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호

[유통 인사이드] 대기업·노조의 과녁 된 ‘벤처 공룡’ 쿠팡

6조 원 매출 코앞에서 협공에 직면하다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19-07-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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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가 ‘쿠팡 공부’ 열기 뜨거워

    • 쿠팡, 11번가, G마켓 합병 가능성까지 제기

    • 집중포화에 쿠팡도 정면 대응 분위기

    • 달라진 위상 걸맞게 대응체계 갖춰야

    로켓배송으로 영향력을 확장한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 원을 넘겼다. 올해는 매출이 6조 원을 넘어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 육박할 전망이다. [쿠팡 제공]

    로켓배송으로 영향력을 확장한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 원을 넘겼다. 올해는 매출이 6조 원을 넘어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 육박할 전망이다. [쿠팡 제공]

    ‘로켓배송은 어디로 날아가고 있을까’ ‘쿠팡의 질주, 하반기 몇 가지 걸림돌’ ‘쿠팡이 주춤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쿠팡이 일으키는 메기효과’. 

    요즘 증권가에서는 쿠팡에 대한 공부가 한창이다. 통상 증권사들이 내놓는 리포트는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상장사를 다루는 게 대부분인데, 쿠팡은 비상장사인 데도 관련 리포트가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비상장사를 다루는 탓에 리포트 내용을 두고는 다소 ‘빈약하다’는 평이 많다. 상장사는 경영 활동에 대해 정보를 공개한다. 또 증권사 연구원들과도 소통하고 있어 다양한 분석이 이뤄질 여지가 많다. 쿠팡은 그렇지 않다. 쿠팡에 대한 정보는 고작해야 1년에 한 번씩 내놓는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대략적인 실적밖에 없다. 쿠팡 측에서도 쏟아지는 증권가 리포트에 대해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그들의 추측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실정이다.

    이커머스 업계 대변혁?

    상황이 이런데도 증권가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쿠팡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국내 e커머스 시장, 더 나아가 유통업계는 이제 쿠팡을 빼놓고 설명하기가 어려워졌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얼마 전 한 리포트에서 쿠팡의 향후 방향성을 예측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이마트 주가가 상장 이후 최저점까지 하락했다. 이 업체들에 공통적으로 발생한 사업 환경 변화는 ‘온라인화’다. 온라인 플랫폼 확대에 따른 구조적인 시장점유율 및 실적 저하 우려가 밸류에이션 하락 요인이다. 그 온라인 플랫폼 확대 현상의 한가운데 쿠팡이 있다.” 

    박 연구원은 그러면서 “쿠팡으로 인해 국내 e커머스 업계에 ‘대변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과감한 전망을 내놔 업계에서 이슈가 됐다. 그의 주장을 살펴보면 요즘 시장에서 인식하는 쿠팡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확인해볼 수 있다. 

    그는 “올해 말 쿠팡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 이후의 ‘액션’에 대해 예상하고 있다. 쿠팡의 최대주주로 알려져 있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그간 행보 등을 따져보면 경쟁사인 11번가, G마켓 등과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박 연구원의 생각이다. 소프트뱅크가 갖게 될 합병 법인 지분율이 높지는 않겠지만, 대주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야말로 ‘쿠팡발(發)’ 업계 재편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쿠팡이나 11번가, G마켓 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항변한다. 해당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 간 합병을 한다고 해서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며 “1플러스 1이 2나 3이 되는 게 아니라 되레 0.5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쿠팡이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가 경쟁사들에 위협적’이라든지, ‘손 회장이 추가 투자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등 다양한 관점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공공의 적

    쿠팡에 대한 관심은 국내 유통업계 내부에서도 부쩍 늘었다. 우선 쿠팡이 내놓는 서비스와 가격이 일종의 기준점이 될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얼마 전 e커머스 업체인 위메프는 ‘C사와 식품 가격 비교 결과 공개’라는 보도자료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물론 C사는 쿠팡이다. 위메프는 “자사 식품 카테고리 매출 1~50위 상품 가운데 74%인 34개가 C사 상품보다 저렴하다”고 홍보했다. 또 “생필품 카테고리 상품 가운데 C사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있으면 차액의 200%를 보상해주겠다”는 공세적 마케팅까지 펼쳤다. 

    롯데마트도 ‘극한 가격’이란 타이틀로 E대형마트, C온라인사와 비교해 매일 최저가로 가격을 변경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E대형마트는 이마트, C온라인사는 쿠팡을 지칭한다. 

    여기까지는 쿠팡 입장에서 꼭 나쁠 것만은 없는 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과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는 것은 그만큼 쿠팡이 ‘잘나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유통시장에서 한 업체를 무작정 ‘띄워줄’리 없다. 쿠팡은 경쟁 업체는 물론 입점 업체, 노동조합 등에 말 그대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마치 유통업계의 ‘공공의 적’이 된 듯한 분위기다. 

