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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반도체산업 전망

“하락세 뚜렷, 수출·증시도 어렵다”

  •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swlee6591@eugenefn.com

“하락세 뚜렷, 수출·증시도 어렵다”

  • ● 불확실성의 시대, 안개 속에 갇힌 반도체 시장
    ● 전 세계 반도체 수요 급락, 기대감 낮춘 IT 기업들
    ● 스마트폰 시장 반전 카드 되기 힘들어
    ● 메모리반도체 매출 감소 폭 연간 15% 내외 전망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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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경제는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정점에 앉아 있다. 이는 즉 앞으로는 내리막길이 펼쳐질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반도체 시장에 짙게 깔린 안개 때문에 하강 속도를 좀처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개별 기업에 대한 실적 전망은 예측 불가의 영역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머릿속 뉴런들의 전기화학적 작용 기저를 알 수 없는 이상, 어떤 이상한 트위터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시장에 혼란을 줄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처럼 인피니티 스톤이 있는 것도 아니니 ‘자말 카쇼기 피살 사건’이 무하마드 빈 살만과 사우디의 미래, 그리고 미국의 대중동 전략, 나아가 유가에 어떤 나비효과가 될지 우리는 시뮬레이션 해볼 도리가 없다. 지금은 확실히 ‘불확실성의 시대’다.


중국 제조업 PMI 지수, 부동산 리스크 예의 주시해야

“하락세 뚜렷, 수출·증시도 어렵다”
지난 10월 말~11월 초에 열린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상당수가 4분기 실적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불안한 전망을 쏟아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ST마이크로, 사이프레스 등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들은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산업용 및 자동차, 컨슈머, 가전 부문 등 거의 전 산업에 걸쳐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AMD, 엔비디아 등 메모리 및 컴퓨팅 관련 반도체 업체들도 미·중 무역갈등으로 수요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IT 자이언트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향후 실적에 대해서도 이전에 비해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미국의 중국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의 대미 수출 실적은 의외로 ‘매우 양호’하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수출에 대한 고관세율(25%)이 시행되기 이전에, 오히려 미국 쪽에서 물량을 최대로 당겨 수입하려는 시도 때문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G20에서의 무역갈등 휴전 선언으로 약 3개월간의 시간을 벌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고관세율이 시행되면 이른바 중국의 수출 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견조한 수출 데이터와 달리 중국의 11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 지수)는 50.0으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6년 7월(49.9)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심지어 중국 당국도 중국 경제 상황의 하방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제조업 PMI는 코스피와도 상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계속 주시해야 하는 주요 변수다.

중국 제조업에도 경고등이 켜졌지만, 더 큰 문제는 부동산이라는 지적이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투자액은 지난 2018년 3월부터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달러 표시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이 연초 대비 두 배 수준인 11%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런 가운데 2019년 1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채권 규모가 18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2019년에는 많은 중국 부동산 업체가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문제야말로 중국 경제의 진정한 뇌관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중국이 스마트폰 등 IT 제품의 최대 수요처라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의 부동산 문제는 2019년 글로벌 IT 수요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2019년 스마트폰 시장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스마트폰 시장도 만만치 않게 좋지 않았다. 따라서 스마트폰 관련 반도체 수요의 둔화 정도는 시장에서 걱정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2018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4.5억 원대로 전년 대비 역성장(-4%)이 예상된다. 스마트폰 출하량의 역성장은 사상 처음이다. 몇몇 신흥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신규 스마트폰들의 디자인 및 성능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는 부족하다. 제품 교체 주기가 훨씬 길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아이폰 등의 중고폰 수요도 신규 스마트폰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별로는 인도를 제외한 중국, 북미, 서유럽, 라틴 등 거의 전 지역에서 전년 대비 스마트폰 출하가 줄어들었다. 선진 시장이나 이머징 시장, 그리고 지역을 불문하고 스마트폰 수요는 부진한 셈이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은 여섯 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출하량이 감소했다.

2019년에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출시하는 등 일부 폼 팩터(컴퓨터 하드웨어 크기, 구성, 물리적 배열 등)의 변화가 시도될 예정이지만, 기능적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가격 부담도 클 것으로 예상돼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서버·데이터센터 시장도 마냥 믿기 힘들어

서버 및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한 시장조사 기관들과 반도체 업체들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매크로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기적이거나 일시적인 영향은 받을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빅데이터, AI 관련 수요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주된 시각이다.

