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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대기업’ 열전|③ 하림

‘곡물에서 식탁까지’ 야심 ‘80% 자사주’ 향방 주목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곡물에서 식탁까지’ 야심 ‘80% 자사주’ 향방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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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자산 총액 9조9100억…새 대기업 기준(10조) ‘턱밑’
  • ● 매출 7조, 97개 계열사…육류, 사료, 해운 등 다각화
  • ● 치킨게임에 빠진 육계 시장…“시장원리 맡겨야”
  • ● “사실상 승계작업 끝났다” “장남은 아직 학업 중”
‘곡물에서 식탁까지’ 야심 ‘80% 자사주’ 향방 주목
공정거래위원회가 6월 8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오는 9월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하림그룹은 카카오, 셀트리온 등 ‘동기생’들과 함께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 대기업 기준이 자산 총액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상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림은 조만간 다시 대기업집단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하림그룹 자산 총액은 9조9100억 원으로 이미 새 기준선 턱밑까지 와 있기 때문이다. 자산 총액이 아직 5조 원대에 머무는 카카오, 셀트리온과는 사정이 다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대기업에 들지 않으려고 성장을 멈출 순 없는 노릇이라 조만간 다시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판 카길’ 도전장

‘하림’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닭고기, 창업주 ‘김홍국’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병아리다. 11세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은 김홍국(59) 회장은 1986년 (주)하림식품을 설립한 지 30년 만에 하림을 국내 최초의 축산 전문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하림은 이미 ‘닭고기’를 넘어선 지 오래다. 2001년 사료를 시작으로 오리, 돼지, 한우 사업에 뛰어들었고, NS홈쇼핑을 설립해 홈쇼핑 사업을 개시했다. 지난해 6월에는 팬오션을 인수하고 해운업에도 진출했다. 신규 회사 설립 및 다양한 인수·합병으로 사업 부문과 규모를 확장해나간 것이다. 하림의 매출 구성을 보면 가금(닭·오리) 부문은 전체 매출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24%). 사업 부문은 해운 28%, 사료 23%, 양돈 15%, 유통 7% 등으로 다각화됐다.

하림은 국내 58개, 해외 39개 등 97개 계열사에 임직원 1만4000여 명을 거느린다. 주요 계열사로는 하림, 팬오션, NS홈쇼핑, 천하제일(사료), 선진(양돈), 팜스코(사료 및 조제식품) 등이 꼽힌다. 지난해 총매출은 7조 원으로 최근 5년 새 1.8배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220억 원이다.

지난해 하림이 팬오션 인수에 성공한 것은 재계의 큰 뉴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해운업 경험이 전혀 없는 축산기업이 자신과 덩치가 비슷한 해운사를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하림은 벌크선(곡물, 원자재 수송선)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팬오션을 통해 ‘한국판 카길’이 되겠다는 비전을 내비친다. 카길은 세계 최대 곡물회사로 직접 곡물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자사가 보유한 벌크선으로 전 세계 시장으로의 유통까지 소화한다.  

한국은 곡물 자급률이 24~25%에 불과하다. 특히 사료용 곡물은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곡물을 사와 국내에 공급하는 ‘한국 기업’은 없다. 글로벌 곡물 유통 사업은 카길을 비롯한 다국적기업과 일본 대형 상사들의 몫이다. 하림 관계자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내 곡물유통사가 꼭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림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의 팬오션은 곡물 수송뿐만 아니라 구매와 판매에도 도전한다. 팬오션은 지난 2월 직접 구매한 남미산 옥수수 7만1500t을 인천항에 하역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연간 600만t의 곡물을 트레이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국내 연간 사료용 곡물 수입량의 40%가량이다.



치킨회사의 치킨게임

하림은 신규 사업인 곡물 유통에 대해선 투지를 불태우지만, 기존의 닭고기 사업에 대해선 다소 관망하는 태도다. 최근 국내 육계(肉鷄) 시장은 ‘치킨회사들의 치킨게임’이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농어민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육계 값은 대닭 기준 900원(kg당)으로, 지난 7년간 5월 평균 가격인 1486원의 60% 수준이다. 생산비 1200원보다 300원이 모자라는 가격이다. 이에 (주)하림을 비롯한 닭고기 회사들은 영업이익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형편이다. 시장점유율 29%로 업계 1위인 (주)하림도 최근 3분기 동안 82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원인은 과당 경쟁에 따른 과잉 공급. 하림, 동우, 체리부로, 사조 등 닭고기 회사들이 과잉 공급 상황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것이다. 이에 농가들은 “시장을 이렇게 만든 건 그들인데, 피해는 농가가 입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현재 국내 양계업은 93%에 달하는 양계농가가 특정 닭고기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닭을 키워 납품한 뒤 위탁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위탁수수료는 2012년 대비 10.2% 인하됐으며, 비품(완전한 상품으로 팔 수 없는 육계) 처리 비중은 같은 기간 12.6% 증가했다(비품이 많을수록 농가가 받는 위탁수수료는 줄게 된다, ‘닭고기 수급 불균형과 파급 영향’, KERI 농정포커스, 2015년 12월).

양계협회 등은 종계(병아리를 낳는 어미닭) 규모를 줄여 닭고기 생산량을 줄임으로써 시장을 정상화하자고 주장한다. 이홍재 양계협회 육계분과위원장은 “하림 등 닭고기 회사들이 이런 제안에는 반대하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림 관계자는 “과거의 종계 감축 시도가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않았고, 병아리 수를 줄여놓으면 자칫 수입산이 시장을 장악할 우려도 있다”며 “시장원리에 맡기자는 것이 하림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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