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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마을’로 진격한 청풍상회 총각들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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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 3년도 안 돼 ‘화덕식당’ ‘아삭아삭 순무민박’ ‘커뮤니티 펍’ 세 곳으로 ‘계열사’를 늘렸다. 강화도에서 ‘청풍(靑風)’을 일으키는 게 이들의 꿈이다.
“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조성현, 김토일, 이충현, 유명상, 신희승 씨(왼쪽부터)

뒷자리가 2, 7로 끝나는 날 강화풍물시장(인천 강화군 강화읍)에 5일장이 선다. 앞마당에 파라솔이 가득 들어찼다면 그날이 장날이다. 특산물인 순무, 쑥, 고구마를 좌판에 내놓은 여인의 표정이 정겹다. 게장, 새우젓 등 해산물, 맛깔스러운 젓갈이 외지인에게 잘 나간다. 직접 짠 화문석과 공예품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만물상이 따로 없다. 밴댕이무침을 곁들인 약쑥시래기밥이 군침을 돌게 한다.

강화풍물시장은 오랜 전통을 가진 강화장의 맥을 잇는다. 2007년 신식 상가를 신축했다. 상설 시장이면서 5일마다 장이 서는 정기 시장. 볼거리, 살 것,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표주박 국자, 짚으로 엮은 달걀 바구니를 만지작거리는 아이 표정이 앙증맞다. 시장 건물 2층은 식당가다. 아바이순대, 머리 고기를 내는 국밥집, 밴댕이회가 전문인 간이식당 등이 침샘을 자극한다. 칼국수·수제비 집에선 순무김치를 낸다.   

식당가 한켠에서 고소한 냄새가 난다. ‘화덕식당’. 상호대로 화덕에 피자를 굽는다. 유명상(32), 이충현(26), 조성현(29), 신희승(27), 김토일(26) 씨가 의기투합한 ‘청풍상회’가 차린 첫 가게다. ‘밴댕이 피자’와 ‘강화 속노란 고구마 피자’는 지구상에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4월 고려산 진달래 축제 때는 ‘진달래 피자’도 냈다. 청풍(靑風)은 ‘재래시장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뜻이다.

유명상 씨는 인천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했다. 신희승 씨는 힙합 래퍼다. 조성현 씨는 아파트 단지를 돌며 건어물을 팔았다. 이충현 씨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토일 씨만 강화도 토박이로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관광·통역 일을 했다. 2013년 이 다섯 청년이 청풍상회를 창업했다. 중소기업청이 공모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청년창업 프로그램’이 도움을 줬다.  



재래시장에 靑風 불다 

청풍상회는 ‘아삭아삭 순무민박’이라는 간판을 내건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 7월 16일에는 ‘커뮤니티 펍’도 열었다. 공연, 벼룩시장 등 지역 기반 문화사업으로 일을 확장하려 한다. 현재는 강화도에 뿌리를 내리는 단계다. “아직은 버티는 게 목표”라고 힙합 래퍼 신희승 씨가 말했다. 다섯 청년은 숙소에서 함께 먹고 자며 주 4일씩 교대로 일한다. ‘커뮤니티 펍’ 개장을 준비하면서 일이 늘었다.

청풍상회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서로 도와 일하며, 똑같이 나눈다. 상하 관계도 없다. 나이에 따라 서열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유마담’ ‘수퍼두파’ ‘베니스’ ‘엠키’ ‘블랙’ 같은 별명으로 서로를 칭한다. 나이가 가장 많은 ‘유마담’(유명상 씨)이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협동조합을 공부했다. 볼로냐는 시민의 3분의 2가 협동조합에 속했고, 지역총생산(GRDP)의 45%, 사회적 서비스의 85%가 협동조합에서 비롯한다.

협동조합은 개인 소유가 아닌 공동 소유를 지향한다. 볼로냐는 생산, 금융, 복지, 유통,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협동조합을 통해 제공된다. 스페인 몬드라곤도 협동조합으로 이름난 곳인데, 110개 협동조합과 260개 자회사를 거느린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스페인 재계 서열 7위다. 금융기관인 카하 라보랄, 생필품 판매회사 에로스키, 건강보험 등 복지를 제공하는 라군 아로 등이 몬드라곤 협동조합에 속해 있다.  

2012년 한국도 협동조합 기본법을 제정하고 매년 7월 1일과 2일을 ‘사회적 기업의 날’과 ‘협동조합의 날’로 지정했다. 협력과 상생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소상공인이 경기침체라는 시장 상황을 돌파하도록 돕겠다는 게 기본법 제정 취지다. 2012년 기본법 제정으로 5명만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

“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신희승 씨가 반죽한 도우를 화덕에 넣고 있다. [동아일보]

▼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까닭은.  

“청풍상회는 서류상으로는 협동조합이 아닙니다. 영세한 터라 협동조합으로 형태를 바꾸면 복잡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법 규정에 맞춰 운영해야 하거든요. 협동조합으로 등록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는데, 영세 단계에서는 협동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협동조합 형태로만 운영하는 게 훨씬 편해요. 협동조합을 세우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아직은 올바르게 활용할 단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사회적 기업이 아니지만 사회경제적 가치를 지켜가려고 노력합니다. 일례로 시중에서 파는 고구마 무스를 이용하면 피자 만들기가 쉽지만 지역의 생산물을 이용하려고 힘써요. 강화도 특산물인 속이 노란 고구마로 만든 피자는 로컬 푸드잖아요. 밴댕이 피자도 그렇고요. ‘진달래 피자’에 토핑으로 얹은 꽃잎은 이웃 상인들 집의 울타리에서 따왔습니다.”(유명상)    

▼ 요리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수염 거뭇한 청년들이 피자 가게를 열면서 고생이 많았겠네요.

“개고생 했죠(웃음). 동네 개들만 신났더랬습니다. 연습하다 망친 피자가 수북이 쌓였는데, 개밥으로 엄청나게 줬어요. 처음엔 망친 피자를 버렸는데 시장 어른들이 개밥 준다고 가져가셨거든요. 수요 예측을 잘못해 어떤 때는 주문이 밀리고, 어떤 때는 재료가 남아돌았죠.”(신희승)

조성현 씨가 5명 중 유일하게 장사를 해봤다는 이유로 피자 만드는 법을 배워왔다. 2박 3일 과정을 이수했는데 오븐도 아닌 화덕에 피자를 굽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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