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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술 DNA’가 비결

효성그룹 사상 최대 실적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술 DNA’가 비결

  • ● 매출 2.3%(12조4585억), 영업이익 58.3%(9502억) 증가
  • ● 34곳 글로벌 법인과 과감한 R&D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술 DNA’가 비결

축구장 90개 넓이의 베트남 동나이성(省) 효성 공장. 이곳에서 생산하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는 ㈜효성을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사진제공·효성그룹

효성그룹이 요즘 같은 불황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비결이 뭘까. 위기를 기회로 만든 효성 DNA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신흥국 경제위기 가능성 확대,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일로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효성은 매출 12조4585억 원, 영업이익 9502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13년 4859억 원을 올린 데 이어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향상된 실적을 냈다.
효성은 개별 기준 부채비율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차입금은 줄고 이익은 늘어나면서 사업 지주사 ㈜효성의 부채비율은 2013년 203.4%에서 159%로 44.4%포인트 줄어 2009년(128.1%)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으로도 2013년 402.4%에서 2015년 303.6%로 2년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全 사업 부문 고른 성장

이 같은 실적은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세를 보인 데다 무엇보다 해외법인 투자에 따른 성과가 컸기에 가능했다. 특히 전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성장하면서 섬유 등 특정 사업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점이 눈에 띈다. 2014년엔 섬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 데 비해 지난해에는 섬유 부문 비중이 44%로 줄었다. 대신 중공업 부문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을 비롯해 산업자재, 화학, 건설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해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섬유 부문에선 세계시장 점유율(31%) 1위인 스판덱스가 기술 개발과 차별화 제품 확대, 해외법인 증설, 공정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 호조세를 지속해가고 있다. 효성은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원사도 제품 차별화와 원료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좋아 올해도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자재 부문에선 타이어 산업의 경쟁 과열, 타이어 보강재의 공급 과잉에도 기술적 우위와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판매량 확대로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간 게 주효했다.
화학 부문의 경우 PP(폴리프로필렌)/DH(탈수소화) 사업에서 원재료 가격 약세가 지속된 데다, 수익성 높은 제품의 수출이 늘어 수익이 향상됐다. 특히 울산의 DH 증설공장이 가동되면서 원재료 공급 안정성 및 수익성 기반이 확보됐다. 반도체 세정가스인 NF3(삼불화질소) 사업에서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시장의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했으며, 올해에는 한국 및 중국 공장 증설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공업 부문은 고수익 위주의 선별적 수주와 환율 영향 등으로 수익이 개선됐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및 스태콤(정지형 무효전력 보정장치) 등 신사업 확대 추진 등에 힘입어 전년 영업이익(52억 원) 대비 2800%(1522억 원) 이상 늘어났다.
건설 부문 역시 ‘효성해링턴플레이스’ 등 새 브랜드 론칭 효과와 민간주택사업 경기 호조 및 양질의 수주 호조세 등으로 매출 및 수익이 증대됐다.
효성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 2가지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다. 스판덱스 ‘크레오라(creoraⓇ)’는 중국, 터키, 베트남, 브라질 등지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31%를 차지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넘버원 제품이다.



‘효자’ 스판덱스·타이어코드

효성은 1992년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한 이후 지속적으로 스판덱스 부문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과 판매에 주력해왔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업체들의 난립과 물량 공세로 중국 및 국내 스판덱스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그 와중에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효성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제품에 대항해 가격보다는 차별화한 기능성 제품 개발에 매진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를 확대함으로써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세계시장 점유율 45%로 부동의 세계 1위 제품인 타이어코드(타이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섬유재질의 보강재)가 속한 산업자재 부문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60% 이상 늘어나는 실적을 거두면서 효성 주력사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효성의 타이어코드 부문은 한국, 중국, 베트남, 미국, 브라질, 룩셈부르크 등에 둔 현지 생산거점 덕분에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 타이어 메이커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효성의 최대 실적 비결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다. 효성은 핵심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중국, 베트남, 미주, 유럽 등 해외 20여 개의 생산기지를 구축했고, 34곳에 제조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효성은 세계 20여 개 생산기지에서 5조1803억 원의 매출과 3936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1990년대 말부터 성장의 모멘텀을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한 수출 확대’로 잡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조 회장 등 효성의 최고경영진은 임원들에게 “글로벌 현장에 직접 나가 시장의 현황과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할 것”을 거듭 주문해왔다. 해외 생산현장에 세계 어디에나 국내 공장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공급하도록 기술력을 갖추게 했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에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한 효성이 이들 글로벌 제조법인에 생산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받는 로열티만 연간 1000억 원이 넘는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성과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효성의 로열티 수익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효성은 글로벌 제조법인이 벌어들인 수익과 로열티를 국내 R&D와 탄소섬유, 폴리케톤 등 신성장동력 육성과 함께 PP/DH, 필름 등 국내 화학 공장 증설 등에 재투자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섰다.
글로벌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는 베트남 법인이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을 생산하는 베트남 법인은 지난 2007년 설립 이후 약 9억9000만 달러가 투자돼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효성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경영진의 발 빠른 글로벌 투자

효성의 최고경영진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의 중국 생산 법인에서 인건비, 토지세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보고 베트남을 전략적 기지로 키워야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것이 지금의 성과로 나타났다. 효성은 베트남 법인이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효성은 베트남 법인의 로열티 수익을 고스란히 국내 R&D 및 신규 사업에 재투자하고, 이를 위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는 등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 민간기업들의 R&D 투자는 역사가 길지 않다. 그중 국내 최초의 민간기술연구소로 꼽히는 것이 1971년 설립된 효성그룹의 기술연구소(현 효성기술원)다. 최고경영진의 원천기술 확보 의지에 따라 효성은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스판덱스와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사업을 이끌어왔다. 또한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탄소섬유, 폴리케톤, NF3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통한 경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들 분야의 연구 개발 및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R&D는 시간과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데다 실패의 과정을 수없이 거치기 때문에 열정과 인내가 필수조건이다. 실제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세계 1위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사업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효성은 올해에도 안정적 공급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시장 확대, 차별화한 제품 개발 및 마케팅 확대, 저유가 및 환율 효과, 해외법인 수익 확대 등의 영향으로 사업 전 부문에서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 관계자는 “효성은 안정된 포트폴리오, 시장의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어 올해에도 실적 호조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아 2016년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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