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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혁신성장에 드라이브 거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기업 위축이 가장 큰 걸림돌”

  •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혁신성장에 드라이브 거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 ● 규제개혁 힘들더라도 정면 돌파할 것
    ● 규제개혁 통한 새 산업서비스는 포지티브섬 게임
    ● 정부 공공부문도 혁신해야
    ● 구글, 우버가 나올 수 없는 이유
    ● 공유경제, 원격의료 미리 대비해야
    ● 대기업 혁신성장이 더 높은 가치
    ● 국회 정치권 역할과 협력 긴요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3대 축이다. 이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은 ‘신동아’ 창간 87주년 기념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듯 시장에 많은 부담을 줘왔고, 실제 성장을 이끄는 정책인지 회의적 시각도 많다. 그나마 경제를 살릴 정책은 혁신성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기적 차원에서 구조를 바꾸는 일이어서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혁신성장 정책이 1년 반 이상 지속돼왔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그 성과와 전망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취임 초부터 특히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그 자세한 상황을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도저히 일정을 잡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10월 10일 오전 김 부총리가 참석한 행사장으로 무작정 향했다. 이날 오전 김 부총리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차 한-멕시코 경제협력위원회’에 참석했다. 미·중 무역 마찰이 확산되고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멕시코가 가입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의 의미 등을 짚는 자리였다. 두 시간 가까운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김 부총리에게 다가가 무작정 질문을 던졌다. 

‘혁신성장이 너무 더딘 이유가 뭔가, 방향은 제대로 잡은 건가, 소득주도성장과 충돌하는 건 아닌가, 혁신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 가는가….’


혁신성장 성과 빨리 내려면

김 부총리는 질문을 해대는 기자를 딱하다는 듯 보더니 행사장 옆 빈 홀로 데려갔다. 딱 5분만 답하겠다는 거였다. 김 부총리는 빈 홀의 테이블 한쪽에 가볍게 몸을 기댔다. 마침 그 뒤에는 태극기와 멕시코 국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사진기자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김 부총리의 실루엣을 열심히 담았다. 부총리가 경계를 잠시 늦춘 틈을 타 기자는 질문지를 내밀었고, 결국 10월 11~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IMF·WB 총회 참석을 위한 출장 뒤까지 기다려 혁신성장과 관련한 김 부총리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신동아 창간 87주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김 부총리는 취임 초부터 특히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불이 꺼지지 않는 등대처럼’ 혁신성장의 불을 깜빡이며 일관된 메시지를 제시해왔다. 하지만 아직 성과는 풍성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좀 더 많은 사회적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어떻게 하면 혁신성장의 성과가 더 빨리 나올 수 있는가. 

“혁신성장은 시장의 시각에서 보면 ‘창조적 파괴’이자 국가 경제적으로 보면 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시스템 개혁’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 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한 생각보다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 

또한 사회 구성원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과제다. 정부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특히 국회·정치권의 역할과 협력이 긴요하다. 혁신성장은 많은 경우 제도의 변경을 수반하므로 입법과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단계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기업·시장의 기를 살리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혁신 마인드가 확산되고 혁신성장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 인식하에 정부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핵심 규제의 혁신 △혁신창업 붐을 위한 창업 생태계 조성과 M&A 활성화 △플랫폼 경제, 핵심 선도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 △주력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 氣 살리기

- 기업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혁신성장은 결국 민간과 기업이 주도해야 이뤄진다. 정부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생태계 조성, 핵심 인력 양성, 블록체인이나 수소경제 등의 영역에서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로 처지는 기업에 대한 지원 등을 할 것이다. 정부가 혁신성장에 집중하고 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주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중소기업 중견기업 벤처기업 등에 역점을 뒀지만, 대기업도 혁신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하겠다. 또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도 혁신이 필요하다.” 

민간과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 4일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일자리위원회를 개최하면서 2022년까지 민간 투자 활성화 분야로 미래자동차, 반도체·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등 5개 분야를 꼽고, 125조 원을 투자해 10만7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맞춤형 지원을 하는 ‘서포트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유경제·원격의료 등 핵심 규제 개혁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 개혁이 매우 필요하다. 특히 핵심 규제 개혁에 대한 의사 결정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은 ‘우리가 규제 개혁을 하지 않고 피해나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결국 가야 할 길’이라면 피해갈 것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정면 돌파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예컨대 자율주행차가 5~10년 뒤 일반화한다면 지금의 교통수단 구조는 전혀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를 예측하며 공유승차 문제를 포함해 어떻게 미리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반 의료 서비스가 정착될 경우 원격의료 서비스에 어떻게 미리 대비해야 할지 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파이 전체 커질 수 있어

