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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기업 최종 목표는 신뢰 인문학 고리로 사람과 연결하라”

정용진號를 향한 제언

  •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 | shahn@ssu.ac.kr

“소매기업 최종 목표는 신뢰 인문학 고리로 사람과 연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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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그동안 ‘이름값’을 충분히 해왔다. 국내 유통업의 ‘신세계(new world)’를 열어왔으니 말이다. 1930년대,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서울 중구 충무로1가)에 백화점을 열고 세련된 서구의 소매 방식을 소개하더니, 1963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소매업태인 백화점 사업을 본격 전개했다. 1993년에는 이마트 창동점을 오픈하면서 대형 할인점이라는 신세계를 열어보였다.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을 시작으로 정통 아웃렛의 진수를 보여줬고, 지금은 좀 주춤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최초의 유통기업이기도 하다. 신세계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 회사도 드물다.

신세계의 성장 역사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이끌던 1세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주도한 지금의 2세대, 정용진 부회장이 향후 전적으로 책임질 3세대다. 1, 2세대의 성공신화를 3세대 정용진호가 이어받아 순항하려면 피해야 할 암초도 많다. 1, 2세대와 달리 정용진호의 신세계는 급속히 바뀌는 소비 패턴을 예견하고 선제적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유통업계는 물론 우리 국민의 삶의 방식과 제조업체의 생존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촉발했고, 변화 이후의 세상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명제를 철저히 실천했지만, 과거의 혁신 방식에는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이는 미래의 혁신을 생각한다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우선 신세계는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아웃렛, 기업형슈퍼마켓(SSM) 업태의 성장 가능성과 핵심 가치를 간파하는 면에선 국내 기업 중 가장 빨랐지만, 결코 신세계의 독자적인 것이라곤 보기 어렵다. 신세계백화점 전신인 일본 ‘미쓰코시 백화점’, 미국의 멤버십 웨어하우스 클럽 ‘프라이스클럽’, 미국 아웃렛 유통업체 ‘첼시’ 등은 각각의 업태에서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기업이다. 신세계는 이들과 전략적 제휴 혹은 ‘조인트 벤처’ 형태로 일정 기간의 학습기를 거쳐 나름의 성공방식을 고안해냈다.

그런데 남의 것을 더는 모방할 수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할까. 정보통신의 발달로 유통 선진국의 모든 업태는 이미 국내에 소개됐고, 신세계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사의 행동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3세대 정용진호는 ‘혁신 모멘텀을 어디서 찾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치명적인 약점

미래에 필요한 혁신은 단지 공급망 개선이나 매장 재배치, 고객서비스 개선,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선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혁신 모멘텀 확보는 과거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소매업에 대한 기술 발전의 충격은 가히 파격적이다. 범위에서는 혁명적이고, 본질에서는 전례가 없다. 단지 PC 제조업체인 줄만 알았던 미국 애플사는 아이패드와 아이튠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고, ‘판매에는 관심이 없는 점포’를 수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향후 5년 내에 미국 오프라인 전자제품 판매업체는 모두 사라진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때 동네 곳곳에서 활황을 누리던 비디오 대여점은 지금 온데간데없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전통적인 소매 방식을 고수하는 측에선 가격을 소비자가 결정한다면 기가 막히겠지만, ‘역경매’ 방식으로 가격을 소비자가 정할 수도 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기업도 나왔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옷을 1000원에 팔아야 한다면, 차라리 ‘소비자가 지불하고 싶은 가격을 먼저 물어보고 파는’ 방식이다. 비행기에 남은 좌석이 있는데 얼마에 팔겠다는 게 아니라 ‘얼마 줄래?’ 하고 물어보는 거다. 어차피 할인해서 팔아야 한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주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영업 방식이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 과거의 혁신이 전술 혹은 전략의 변화를 이야기한다면 미래의 혁신은 이렇듯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려면 업(業)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통상적 소매업’이 공급자로부터 물건을 구입해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것이었다면, ‘확장된 소매업’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두 플랫폼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성해, 가치가 창조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며 소매·공급업체가 이 과정을 조절하는 산업이다.

통상적 소매업 관점에선 과거와 같이 하면 되지만, 확장된 소매업 관점에서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 많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빌려 쓰는 추세가 점차 강화하는 마당에 소유권 이전이 배제된 유통에서 소매업의 기능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세분화한 고객화 수준을 넘어 1대 1 고객화 추세도 확연해졌고, 개인의 신체적·심리적·심미적 특징에 대한 정보를 제조업체가 알고 3D 프린팅, 유연 생산기술을 통해 저렴하게 개인화한 제품(옷, 자전거, 향수, 시리얼 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소비자와 공급자의 직접적인 교류가 확대되는 ‘주문 후 생산’이 대중화하면 전통적인 기능에 얽매인 소매업체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가치 창조의 방식도 크게 변한다. 월마트는 은행에서 하는 계좌이체 서비스를 수행한다고 한다. 과거 거대한 매장 중심의 월마트가 온라인에 대한 대응책으로 소비자의 편의성 개선과 배송비 절감을 위해 우리나라 SSM 규모의 점포를 올해 1000여 개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강자 아마존은 거의 모든 물건을 판매하지만, 정작 수익이 높은 사업은 ‘서버 리스(lease) 사업’(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서버 보관 서비스)이다. 소비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기존의 방식을 언제든지 깨는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필수 요소다. 과연 신세계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어떤 역량과 경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지 관심이 쏠린다.

“소매기업 최종 목표는 신뢰 인문학 고리로 사람과 연결하라”

4월 9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인문학 강연을 하는 정용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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