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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창농! 1차산업? 6차산업!

2030 귀농인들의 농촌예찬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귀농? 창농! 1차산업? 6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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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30세대, 아이디어 들고 創農 대열 합류
  • ● 팜핑, 흑돼지, 수경토마토…개성, 특기 살려라!
  • ● 농사·경영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성공
귀농? 창농! 1차산업? 6차산업!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며 ‘팜핑’을 하는 이석무 ‘젊은 농부들’ 대표.

‘처녀농부’ 이승희(33) 씨는 귀농 4년차다. 전북 고창군 해리면에서 고추와 삼채를 재배한다. 서울에서 회사원 생활을 하다 사표를 내고 시골로 간 건 새로운 삶을 위해서였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과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도시생활에 진이 빠졌다. 자연과 땀과 여유가 그립기도 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떠난 호주의 농장에서 농사짓고 수확하는 재미를 알았고, 욕심 없이 자족하며 당당하게 사는 농장주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귀국 후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일상으로 돌아오자 스스로에게 물었다. ‘넌 행복하니?’ 아니었다. 조금 벌고 적게 쓰더라도 직접 기른 작물로 만든 음식을 먹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게 행복일 것 같았다. 봉급 받아 모은 돈 2000만 원을 들고 짐을 쌌다.

농사일은 직장에서 시키는 일만 할 때보다 뿌듯한 만족감을 안겼다. 손수 키운 채소가 온라인을 통해 팔려나가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농사가 손에 익자 1년여 전부터 도시인의 ‘힐링’을 위한 농촌민박 사업도 시작했다. 귀농을 극구 반대하던 부모에게 “3년만 해보고 망하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망하기는커녕 연간 수입은 웬만한 도시 직장인 수준이다.

새로운 꿈도 생겼다. 호주에서 경험한 워킹홀리데이에 버금가는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외국인들을 농장으로 불러들이고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은 꿈. 그에게 농촌은 누군가의 큰 꿈이 자라고 꿈을 이룰 수 있는 터전이다.

‘젊은 귀농’ 새 바람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서 귀촌 학부모들과 함께 교육공동체 ‘이웃린’을 이끌고 있는 국태봉(37)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취직했지만 좋아하는 여행을 위해 미련 없이 사표를 내고 1년 반 동안 아프리카, 유럽을 여행하고 중국을 횡단했다. 세계를 떠돌며 유엔과 비정부기구(NGO)의 다양한 활동을 접하고 또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NGO 활동가가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빈민과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일생을 바친 미국의 사회적 기업가 빌 스트릭랜드처럼 살고 싶어 둥지를 튼 곳이 고산면 서봉리. 아버지의 고향이자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살아 친숙하던 그곳에 부모와 함께 살 집을 지었다. 설계도 직접 했다.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거실을 카페로 만들었다. 동네아이들에게 공부방으로 열어놓고 상담도 했다. ‘아지트’가 생기자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산행하고 시를 낭송하며 각자의 꿈과 끼를 찾아갔다.

아이들의 변화를 본 학부모들은 재능기부를 하겠다며 나섰고, 교육공동체가 꾸려졌다. 음악캠프, 생태 탐사 등 프로그램을 늘리니까 금전적으로 한계가 왔다. 마을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발효빵 공장 빵굼터를 열었다. 생협(생활협동조합)과 로컬푸드 사업에 참여하면서 고정적인 판로를 확보한 빵굼터는 3년 전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마을기업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행복임을 귀농이 일깨워줬다.

귀농이 본격화한 건 1997년 말 몰아닥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마저 무너뜨린 기업의 줄도산, 명예퇴직, 조기퇴직 행렬이 이어졌다. 사회적 퇴출을 당해 먹고살 길을 찾아 농촌으로 떠나는 사람이 급증했다. 10여 년이 흐르면서 ‘귀촌’은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팍팍하고 찌든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이 늘었다. 귀촌 초기 대열에는 사회에서 제몫을 다하고 은퇴한 중장년층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 층이 합류했다. 제주도는 요즘 귀촌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로망’이 됐다.

이렇게 20년 가까이 이어진 역(逆)도시화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벤처기업을 창업하듯, 2030세대가 농업 관련 ‘창농(創農·농촌창업)’을 위해 귀농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 농촌창업은 농촌에서 농사짓고 가축을 키우는 단순한 일 외에 사업을 겸한다는 의미다. 1차산업인 농·수·축산업과 2차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산업인 서비스업을 융·복합화해 결합하는 이른바 ‘6차산업’을 일컫는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4067가구이던 귀농·귀촌 가구 수가 2011년 1만503가구, 2012년 2만7008가구, 2013년 3만2424가구로 해마다 급증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귀농·귀촌 가구 수도 각각 612, 1734, 4661, 5060가구로 급격히 늘어났다.

“왜 굳이 농촌인가”

3년새 8배 이상 폭증한 젊은 층 귀농인 가운데 농촌창업을 택한 사람들의 사연과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도시에서 자영업으로 근근이 버티는 것보다 농촌에 희망이 있을 거 같아서” “사교육과 시험성적에 인생이 좌우되는 도시에서 자녀를 교육시키고 싶지 않아서” “가업을 물려받아 더 크게 키우고 싶어서”….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며 ‘(주)젊은농부들’을 이끄는 이석무(33) 대표. 그는 “어릴 때부터 꿈이 사업가였다. ‘서울 강남에서 살면서 4년제 대학 나온 젊은이가 농부가 됐다’는 콘셉트로 농촌에서 사업을 펼치면 장점이 있을 걸로 봤다. 귀농 11개월 만에 방송을 타면서 예상이 적중했다”고 뿌듯해했다.

귀농이라 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부부 또는 가족 단위를 생각하지만, 미혼인 이 대표는 후배 두 명과 함께 농촌에 정착했다. 그가 농촌창업 아이디어를 얻은 건 대학 시절. 학생 신분으로 맥줏집 운영과 군고구마 장사에 뛰어들어 ‘대박’을 쳤다. 이때 농산물에 참신한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접목하면 훌륭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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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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