- 결국 관건은 기존 산업종사자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인데, 이를 어떻게 추진해나갈 것인가.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충분히 이해되기 때문에 사회 시스템 개혁 과정에서 기존 이해관계자에 대한 합리적 보상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그리고 전혀 다른 측면에서 이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규제 개혁을 통한 새로운 산업·서비스의 등장을 제로섬(Zero-sum)이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sum·당사자 간 이해 득실의 합이 이익인 경우) 게임으로 볼 필요가 있다. 파이 자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공유숙박 규제를 신축적으로 적용하면, 기존 고급호텔·저가호텔 수요 외에 새로운 숙박 시장에 맞는 관광객층이 유입돼 전체 관광 시장 규모의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외부경제 효과(external effect·통제권 밖의 외부 환경 개선으로 이익이 생기는 현상)가 발생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서울 남산길 왕돈가스 식당 밀집거리, 신림동 순대타운, 이태원 경리단길을 가보면 많은 음식점이 몰려 있어 서로 장사가 안 될 것 같지만, 그게 하나의 브랜드가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혁신성장 정책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제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국민이) 경제정책을 흑백논리로 보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예로 들면, 일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혁신성장이 지체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혁신성장에 중점을 두면 소득주도성장으로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고 하는 극단의 주장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것은 모두 잘못된 견해다.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양극화, 소득분배, 계층이동 단절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사람에 대한 투자가 꼭 필요하다. 동시에 혁신성장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고 역동성을 살려야 한다. 그것이 경제의 볼륨을 키우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소득주도성장은 수요 측면에서의 접근이고, 혁신성장은 공급 측면에서의 해결책이다. 흑백논리가 정쟁(政爭)과 이념 논쟁으로까지 번지면서 프레임으로 짜이면 경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두 접근 방법이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돼야 한다.”


경제구조 개혁의 골든타임

김 부총리는 9월 9일 혁신성장을 위한 현장 소통 행보의 하나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수소생산업체인 엘켐텍을 방문해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혁신성장은 우리 경제에 생존이 걸린 문제다. 선택지로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생존전략’이다.” 

그 이유는 자동차나 조선 철강 등 우리 경제를 견인해온 주력 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그동안 세계경제나 환경에 순응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선제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게 DNA이다”며 “지금이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규제’다. 최근 동아일보에서 ‘규제 공화국엔 미래가 없다’ 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전했듯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곳곳에 있다. 원격의료, 드론, 공유경제 등 혁신이 필요한 주요 분야에서 이해관계자들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갈등하고 있고, 국회는 개혁 입법보다는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을 하루 평균 1건(2016년 1월부터 2년간)씩 쏟아내고 있다. 

민간에서 규제에 대해 갖는 불만이 팽배해 위기 수준이다. 동아일보가 8월 대·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체감 규제 수준이 강하다고 답한 기업이 80.6%나 됐다. 정부의 규제혁신 노력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의 76.4%가 C학점 이하를 줬다. A학점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0%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체감 규제가 완화되면 매출이 늘고, 투자 활동이 촉진되며, 고용이 확대될 것이라 답하기도 했다.


유니콘 기업 등장 못 하는 이유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문재인 대통령도 규제 혁신에 힘을 싣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 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신기술과 신산업이 싹도 트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관계 부처는 규제 혁신 법들의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규제 혁신을 다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규제 혁신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는 책을 쓴 구태언 변호사는 까다로운 인허가 요건 탓에 한국에선 2015년 이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스스로가 규율을 정하고 정부는 필요한 최소한의 영역에만 개입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 촘촘한 규제로 시민들의 생활을 규제하다 보니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플랫폼업체가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구 변호사는 규제를 풀고, 시장에 주도권을 줘야 혁신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대로 가면 주요 산업은 해외 플랫폼 공룡들에게 장악당하고 대한민국의 CPM(콘텐츠, 개인정보, 돈)은 모두 빠져나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혁신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정부가 말하는 ‘혁신’은 경제·사회의 생산성을 높여 경제 전체 파이를 키우고 이를 통해 일자리·성장·소득을 확대하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9월 27일 열린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성장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렵고 아직 만족할 수준이 아니어서 더욱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혁신성장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일자리 증가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단계에서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성장 성과는 다음과 같다. 규제 샌드박스법이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처리와 같은 입법 성과,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 신설 법인 수, 의료기기와 데이터 등 규제 혁신 방안 도출,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 활성화, 기업 애로 해소 작업 등이다. 

