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좋은 제품 싸게 팔면 안 팔릴 수 없지요”

‘대중명품’으로 돌풍, 박한길 애터미 회장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좋은 제품 싸게 팔면 안 팔릴 수 없지요”

1/2
  • ● 6년 만에 매출 7000억 돌파…국내 2위 다단계회사
  • ● 전 직원 똑같은 의자에 앉고, 협력업체엔 현금 결제
  • ● 충남 공주에 ‘놀고 먹고 자는’ 사옥 건설 중
  • ● “‘선량한 사업’ 꾸준히 펼치면 다단계 인식 달라질 것”
“좋은 제품 싸게 팔면 안 팔릴 수 없지요”

[홍중식 기자]

애터미(ATOMY)는 국내 2위 다단계 판매회사다. 지난해 국내 매출 7000억 원을 달성해 한국암웨이의 뒤를 이었다.

1959년 미국에서 사업을 개시한 암웨이는 1988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애터미는 그보다 30년 뒤인 2009년 설립된 ‘신생 토종’ 회사다. 불과 6년 만에 선두주자를 바짝 따라붙은 무서운 신예다.

회사 설립 첫해에 250억 원의 매출을 낸 이래 해마다 수직 성장을 거듭한 애터미 창업주 박한길(60) 회장을 충남 공주의 본사에서 만났다. 현재 인근에 사옥을 짓고 있고 지금 본사는 ‘임시 거처’라고 하지만 웬만한 IT(정보통신)기업 못지않게 정성들여 꾸며놓았다. 1층 라운지는 커다란 테이블과 소파, 커피머신, 책이 가득한 책장 등으로 카페 분위기를 낸다. 곳곳에 고릴라, 부엉이 같은 동물인형이 놓였는데, 박 회장은 “직원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왜 다단계 사업을 합니까.

“1992년 호주로 출장 갔다가 우연히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유통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고 수익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되돌려준다는 아이디어가 기가 막히더군요. 그때부터 유통의 미래는 네트워크 마케팅에 있다고 보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주변에선 ‘자석요’를 거론하며 많이들 말렸죠(웃음).”

박 회장은 20년 가까이 월급쟁이 생활을 하다가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처음부터 사업이 잘된 것은 아니다. 그는 “몇 차례 쫄딱 망해 네 식구가 50만 원짜리 월셋방에서 3년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절치부심, 다단계 사업이 이론상으로는 훌륭한데 실제로는 잘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연구하다가 ‘다단계 제품 가격이 사실은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국내 다단계 판매원들을 대상으로 연구해보니 86%가 일을 그만두면 자신이 판매하던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물건이 좋아서가 아니라 수당을 벌기 위해 다단계 제품을 소비했던 거죠. 이러한 ‘투자 성격의 소비’로는 다단계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이런 연구 결과를 가지고 논문(‘네트워크마케팅 회사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연구’, 우송대 경영학 석사논문, 2016년)을 발표했다. 그리고 ‘제품 자체가 좋아서 소비하도록 한다’는 애터미의 철학이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콜마 등의 특허 기술이 들어가 있는 ‘애터미스킨케어 6시스템’은 이 회사의 주력 제품으로 꼽히는데, 토너·아이크림·에센스·로션·영양크림·비비크림 6종으로 구성됐는데도 가격이 7만6500원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가격을 책정할 때 경쟁상대는 다른 다단계 회사가 아니라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로드숍, 인터넷 쇼핑몰 등 일반 유통업체”라고 강조했다.

애터미의 인기 제품 중 하나는 990원짜리 칫솔이다. 박 회장은 칫솔을 출시하기 전에 시중에 판매 중인 칫솔 수십 개를 사다가 몇 달에 걸쳐 직접 사용해봤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칫솔모를 손등에 문질렀을 때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 좋은 칫솔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이렇게 시중에 나온 칫솔들을 모두 체험해본 뒤 그중 가장 품질이 좋은 칫솔을 생산하는 업체와 계약했다. 할인가 1600원인 이 칫솔을 990원에 팔자는 애터미의 제안에 생산업체는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팔릴 수밖에 없는 제품’

“좋은 제품 싸게 팔면 안 팔릴 수 없지요”

박한길 애터미 회장은 “애터미를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중식 기자]

“원료값을 선금으로 주고 생산 라인도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구축하게끔 지원했습니다. 또한 연간 1000만 개를 팔 테니 걱정 말고 납품하라고 했죠. 이 칫솔을 지난해 2000만 개 팔았습니다. 종종 다른 회사 화장실에서 애터미 칫솔을 발견할 정도로 대중화했어요.”

애터미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애터미 헤모힘’ 등 주력 상품 이외에도 마스카라, 샴푸, 주방세제, 키친타월, 감자라면, 간고등어, 팬티스타킹 등 다종다양한 생필품을 판매한다. 모두 직접 생산하지 않고 45개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는다. ‘갑을’ 관계는 모두 칫솔의 경우와 같다. 하나의 제품을 까다롭게 선정한 단일 협력업체로부터만 납품받는다. 원가 절감 노력은 애터미와 협력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한다.

물품 대금은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몇 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주는 일은 없고, 물건이 팔리는 것과 상관없이 주문한 물량 전체에 대해 대금을 지불한다고 한다. 계약 체결 이후 일주일 이내에 물품 대금의 50%를 지급하고, 납품 후 일주일 이내에 나머지를 지급한다.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지 않아야 우리가 좋은 제품을 납품받을 수 있다”는 것이 박한길 회장의 신조다.

“하지만 협력업체가 신의를 저버리면 두말없이 ‘아웃’ 시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치실을 납품하는 회사가 50m짜리 제품이라고 했는데, 제가 직접 치실을 빼서 재봤더니 47m밖에 안 되더군요. 눈속임을 한 거죠. 설마 누가 치실 길이를 다 재볼까 싶어서 속였던 것 같아요.”

▼ 납품받은 물품이 팔리지 않으면 낭패일 텐데요.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팔릴 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품질은 좋고 가격은 싼 제품은 팔리게 돼 있어요. 샴푸, 칫솔, 치약, 휴지 없이 살 수 있나요? 애터미 감자라면은 대형마트보다 쌉니다.”

매출 급신장만큼이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애터미의 판매·관리비가 매출의 8.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내 다단계판매업계 매출 상위 4개사 중 애터미를 제외한 한국암웨이, 뉴스킨코리아, 한국허벌라이프의 판매·관리비는 평균 25.4%로 나타났다. 카드수수료(2.57%)와 택배비(3.3%)를 제한 애터미의 나머지 판매관리비는 3%에 불과한데, 이는 업체 평균 19.5%와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러한 경영 효율과 관련해 박 회장은 “나사를 가장 잘 조이는 사람은 나사가 필요 없는 제품을 만들어 그 일을 없앤 사람”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1/2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좋은 제품 싸게 팔면 안 팔릴 수 없지요”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