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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토리

1500만원 스타트업의 만화 같은 ‘100억 대박’

성인만화 ‘레진코믹스’ 성공기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1500만원 스타트업의 만화 같은 ‘100억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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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리에겐 다른 곳엔 없는 콘텐츠가 있다”
  • ● ‘출퇴근 맘대로’ ‘나를 찾지마 휴가’ ‘술값도 회사가’…
  • ● 웹툰-영화-드라마 크로스오버로 세계 진출
  • ● 음란물 게시했다며 사이트 차단당하기도
1500만원 스타트업의 만화 같은 ‘100억 대박’
레진코믹스가 출범 2년 만에 성인만화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카카오톡과 더불어 한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start-up·신생 벤처)으로 손꼽히는 레진코믹스는 웹툰 서비스 유료화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레진코믹스의 저돌적 행보는 수익을 낸 곳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한국 벤처계에 희망을 불어넣는다. 무모해 보이던 이들의 도전이 어떻게 ‘대박 아이콘’이 됐을까.

3월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레진코믹스브이홀에서 (주)레진엔터테인먼트가 세계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행사를 열었다. 웹툰 작가, 협력사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여했다.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한희성(33) 대표가 연단에 올라 “우리는 그간 만화가를 경제적 성공을 거두는 직업으로, 만화를 음악이나 영화처럼 남녀노소가 즐기는 문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3월 9일 레진엔터테인먼트 권정혁(42)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만났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초 엔씨소프트로부터 5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창업 1년 만에 기업 가치가 수백억 원대로 치솟았다. 2015년 2월 현재 레진코믹스가 서비스하는 작품은 모두 536편. 그중 197편은 연재가 진행 중이다.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의 연재 작품 수를 훌쩍 넘어섰다. 레진코믹스가 명실 공히 한국 최대 웹툰 미디어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자본금 1500만 원으로 시작해 1억5000만 원의 에인절 투자를 받은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은 103억 원.

백수오덕 vs 만화도사

놀랄 일은 또 있다. 창업자 한희성 대표의 ‘스펙’은 우리 사회가 흔히 요구하는 수준에서 어긋나 있다. 그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취업해본 적도 없다. 이른바 ‘백수오덕’의 상징 격이다. 백수오덕은 특정 사안 하나에 심취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레진’이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등을 통해 영화와 만화, 성인물 비평을 주로 해왔다. 누리꾼 사이에서 ‘레진사마’로 불릴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블로그 누적 방문자가 5000만 명을 넘어선다.

한희성 대표와 IT(정보통신기술) 개발자 권정혁 CTO는 온라인을 통해 만났다. 웹상에서 공히 유명 인사이던 두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지만 서로의 존재를 익히 알았다. 한 대표가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구상하던 유료 웹툰 서비스에 기술을 제공할 개발자가 필요해서다.

스타트업은 보통 소자본 벤처의 한 형태로 여겨진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적은 자본을 투입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 시장에서 적은 자본과 아이디어만으로 승부수를 던질 만한 분야는 별로 없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성공 요인 첫 번째는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은 데 있다. 한 대표는 네이버, 다음이 트래픽 유입을 위해 만화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출판시장의 위기로 갈 곳을 잃은 만화산업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터전을 옮겼다. 문제는 대형 포털이 트래픽 유입을 위해 만화를 이용하는 바람에 만화 소비 패턴이 바뀌어버렸다는 점. 공짜 만화에 익숙한 소비자가 돈을 내고 만화를 본다? 쉽지 않은 일이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창업 멤버들은 만화를 내는 출판사는 IT를 모르고, IT 기업은 만화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았다. 한희성 대표는 머릿속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양질의 콘텐츠부터 확보했다. 눈여겨본 작가들을 수소문해 만나 설득했다. 40여 편의 작품을 모아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냈다. 실력 있는 IT 개발자가 필요해 권정혁 CTO에게 도움을 청했다.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만화 좋아하세요?’라고 묻더군요. 질문이 마음에 들었어요.”

권정혁 CTO는 사방이 만화책으로 빽빽한 만화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가 만화방을 운영했던 것. 학교가 파하면 친구들과 만화방으로 몰려와 만화책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 한국에 출시된 만화를 죄다 읽은 ‘만화도사’였다고 한다. 한희성 대표가 권정혁 CTO에게 던진 두 번째 질문은 ‘요즘도 만화 보세요?’다.

“마음을 꿰뚫는 것 같았어요. 어릴 땐 그렇게 좋아하던 만화를 요즘엔 왜 안 볼까.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둘이 그것을 화두로 얘기를 한참 나눴습니다. 결론은 ‘어른이 된 내가 볼만한 만화가 없다’는 거였어요. 성인이 좋아할 만한 만화는 취재가 잘돼 스토리가 탄탄해야 하거든요. ‘미생’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겠죠. 정치 문제가 됐든, 사회문제가 됐든 어른들이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만화를 시장에서 찾기 어려웠던 겁니다.”

1500만원 스타트업의 만화 같은 ‘100억 대박’

레진코믹스는 ‘성숙한 독자를 위한 웹툰 서비스, 프리미엄 만화 채널’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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