규제 샌드박스법은 사업자가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때 각종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법이다. 청와대가 규제 혁신 법안으로 선정한 5개 법 가운데 지역특구법, 산업융합법, 정보통신융합법이 10월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핵심 내용은 새로운 융합 제품·서비스가 나올 경우 기존 규제에 막혀 지체되지 않도록 임시허가 등을 통해 활성화되게 하려는 것이다. 나머지 2개 법은 행정규제기본법, 금융혁신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ICT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한도를 기존 4%에서 34%까지 높였다.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법 3개 통과

정부는 사상 최대인 10조 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하고, 기술·생활혁신형 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에서 연대보증을 없애고, 실패박람회를 여는 등 창업에서 투자, 회수, 재도전의 선순환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1~8월 신설 법인은 7만435개로 전년보다 4236개(6.4%)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 1만6208개(23.0%), 제조업 1만2451개(17.7%), 건설업 7272개(10.3%), 부동산업 6644개(9.4%) 등이다. 

규제 혁신도 어느 정도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의료기술을 평가할 때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바꾸는 인허가체계 전면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가명정보 개념을 새로 도입하고, 사물의 위치 정보는 수집·이용·제공 시 사전 동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우버,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공유경제 기업들이 진출하지 못하게 막아둔 규제에 대해서도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혁신성장의 8대 선도사업엔 2019년 5조 원이 투자된다. 선도사업은 미래차, 핀테크, 드론,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에너지신산업, 바이오헬스 등이다. 전기차와 수소전지차를 구입할 때 구매보조금을 확대하고, 12월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차 테스트베드(K-City)가 완공된다. 정부는 또 생산성이 30% 이상 증가하고 기업당 고용이 2.2명 느는 스마트공장을 올해 2800개 새로 도입했다. 재생에너지 보급도 지난해 0.8GMW(기가메가와트)에서 올해 상반기 1.65GMW로 2.1배 늘었다.


투자 카라반 인기

기업의 애로 사항을 듣고 해소해주는 지원 활동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자체와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 전문가들이 1대 1로 밀착 지원하고 있다. 기재부 혁신성장본부(공동본부장·고형권 1차관, 이재웅 쏘카 대표) 내 10여 명의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카라반은 전국을 순회하며 111개사와 개별 면담을 하고 어려움을 해결해줬다. 예컨대 마켓 테스트를 위한 시제품 생산 공장이 필요하지만 연구단지 내에 있어 제조공장 설치가 불가한 P사에 관리계획을 바꿔 500억 원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도와줬다. 투자카라반은 현장의 호응도가 높아 지역에서 먼저 방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핵심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한 결과 15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고, 2100명의 직접 고용이 이뤄졌다. 

하지만 혁신성장에 대한 시장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9월 초 전자신문이 276개 기업체 대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혁신성장에 대해 ‘못하고 있거나 매우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이가 56.9%였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부정평가가 54.1%였다. 긍정평가는 소득주도성장이 24.5%, 혁신성장이 11.1%였다. 혁신성장에 대한 산업계의 기대치가 소득주도성장보다 더 높기 때문에 이런 설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인은 기업인보다 혁신성장에 대한 체감도가 더 낮다.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혁신성장 전문가 C씨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 한국에선 왜 알리바바나 페이스북, 구글 같은 혁신 기업이 나오지 않는가.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다. 알리바바는 기업가 정신이 남다르고, 규제를 최소화하고 인프라를 지원하는 중국 사회였기에 나올 수 있었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플랫폼이면서 그보다 더 빨리 시장에 나온 아이러브스쿨도 규제 탓에 크지 못했다.”


앞서가는 중국 기업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8월 6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혁신성장을 외쳤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8월 6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혁신성장을 외쳤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네이버 다음 옥션 엔씨소프트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었던 1990년대 말 창업해 선도 기업이 됐다.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창업해 성공한 인터넷기업은 매우 적다. 정부의 이중 삼중 규제와 경쟁을 이겨내지 못한 것. 구태언 변호사는 자신의 책에서 ‘전통산업을 지지하는 정부 부처들은 기존 시장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혁신 기업들의 편에 서지 않고, 방관하는 자세로 임해 결국 기득권을 보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은 인터넷 산업에 규제를 도입하지 않는다. 새로운 현상에 대한 ‘관망(Wait and See)’ 정책을 폈다. 중국도 선(先)허용 후(後)규제정책을 선택했다. 작은 차이 같지만 몇 년 뒤 그로 인한 결과는 엄청난 격차를 낳았다. 

미국의 대표적 혁신 기업인 우버는 차량공유 산업을 일으켜 창업 10년 만에 기업 가치를 720억 달러(약 81조 원)로 키웠다. 미국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 GM보다 더 큰 기업이 됐다. 

