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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엔 관여 안 한다 자문 요청엔 응한다”

김승연 한화 회장 ‘7년 무자격 경영’ 논란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경영엔 관여 안 한다 자문 요청엔 응한다”

  • ● 한화 “보도되는 것 굉장히 부담 ”
  • ● 경실련 관계자 “꼼수이자 비정상”
“경영엔 관여 안 한다 자문 요청엔 응한다”
11월 11일 서울고등법원은 한화 이사회가 김승연(63) 회장의 장남 동관 씨에게 계열사 지분을 저가 매각해 편법 경영 승계를 도운 의혹에 대해 김 회장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선 김 회장에게 86억66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물었다.

‘실질적 경영’

2심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는 “법원이 총수 일가에 한없이 관대하다”고 말한다. 재판부는 ‘아들에게 이익을 준 것이지 김 회장이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선 재벌 오너의 아들에게 회사 지분을 헐값에 넘겨 경영권을 승계토록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돼버린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김 회장의 ‘7년 무자격 경영’ 논란도 새삼 주목받게 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수천억 원대 배임혐의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최종 선고받았다(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지난 8·15 광복절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자 크게 실망했다. 마치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못 받은 것처럼.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김 회장은 2021년까지 계열사 등기임원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현행법상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2년간 범죄와 관련된 기업엔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어떤 회사에 직함이 없으면 그 회사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재벌 오너의 ‘황제경영’은 보편적이다. 박상인 교수는 “김 회장은 실질적으로 경영을 다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등기임원에 못 오르는데 실질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한다면….

“공식적으로 못하는데 비공식적으로 하는 거니 꼼수고 비정상이죠. 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우리 대기업들은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니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7월 김 회장을 청와대에 불러 오찬을 함께 했는데, 법치주의 나라에선 그래선 안 됩니다.”

▼ 법적으론 집행유예 2년 뒤까지 취업을 못하게 돼 있는데요.

“그런 법 취지와도 안 맞는 거죠. 김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이라 해서 특별히 경영에 불편을 느끼는 게 없을걸요.”

▼ 그런데도 한화는 왜 사면·복권을 간절하게 원했을까요.

“외국에서도 김 회장이 실질적으로 한화를 경영하는 걸 다 아는데, 총수 개인이나 그룹의 이미지, 이런 거 때문이겠죠.”

“손놓고 있을 수는 없고…”

김 회장의 7년 무자격 경영 논란에 대해 한화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보도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 김 회장이 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에 관여합니까.

“뭘 나서서 하겠다는 건 아니고, 계열사들이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 2021년까진 이런 불안정한 상태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렇다고 (회장이) 손놓고 있을 수는 없고.”

▼ 김 회장이 중요 결정을 직접 내립니까.

“결정할 수 없어요. 불가능합니다.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면 법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는 거죠.”

▼ 질문드리는 것은, 막후에서 이사에게 지시하거나 결정하지 않느냐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 하면 안 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김 회장이 실질적 오너인데 이사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진 않을 것 아닙니까.

“(회장은) 회사에서 자문 요청이 오거나 하면 해요. 회장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애매하게 해석될 수 있고…. 자기가 결정하는 거냐, 소극적으로 방치하는 거냐, 해석의 방향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고 보도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거죠.”

▼ 2021년까지는 너무 길기 때문에 결국 장남으로의 승계가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렇게 추정해볼 수 있지만, 그게 아닌 건 분명해요. 2021년, 길기는 한데. 저희 회장이 그래도 그때 70(세)입니다.”

신동아 2015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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