    우선 쿠팡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단골손님이 됐다. 경쟁사와 입점 업체가 줄줄이 쿠팡을 신고해서다. 위메프의 경우 “자사가 최저가 정책을 펼치자 쿠팡이 납품 업체들을 압박해 위메프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쿠팡이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영업을 하면서 음식점에 배달의민족과 맺은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이어 쿠팡 입점 업체인 LG생활건강 역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이 ‘상품 반품’과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배타적인 거래 강요’ 등을 금지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일삼고 있다”는 게 LG생활건강 측 주장이다. 

    국산 시계업체들이 “쿠팡이 ‘짝퉁’ 시계를 유통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유명 시계 브랜드의 모조품 550여 종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데 쿠팡이 이를 방치했다”며, “국산 시계업체들이 이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른바 ‘쿠팡맨 노조’의 경우, “임금이 수년간 동결됐고,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쿠팡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으로 지난해 설립됐다.

    쿠팡의 정면 대응

    유통업계에서 경쟁사 간 비판이나 입점 업체들의 불만, 노조의 시위 등이 종종 터져 나오기는 하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한 업체를 지목하는 분위기는 이례적이다. 당연히 쿠팡에 이목이 쏠렸다. 쿠팡은 난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온라인 쇼핑업체 중 하나였던 쿠팡 처지에서도 이런 상황은 처음 맞닥뜨렸을 테니 말이다. 

    그간 논란에 공식 대응을 자제하며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던 쿠팡은 이번만큼은 정면 대응을 선택했다. 출입기자들에게 ‘설명 자료’라는 이름으로 최근 논란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하고 나선 것. 쿠팡은 먼저 입점 업체인 LG생활건강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쿠팡 측은 “LG는 쿠팡이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LG생활건강이 이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라며 “쿠팡은 468조 원 규모의 국내 소매유통시장에서 4조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여러 유통사 중 한 곳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쿠팡은 부당하게 상품을 반품하지 않는다”며 “확인 결과 해당 건은 쿠팡이 주문 취소 의사를 밝힌 3일 뒤 LG생활건강이 발주 취소를 인식하고도 약 40만 원어치의 상품을 당사로 임의 발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에 대해서는 “양사 계약에서 이미 논의된 정당한 광고 상품 판매”라며 “쿠팡은 국내 최대 트래픽을 가진 e커머스 1위 업체로 상품 광고 효과가 높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그러면서 “논란이 발생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고객들에게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공급업체에는)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공급 업체의 경우는 더 비싼 값을 요구하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커진 몸집에 적응해야

    위메프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내놓는다. “공급사와 가격협상을 벌일 뿐이지 경쟁사에서의 판매 중단 등을 초래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쿠팡맨 노조에 대해서는 “쿠팡이 일하기 힘든 곳이라는 쿠팡 지부의 주장과는 달리 쿠팡맨은 계속 늘고 있다”며 “쿠팡맨이라는 일자리는 전국 각 지역에서 좋은 직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쿠팡 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쿠팡은 LG생활건강 같은 기업에 ‘갑질’을 할 정도로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다 ▲입점 업체의 가격을 낮추거나 상품 광고를 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한 경제활동이다 ▲쿠팡맨은 좋은 일자리다. 

    쿠팡의 주장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점도 있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지점도 있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격을 낮추는 게 과연 정당한 경제활동으로만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쿠팡이 잘못한 일도 있을 거고, 일부는 경쟁사와 공급 업체의 과한 주장도 있을 터다. 세세한 잘잘못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가려줄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세세한 잘잘못이 아니라 다른 데에 있다. 왜 유독 쿠팡에 이런 관심과 비판이 쏟아지느냐 하는 점이다. 공급 업체에 대한 ‘가격 후려치기’ 논란은 쿠팡뿐 아니라 어느 유통업체에도 있기 마련이다. 시계업체들이 주장한 짝퉁 시계 논란도 마찬가지다. 판매자가 입점 형태로 제품을 파는 모든 ‘오픈마켓’은 이런 짝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통업체는 ‘플랫폼’만 제공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감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아마존 역시 짝퉁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몸집이 급속하게 커진 만큼 이런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생 업체로 주목받았을 때는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일도 이제는 이슈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쿠팡이 달라진 위상에 맞는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와의 관계 설정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주요 대기업은 노사 갈등으로 때마다 입길에 오르기 마련이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협의해나가느냐가 기업의 지속력과 경쟁력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조2400억 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가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한 20억 달러 투자 결정 이후 도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그룹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쿠팡 제공]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가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한 20억 달러 투자 결정 이후 도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그룹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쿠팡 제공]

    얼마 전 일본 소프트뱅크는 주주총회에서 쿠팡의 올해 매출을 약 6조 2400억 원가량으로 전망했다. 이는 쿠팡의 올해 1분기 실적(매출 1조5600억 원)을 연간으로 환산한 수치다. 국내 2~3위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7조 6600억 원)와 롯데마트(6조3170억 원)의 연간 매출액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정부의 규제와 압박, 경쟁사와 입점 업체들의 ‘경계’(때로는 부당한 비판까지 포함해서) 속에서 영업해야만 한다. 마음먹은 대로 영업하기가 쉽지 않다. 무조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도록 두기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쿠팡이 처한 상황도 같다. 지금이야말로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의 ‘진정한 강자’로 올라설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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