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금융계 동향

‘카카오페이 증권사 인수’ 업계 냉소

“카카오 가입자 의존 방식, 글쎄요!”

  • 입력2018-10-2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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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200억대 손실

    • “시너지 없을 것”

    • “메기효과 낼 것”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최근 증권사를 인수했다. 증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4300만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 플랫폼을 앞세운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에 진출하면서 대출금리 인하 같은 메기효과를 불러온 바 있다. 

    카카오페이가 인수한 증권사는 자본금 규모가 작아 당장 증권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이 증권사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각종 연계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증권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9월 추석 연휴 직전 바로투자증권의 최대주주(100%)인 신안캐피탈로부터 바로투자증권의 지분 6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월 1일 밝혔다. 인수 가격은 4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300억 원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설립된 바로투자증권은 지난해 매출 573억 원, 영업이익 73억 원을 기록한 기업금융 특화 중소형 증권사로, 몇몇 금융 상품을 팔고 중개·금융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페이는 이번 인수를 통해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주식·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상품 거래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는 10월 중 금융 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 심사가 통상 두세 달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는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로 은행업에 진출한 지난 1년간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 함께 양대 인터넷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년간 예금금리 인상, 대출금리 인하, 공인인증서 대체 보안체계 도입 같은 혁신을 이끌어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카카오페이의 증권사 인수는 증권업계의 긴장도를 높인다.

    106억 매출, 255억 당기순손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현재 2300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결제, 송금, 청구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6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25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페이 시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다. 간편결제서비스 과정에서 은행 수수료로 연간 30억 원가량 손실을 보는 상황이다. 증권사 인수로 카카오페이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면 수익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카오페이는 우선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금융투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설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네이버페이가 미래에셋대우와, 토스가 신한금융투자와 연계해 CMA 개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카카오페이 이용자들은 CMA계좌를 통해 결제나 송금에 나설 경우 은행 수수료를 절감할지 모른다. 카카오페이 측도 수익 모델 다양화를 기대한다. 또한 이용자들이 간편 송금이나 결제를 위해 카카오페이에 맡겨둔 자금을 인수 증권사로 넘겨 투자를 꾀할 수도 있다.

    알리바바 벤치마킹?

    알리바바와 톈훙펀드의 합작품인 MMF ‘위어바오’.

    알리바바와 톈훙펀드의 합작품인 MMF ‘위어바오’.

    카카오페이의 이런 행보는 ‘알리페이’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비친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를 통해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에 가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페이 계좌에 남은 돈으로 가입하는 금융상품을 만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결제·송금을 넘어 재테크, 보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증권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카카오 계열의 또 다른 서비스인 카카오스탁과의 연계 여부다. 증권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인 카카오스탁은 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종목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스탁의 지난 상반기 기준 누적 거래액은 42조 원을 넘어섰다. 거래액은 1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고, 누적 회원 수는 220만 명, 누적 다운로드는 25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셈이다. 

    카카오페이가 증권사를 인수하면서 이와 연계한다면 주식 및 상품 중개는 물론 직접 판매까지 가능해진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협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4300만, 카카오페이는 2300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스탁 서비스와도 연계한다면 앞으로 증권업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카카오페이가 인수하는 바로투자증권이 올해 2분기 영업보고서 기준 자본금 170억 원, 자기자본 492억 원의 중소형 증권사라는 점에서 당장 증권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몇몇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 가입자에 기대는 방식이 잘될까?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고 말한다.

    “고객들 쉽게 옮길까?”

    한 증권사 임원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늘어나려면 증권사에서 신용을 많이 제공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엔 바로투자증권의 자본금이 작다. 신용 제공이 적으면 개인 고객이 많이 이동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에 자본을 출연할 가능성도 있지만 카카오페이 자체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유상증자를 하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해 카카오페이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고객이 얼마나 이동할지 알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온라인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다른 증권사들이 키움증권보다 수수료를 낮춰도 기존 HTS, MTS에 익숙한 고객들이 쉽게 옮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의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가 기존 온라인 판매사들의 전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도 냉소적 반응의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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