중국은 우리보다 후발주자로 여겨졌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있다. 전 세계 인공지능 드론 시장을 주도하는 디제이아이(DJI), 인터넷 기업이 전통 산업에 진출하는 O2O(Online to Offline) 공유경제를 이끌고 있는 디디추싱,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된 공유자전거 기업 모바이크와 오포, 세계 최고 핀테크 기업 앤트파이낸셜 등은 그 실제 예다. 

- 규제를 두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심각하다. 

“규제가 창업과 새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우버 같은 기업이 들어온다고 택시기사들이 손해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우버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방의 경우 택시 잡기가 쉽지 않으니 우버를 활용하면 여러 가지로 주민 편익이 증대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택시노조 등을 통해 정치 쟁점화하면서 갈등이 커졌고,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 혁신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뭔가. 


“기업 위축이다. 삼성 SK 롯데 등 기업 총수들이 룰을 지키지 않은 것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사실은 기업의 투자 자체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기업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기업 내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친기업적 행보를 하고 있다. 더 이상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 기업들이 얼마나 부응하느냐가 과제다. 그리고 기업 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기업을 만들어 투자하고 일자리를 10개, 20개 만들었다면 거기에 부합하는 존경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것도 큰 걸림돌이다.”


드론으로 피자 배달

- 혁신성장이라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위주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옳은 지적이다. 혁신성장이라면 일반적으로 신생기업 중소기업만 해당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정부에서도 대기업의 혁신성장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대기업 면담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는가. 

사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주력산업의 고도화가 혁신성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게 제대로 돼야 진정한 혁신성장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처음 얘기했던 것은, 혁신성장은 대기업 중소기업 농촌 문화 이런 것까지 다 포함해서 그 모든 경제의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요즘 조선 산업, 자동차 산업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 아닌가. 하지만 가솔린 자동차의 대안으로 나온 게 미래형 자동차다. 수소자동차나 전기자동차 같은 것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라고 볼 수 없고, 기존 산업의 연속선상에 있는 거다. 이런 것을 대기업의 혁신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 혁신성장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가 많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8대 혁신 선도사업이 가시화하면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드론이 피자를 배달하고, 수소버스가 돌아다니면 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물론 기존 산업의 혁신을 포함해 혁신성장에 기울이는 노력이 축적되면, 정말로 큰 변화가 올 것이다. 과거에 없던 제품이 나오고, 시장이 생기며,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규제를 풀지 않고 투자도 하지 않으면 그 시기는 점점 늦어질 것이고, 한국이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다 외국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긴 시간이 축적돼야 한다.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도 있지 않나.”


‘축적의 시간’

한종훈 서울대 교수 등 석학 26명은 ‘축적의 시간’에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키워드를 ‘축적’이라고 제시한다. 이들은 우리 산업이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즉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전제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축적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창조적 역량을 말한다. 이제까지 한국은 선진국이 만들어놓은 기술을 모방하고 추격하면서 성장해왔다. 하지만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산업국으로 진화하기 어렵다는 게 석학들의 주장이다. 

- ‘축적’이 필요한 상황이고 혁신성장의 방향이 옳다면 눈앞의 성과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맞다. 하지만 성과가 있어야 확신이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비판적 시각의 사람들은 창조경제든 녹색경제든 앞선 정권의 성장정책이 있었는데 그런 것과 뭐가 다른가 하고 묻는다. 굳이 다를 필요는 없다. 앞선 정부의 경제정책도 살릴 것은 살려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버리지 않고 그 이름 그대로 쓰면서 벤처 창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 창조경제와 혁신성장은 어느 정도 비슷한가. 


“창조경제는 당시 너무 슬로건 위주로, 행사화된 점이 있다. 창조경제 하면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만 기억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지금도 혁신센터 그 자체는 잘 돌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나름대로 거기에 권한과 돈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이 들어가서 실험도 해볼 수 있었고, 사무실도 활용할 수 있었다. 

창조경제는 실천적인 면이 부족했다. 사실은 아직도 창조경제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물론 혁신성장도 뭔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실천적인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 창조경제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

앞서 10월 2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한국경제 포럼에서 “과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서 계승할 점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하려면 규제 완화 등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올 들어 정부는 수많은 혁신성장 정책을 내놓았다. △전기·수소차 보급방안 △공공기관의 혁신성장 추진계획 △건설산업 혁신방안 및 어촌뉴딜300 추진계획 △송파 정보통신기술(ICT) 보안 클러스터 조성 △지역밀착형 생활SOC 확충방안 등 장밋빛 일색이다. 

하지만 이것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창조경제처럼 모호하게 길을 잃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혁신 보고서(2015)가 평가한 것처럼 ‘혁신은 모든 경제의 성장과 역동성을 뒷받침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원천’이다. 이것을 성취하려면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과 노력으로 이해관계자들을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신동아 2018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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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에 드라이브 거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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