과 4년 전인 2011년에는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그랬던 미국이 부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주요국 중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나라는 미국이 거의 유일하다. 중국과 유로존의 성장률이 뒷걸음치는 와중에도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은 3.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성장률 2.4%보다 훨씬 개선된 수치이고,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3.3%와 비슷하다.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미국 경제가 한국과 비슷한 속도로 성장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금융시장도 대단한 활황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 증시의 다우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만8000p라는 신천지에 올라섰다. 종합주가지수(KOSPI) 2000p대에 좀처럼 안착하지 못하는 한국 주식시장과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세계경제의 그림자 취급을 받던 미국 경제가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우선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실시한 저금리 정책을 빼놓고 미국 경제의 부활을 설명하긴 힘들다. FRB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직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신속하게 낮췄다. 이후 더는 금리를 낮출 수 없자 ‘양적완화’라는 비정상적인 통화 정책까지 동원했다. 양적완화란 금리를 매개로 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경제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FRB는 2009년 이후 세 차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며 총 3조9000억 달러(약 4250조 원)라는 막대한 유동성을 경제에 공급했다. 미국 GDP의 22%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애물단지의 大변신

중앙은행의 힘으로 미국 경제에는 돈이 흘러넘쳤고,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가 정착됐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직면한 부채 위기 극복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가계의 과잉 부채 때문에 발생했다. 가계가 과도한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정부의 부채가 문제가 됐다. 민간 부문의 침체를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로 상쇄하려다보니 정부의 부채가 급증했다. 가계든 정부든 부채를 해결하려면 저금리 환경이 필요하다. 금리가 높으면 이자 부담이 늘어 부채의 덫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당시 FRB 의장 벤 버냉키는 1930년대 대공황을 연구한 경제학자 출신이다. 그는 심각한 경기침체로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면 “헬리콥터로 돈을 공중에서 뿌리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실제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해냈다.

미국 경제 부활의 두 번째 요인은 ‘부채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단지 저금리 효과로 경제가 회생한 것이 아니라, 미국 가계는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 과정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실제로 허리띠를 졸라매 빚을 갚은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경제 주체의 부채도 늘기 마련이다. 문제는 GDP 성장 속도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늘 때 발생한다. 미국 부동산 버블이 있던 2001~2007년은 전형적인 과잉 부채 시대였다. 이 기간 미국의 명목 GDP는 4조1000억 달러 증가했는데, 가계부채는 6조9000억 달러 늘었다. 둘 사이 차액에 해당하는 2조8000억 달러는 과잉 부채로 볼 수 있다.

미국 가계는 2008년 이후 부채를 4000억 달러 줄였다. 같은 기간 명목 GDP는 2조7000억 달러 늘어났다. 경제 성장분을 감안하면 대략 3조1000억 달러의 실질 부채 축소 효과를 냈다. 저금리라는 멍석을 깔아준 것은 중앙은행이지만, 가계도 나름대로 부채 축소라는 고통을 감내한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의 체질이 확연히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은 이제 막 부채 축소를 시작했고, 한국은 부채 축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가운데 부채 증가의 속도 조절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부채를 확대하는 레버리지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新에너지 부국

높아진 에너지 자립도는 세 번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셰일가스와 오일샌드 등 새로운 자원 개발로 미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에너지 부국이 됐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제조업 원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전기 가격은 일본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최근 국제 유가 급락으로 미국 에너지 사업도 타격을 받고 있지만, 유가 급락의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다. 세계 에너지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미국의 힘이 커진 것이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 것은 오바마 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 정책의 성공에도 기여했다. 포드, 애플, GE 등이 낮아진 미국의 에너지 비용에 자극을 받아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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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hakkyun.kim@dws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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