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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불신과 분열이 성장 막는다

브렉시트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

  •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불신과 분열이 성장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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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국판 헬조선’이 가져온 브렉시트
  • ● 英 경제 위축 불가피할 듯
  • ● EU의 대책 없는 규제들 개선해야
  • ● 저성장 → 갈등 → GDP 감소 → 저성장, 한국도 예외 아니다
불신과 분열이 성장 막는다

7월 2일 영국 런던 시내에서 영국민 3만여 명이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벌였다.

6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결과는 ‘역사적 실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브렉시트(Britain + Exit)에 따른 경제·사회·정치적 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는 대외환경을 악화시켜 이미 진행 중인 한국 경제의 저성장 추세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 브렉시트의 영향이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지 파악해야 할 때다.

브렉시트를 대외환경 요인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 실수’를 야기한 일자리 부족과 소득 격차, 기존 정당 및 사회지도층에 대한 대중의 불신 등 영국 사회의 ‘내부적’ 요인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똑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선 이러한 내부적 요인에 기반을 둔 ‘분노’가 이번 국민투표에서 EU와 이민자라는 엉뚱한 과녁을 겨냥해 표출됐다. 3D 업종에 종사하는 젊고 일 잘하는 폴란드 출신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실업과 저소득의 원인인 양 적대감을 표출했다. 심화한 갈등이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불러왔고, 그로 인해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졌다.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의 국민투표는 당사자 영국과 EU뿐 아니라 한국 등 세계 각국 경제에 강한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브렉시트는 취약한 세계경제 성장세를 더욱 고착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게리 라이스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6월 30일 “지금 우리는 아마도 세계경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일 수 있는 불확실성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영국의 경제성장을 단기적으로 저해할 수 있고 유럽과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엉뚱한 과녁

브렉시트 결정이 지닌 의외성 때문에 시장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한국의 코스피도 6월 24일 한때 7%가량 빠졌고, 유럽 일부 국가의 주식시장은 10%까지 폭락했다. ‘블랙 스완(Black Swan, 상식과 반대되는 현상)이 출현한 것이다.

브렉시트 결과가 나온 직후 G7 재무장관들은 화상회의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주말에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있는 스위스 바젤에서 60개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모였다. 거의 모든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증시는 단기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한국도 일주일 만에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EU 내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약한 고리’인 남부 유럽의 경우 은행주를 중심으로 폭락한 주가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은 브렉시트의 영향권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글로벌화한 세계경제는 금융과 교역(수출입), 그리고 투자로 상호 연결돼 있다. 금융 부문 중 일부인 주식시장에서 진정세가 나타난 것에 불과하고, 여타 부문의 위험은 이제 겨우 시작되는 추세다.

금융 중에서도 외환시장을 보자. 영국 파운드화는 10% 급락한 상태에서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다. 금융산업 중심지 런던의 위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일까.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런던이 유럽의 금융 수도 기능을 유지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00년간 런던이 발전시켜 온 금융 인프라를 다른 곳이 대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EU 국가 간 금융과 무역결제가 EU 바깥(런던)에서 이뤄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현재 런던의 기능을 프랑스 파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대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 이외의 교역과 투자 전망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간 관계 설정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영국은 현재와 같이 EU 시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 권한을 갖되, 이민과 규제에 관해서는 자국의 주권을 강화하기를 원한다. 영국은 EU 가입국이면서도 단일 통화인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다(EU 가입 28개국 중 19개국이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이고, 영국을 포함한 9개국은 자국 통화주권을 유지한다).



노르웨이·스위스·캐나다 모델

또한 영국은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Shengen Agreement)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 조약의 골자는 국경 시스템을 최소화해 국가 간 통행에 제한이 없게 하는 것. EU 28개국 중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이 가입했다. 단일 통화와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은 궁극적으로 정치적 통합까지 지향하는 EU의 발전 요소인 동시에 이에 따른 문제들 탓에 EU의 통합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관계의 가능한 대안으로 노르웨이, 스위스, 캐나다 모델이 거론된다. 노르웨이는 스위스·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비(非)EU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이다. EFTA가 EU와 유럽경제지역(EEA)을 형성함으로써 노르웨이는 EU 단일 시장에 대한 비교적 완전한 접근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이 아니기에 양 지역 간 상품 거래 시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원산지를 입증해야 하고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일부 비관세 장벽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또한 노르웨이는 분담금을 내는 것은 물론 솅겐 조약에 가입해 EU 회원국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과 이민을 보장한다. 이런 점에서 노르웨이 모델은 영국이 희망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스위스는 EEA에 가입하지 않고 대신 EU와의 양자협정을 통해 EU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는다. 액수가 작긴 해도 노르웨이와 마찬가지로 분담금을 내고 솅겐 조약에도 가입했다. 800만 스위스 인구 중 130만 명이 EU나 EFTA 회원국 이민자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영국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캐나다 모델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캐나다는 캐나다-EU 무역협정(CETA)을 맺어 유럽 시장에 대한 일정한 접근권을 갖되, 이민에 관한 한 전적으로 주권을 유지한다. 하지만 캐나다와 EU의 통합 수준은 EU 내 통합은 물론이고 EU-노르웨이, EU-스위스 간 경제통합보다 제한적이다. 또한 캐나다-EU 무역협정(CETA)은 2007년에 논의가 시작돼 2014년에 타결됐고 아직도 발효되지 않았다. EU 회원국 각각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와 EU 차원에서 비준하면 된다는 견해가 맞서 언제 발효될지 요원하다. 따라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간 관계가 설정되더라도 그것이 비준·발효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표 결과 뭉갠다?

결국 영국이 선호하는 EU와의 관계는 노르웨이나 스위스, 그리고 캐나다 모델 중 어느 것으로도 구현되기 어렵다. 영국이 불만을 가진 현재의 EU 내 지위를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지난 3월 영국 보수당 내 잔류 진영의 필립스 해먼드 외무장관은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연설에서 브렉시트 진영이 EU 탈퇴 후 영-EU 무역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일부러 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영국이 가진 것과 근접한 믿을 만한 선택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그래서인지 국민투표 직후부터 영국이 브렉시트를 번복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 번복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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