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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Ⅰ ‘롯데 사태’ 그후

‘단절사회’ 분노가 롯데로 폭발 동반성장으로 쇄신하라

정운찬 前 총리 긴급진단

  • 정운찬 | 前 국무총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isg115@daum.net

‘단절사회’ 분노가 롯데로 폭발 동반성장으로 쇄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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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비정상의 정상화’ 시급하다
  • ● 롯데 면세점 재허가, 원칙대로 판단해야
  • ● 재벌 경제력 집중이 나라 망친다
  • ● 폭발 직전의 임계사회…경제민주화 공약 실천해야
‘단절사회’ 분노가 롯데로 폭발 동반성장으로 쇄신하라
‘롯데 사태’를 지켜보며 내가 새삼 떠올린 생각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경제 질서는 정상적이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가 아니다. ‘재벌 총수 자본주의’이고 ‘세습 자본주의’다. 비정상이다.

정상적인 경제 질서라면 소유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재벌은 그 괴리가 너무 크다. 소유에 비해 영향력은 과대하고, 책임은 과소하거나 아예 없다.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은 0.05%, 일가 전체로 보더라도 2.41%에 불과한 지분으로 81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비단 롯데만 이런 것이 아니다. 10대 재벌 총수의 평균 보유 지분율은 0.2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계열사 간의 다단계 교차 출자를 이용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그러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정상이 아닐 수 없다.

‘공룡’ 향한 불만

세습 자본주의란 자신의 노력 없이 상속에 의해 거대한 재산을 소유한 자본가가 되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그런데 한국 재벌가의 후손들은 ‘총수 권한’까지 상속받는다. 총수 권한의 상속은 두 가지 점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첫째, 자식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물려준다는 것이 타당한가.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경영권은 다르다. 핏줄이 아니라 기업 경영 능력이 경영권 이양의 기준이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검증된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 스웨덴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이 대표적인 사례다. 잘 알려졌다시피 발렌베리 가문은 한국의 재벌과 비슷하다. 인베스터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SEB, 일렉트로룩스, 에릭손, 사브, ABB 등 스웨덴의 주요 기업 19곳을 거느리며 100여 개 기업 경영에 직 · 간접적으로 참여한다. 현재 5대째 후계자가 그룹을 경영하는데도 스웨덴 국민은 여전히 발렌베리 가문을 존경한다.

비결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과 높은 공익 의식에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철저한 검증과 경쟁을 통해 후계자 2명을 선정하고, 두 사람이 균형과 견제를 이뤄가며 그룹을 경영하도록 한다. 또 이익금의 85%를 법인세로 납부해 사회에 환원한다. 우리 재벌들이 배워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한국 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과 관계가 있다. 뒤에서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5대 재벌, 10대 재벌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이런 재벌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경제가 바로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재벌 기업을 재벌가 사람들의 것으로만 봐야 할까. 재벌이 위기에 처하면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재벌을 살려야 할까. 경영권, 즉 총수 권한을 핏줄이기 때문에 승계하는 것이 타당할까. 참으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 국민은 롯데 형제들의 이전투구에 깊이 실망했다. 이런 실망은 정서적인 충격과 ‘유통 공룡’ 롯데의 골목상권 침해로 피해 본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은 신격호 회장을 ‘성공한 재일동포’로 여겼다. 한국 5대 재벌의 총수 일가는 당연히 한국인으로, 한국어와 한글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집안 싸움에서 공개된 여러 문건과 녹음을 통해 신 회장 일가가 일본어로 대화하고 장남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큰 배신감을 느꼈다. 여기에 롯데 지분구조의 정점이 일본 광윤사(光潤社)라는 사실 때문에 롯데를 일본 회사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불매운동의 정당성

롯데는 국내에 51개 백화점, 115개 대형마트, 7500개 편의점, 그리고 홈쇼핑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유통망을 만드는 동안 결과적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유통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줬다. 소상공인들은 오랫동안 재벌 유통사에 골목상권과 상생하는 경영을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재벌 유통사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러한 피해가 쌓여 롯데에 대한 반발감이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따라서 불매운동을 전개하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신격호 회장 일가는 한국 국적자다. 두 아들은 이중국적자였으나 1990년대에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광윤사는 일본 법인이지만, 광윤사 주주는 신격호 회장 일가다. 즉, 지배구조만 놓고 보면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 롯데그룹을 소유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말을 잘 못하는, 일본에 사는 한국인이 롯데를 지배하고 있다. 이것을 일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둘째, 기업의 위치인데 이것은 더욱 중요한 이유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생산해 임금과 이자, 배당, 세금의 형태로 분배한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주주 배당보다 임금 · 이자 ·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높다. 또한 계속사업을 위해 이윤의 사내유보를 통해 재투자를 한다. 따라서 주주 배당으로 해외로 나가는 돈보다 국내에 남아 있는 부가가치가 월등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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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 前 국무총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isg11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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