이런 중장기 전망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인터넷 빅4(AMZN, GOOG, MSFT, FB) 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3분기 소폭 감소한 사실을 무시할 순 없다. 구글의 설비투자 축소로 2분기에 이미 4사 합계 설비투자 금액이 전 분기 수준에 그친 데 이어, 3분기에는 우려한 대로 결국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중장기 성장 전망은 ‘기대’로 기울어져 있지만, 당장의 설비투자 감소에 따른 또 다른 변화도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의 IT 굴기 저지에 나서면서, 글로벌 IT 자이언트들은 예정한 투자를 더는 진행하지 않고 당분간 관망하자는 쪽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따라서 최소한 4분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데이터센터와 서버 관련 반도체 수요는 급격하게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은 기대감이 워낙 낮아 수요 부진에 따른 충격도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와 서버는 그동안 반도체 수요의 단단한 버팀목이었다는 점에서 그 심리적 충격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 냉각되는 가운데, 실제로 한국 반도체 수출액 증가에도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서 발표한 2018년 11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11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06.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으나 전월비로는 7.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6.7%)에 이어 2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수출액이 감소한 것인데, 2개월 이상 연속으로 시장 규모가 줄어든 것은 2016년 2월 이후 33개월 만의 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매출 줄어들면 수출에도 직격타

전년 대비 성장률은 아직까지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률 둔화 기울기는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이르면 2019년 1월부터 반도체 수출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업계의 수요 상황을 점검한 결과, 2018년 4분기~2019년 1분기에 걸친 수요 감소 정도는 당초 예상한 감소 폭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의 실적 눈높이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려스러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하락 국면은 비교적 완만한 다운턴(하강 국면)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쯤에서 과거 다운턴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90년 이후 메모리 다운턴은 (A)1996~1998년, (B)2000년 말~2001년, (C) 2007~2008년, (D) 2011~2012년, (E) 2015~2016년 초 등 총 다섯 차례 있었다. 이 중 마지막인 (E)구간을 제외한 이전 네 번의 다운턴에서는 ▲설비투자의 급증 또는 ▲투자부담률의 상승이라는 경고신호가 반복됐다. (A)와 (B) 구간에서는 두 가지 시그널이 동시에 나타났고, (C)와 (D) 구간에서는 둘 중 하나의 시그널만 포착됐다. 그러나 (E) 구간의 경우에는 두 가지 경고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았다. 덕분에 해당 다운턴은 매우 완만하고 미미한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물론 이 같은 분석이 수학 공식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과거와는 분명 다른 패턴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메모리 하락 사이클 또한 급격한 다운턴보다는 완만한 다운턴으로 진행될 가능성 크다. 다만 고정비 부담이 매우 높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완만하다’는 정도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서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업턴의 상승 폭이 (E)의 경우보다는 훨씬 컸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E) 구간에서의 다운턴보다는 하락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 과거 대비 반도체 사이클의 진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기술적인 난도 상승으로 산업 전체의 공급 조절 능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메모리 다운턴의 매출 감소 폭은 연간으로는 15% 내외, 분기로는 30% 내외의 매출 감소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2019년 반도체 수출 마이너스 진입 예상

2017년 기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 대비 반도체 시장 규모의 비중은 약 0.5%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GDP 대비 반도체 수출 비중은 무려 6.7%에 달한다. 이 비중으로만 보자면,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전 세계 평균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결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위축은 2019년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2018년 11월 기준 반도체 수출은 1178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 5572억 달러의 21.2%를 차지한다. 2019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15%가량 줄어든다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또한 비슷한 수준의 감소 폭을 기록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반도체의 2019년 수출 기여도는 -3%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우리나라 수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반도체가 차지했다는 점에서 새해에는 한국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 점쳐도 무리가 없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8년 코스피 200 구성 종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무려 43%에 달한다. 영업이익 증가 기여도는 거의 100% 수준이다. 코스피 200 종목의 영업이익 합계는 2017년 178조 원에서 2018년 196조 원으로 약 18조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영업이익 합계는 2017년 67조 원에서 2018년 85조 원으로 역시 약 18조 원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의 2019년 반도체 부문 매출은 10~15% 감소가 예상되며, 영업이익은 2018년 대비 약 20~2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규모로는 17조~18조 원 안팎이 될 것이다. 나머지 198개 종목에서 이익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모르겠으나, 2019년 코스피 200의 이익 합계는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2019년 주식시장 역시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다.




신동아 2019년 1월호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swlee6591@eugen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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