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강지남 기자의 국경 없는 쇼핑백

건강식품은 ‘6병·150달러’ 이하로 ‘1일 1쇼핑몰’에서만!

관세를 피하는 방법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건강식품은 ‘6병·150달러’ 이하로 ‘1일 1쇼핑몰’에서만!

1/2
  • ● 미국은 200달러, 다른 나라는 150달러까지 면세
  • ● 관세청은 직구를 좋아해?…‘편의’ 높여 ‘유통’ 개선
  • ● 자가 사용 기준, 합산과세 등 유의해야
건강식품은 ‘6병·150달러’ 이하로 ‘1일 1쇼핑몰’에서만!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는데, 1990년대 여고생들은 으레 휴대용 반짇고리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한 손으로 감싸 쥘 수 있는 둥글고 납작한 반짇고리에는 작은 가위와 바늘, 몇 가지 색의 실, 옷핀 등이 들어 있고 심지어 오레오 쿠키 반쪽만한 작은 거울까지 달렸다. 교복 단추가 떨어지거나 ‘교련 붕대’ 가장자리 ‘오바로꾸(overlock, 휘갑치기)’가 풀어지면, 반에서 바느질을 가장 잘하는 친구가 엄마인 양 호들갑을 떨며 반짇고리 뚜껑을 열곤 했다.

‘그’의 책상에 놓인 작고 납작한 플라스틱 케이스를 발견한 나는 추억의 반짇고리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의 두툼한 손가락이 상자 뚜껑을 밀어 올렸을 때 그 안을 가득 채운 것은 실과 바늘이 아니라 빨강, 초록, 노랑, 하양…갖가지 색깔의 작은 알약들이었다. 그것들은 뭐랄까, ‘세계’와 ‘인체’의 축소판이었다. 해외직구로 공수된 건강보조식품들.

신진대사와 해독 작용에 도움을 준다는, 하와이 코나해변 해양심층수에서 재배한 천연 스피룰리나(Spirulina, 해조류의 일종), 간세포 재생을 촉진한다는 밀크 시슬(Milk Thistle, 엉겅퀴), 기억력 개선 등 두뇌 기능을 강화한다는 포스파티딜 세린(Phosphatidyl Serine), 눈 건강에 좋다는 빌베리(Bilberry)와 루테인(Lutein)…. 건강보조식품계의 ‘입문’ 단계라 할 종합비타민, 오메가3, 코큐텐(CoQ10)도 물론 들어 있었다(코큐텐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고 알려졌다).

그는 영문학과 출신이고, 그의 아내는 의사다. 그런데 온 가족 건강보조식품을 ‘항공기를 띄워’ 확보하는 임무는 그가 맡는다. 제품 라벨을 보며 하루 복용량, 원료 생산지,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함유 유무 등을 따지고, ‘대두(大豆) 성분으로 만든 포스파티딜 세린의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는지’ 영문 논문을 뒤질 때 그는 대학 때 전공을 십분 활용한다.



무료 배송이냐 免稅냐

남자임에도 그가 해외직구를 즐겨하는 것은 서너 해 전, 한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종합비타민 ‘센트룸(Centrum)’의 미국 판매가가 국내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사실 해외직구 하는 남자, 의외로 많다. 이 점은 다음 기회에 다뤄본다). 이후 그는 ‘아이허브’ ‘뉴트리25’ ‘비타마당’ 등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건강보조식품을 주문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에선 신체 부위별, 성분별, 연령 및 성별로 적합한 건강보조식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해외직구는 저렴하다는 것 말고도 장점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그가 온 가족 건강보조식품 구입에 쓰는 돈은 월 15만~20만 원. 그런데 이 적지 않은 ‘가계 부담’에 부담을 더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관세 부과 사건’이다.

때는 지난해 여름. 그는 ‘뉴트리25’에서 건강보조식품 3병을 샀다(₩86,000원). 그리고 이튿날 할인행사를 한다는 소식에 ‘비타마당’에 들어가 다른 종류의 건강보조식품 4병을 더 주문했다(₩121,600).

일주일 후. 기다리는 물건은 오지 않고, 낯선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송장번호 606160995XXXX / ○○은행 / 268-723-784-△△△△ / 청구금액 42,090 / 관세법인 □□’

“스팸 문자인가 해서 무시했지 뭐.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도 물건이 안 와서 ‘뉴트리25’에 전화를 걸었어. 그때 알았다니까. 서로 다른 업체에서 주문한 각각의 상품이 인천공항에 같은 날 도착하면 한 건으로 취급된다는 걸….”

건강보조식품은 최대 6병, 그리고 총 구매금액 150달러 이하까지 면세된다. 그런데 몇 군데 쇼핑몰에서 나눠서 주문한 것이, 동일한 날짜에 인천공항 세관검사장에 도착하면, 모두 합해 한 건으로 취급된다. 즉, 그는 하루의 시차를 두고 두 군데 쇼핑몰에서 각각 ‘6병 이하, 150달러 이하’로 구입했지만, 이 두 업체에서 각각 보낸 물건이 하필이면(!) 같은 날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바람에 ‘7병, 20만7600원’으로 간주 ‘당했다’. 따라서 면세 한도를 명백하게 넘어섰으므로 관세 및 부가가치세(부가세) 부과 대상이 됐다. 그리하여 그는 총 구매금액의 20%에 해당하는 4만2090원을 송금하고 나서야 공항에 ‘억류’된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었다.

해외직구의 관문은 여럿이다. 외국어 ‘허들’을 넘고, 배송 방식(업체의 직배송이냐, 배송대행지 이용이냐)을 택하고, 국제배송료를 감당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마지막 관문은 ‘관세’다. 한 푼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해외직구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인데, 관세를 물면 해외직구로 누리는 ‘가격 차이’의 이점을 상당 부분 훼손당하고 만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집 근처 약국에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나도 한 번 ‘당한’ 적이 있다. 무료 배송 혜택을 받아보겠다며 200달러어치 넘게 샀다가, 우체국 아저씨한테서 손꼽아 기다리던 새 봄옷 대신 세금청구서를 받은 것이다. 따져보니 차라리 블라우스 한 장 덜 사고 배송료를 부담하는 게 나을 뻔했다. 배송료는 20달러가량인데, 세금은 4만5000원이었다.



유통구조 개선 ‘촉매제’

건강식품은 ‘6병·150달러’ 이하로 ‘1일 1쇼핑몰’에서만!

인천공항 세관검사장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해외직구로 들어온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동아일보

해외직구의 세계에서도 아는 게 힘, 아니 돈이다. ‘관세 기습’을 받은 그도 ‘입항일 태클’을 알았더라면 두 번째 쇼핑몰에서의 구매를 이틀 정도 뒤로 늦췄을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입항일이 달라져 과세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4만 원이면 장 건강에 도움 되는 유산균 100억 마리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를 한 병 사고도 1만5000원 가량이 남는다(60캡슐짜리가 아이허브, 뉴트리25 등에서 2만5000원 안팎). 참고로 국내에 공식 수입업체가 있고 대형마트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G○○’에선 90캡슐짜리 프로바이오틱스가 1병에 9만9000원이다.


1/2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건강식품은 ‘6병·150달러’ 이하로 ‘1일 1쇼핑몰’에서만!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