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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의 국경 없는 쇼핑백

신종 ‘퍼스널 쇼퍼’ ‘전봇대’는 뽑아주자

‘구매대행’을 아십니까?

  • 강지남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 layra@donga.com

신종 ‘퍼스널 쇼퍼’ ‘전봇대’는 뽑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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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대행업자 한모 씨는 “주요 쇼핑몰들의 운영 행태와 고객들의 구매 후기가 축적되다 보니 고객들에게 ‘다음 주에는 세일에 들어갈 거니 기다려라’ ‘그 브랜드 옷은 한 치수 크게 입는 게 좋다’ 등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됐다”며 “퍼스널 쇼퍼 노릇을 해줄 수 있다는 게 구매대행의 장점”이라고 했다.

구매대행업은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보통 구매금액의 10%를 고객에게 수수료로 청구하는데, 요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한씨는 “구매대행은 유통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라며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정확하고 친절한 서비스로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파트너사와 계약을 맺고 특정 제품 구매대행을 하는 이모 씨는 “구매대행업은 고도의 유통업”이라고 정의했다. 대량 선(先)구매로 납품가를 낮출 순 없지만, 재고 부담이 없고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몸조심, 또 몸조심

해외직구 시대, 한국인이 개발한 이 신종 비즈니스 모델은 최근 국경을 넘어 아시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중국,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권에서 구매대행업체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자 국내 사업자들은 서둘러 ‘역(逆)구매대행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모 구매대행회사 사무실에 들른 적이 있다. 주로 유럽 제품을 취급한다고 해서 어떤 것들을 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사무실엔 컴퓨터와 전화기뿐이었다. 이 회사 김모 대표는 “구매대행업체는 재고를 보유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해외 파트너사에 고객의 집으로 제품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파트너사가 고객에게 바로 제품을 보내주기 때문에 ‘실물’은 볼 일이 없고, 봐서도 안 된다는 것.



우리 정부는 일정 금액 이하 해외직구 물품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준다. 다만 ‘자가 사용’이라는 전제조건이 있다. 직구한 물품을 재고로 보유한다는 것은 판매할 목적이 있다는 의미라 밀수업자로 취급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자가 사용인 것처럼 물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구매대행업자가 상당수 있어 전담 조직을 두고 감시한다”며 “적발되면 추징금, 가산금 등을 부과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검찰 고발도 한다”고 밝혔다.



‘검은 머리’ 해외업체

재고를 보유하다 적발돼 폐업에 이르는 흉흉한 사례가 나오자 구매대행업자들은 극도로 몸조심을 한다. 다음카페 ‘해외구매대행매니아’(cafe.daum.net/globas)에는 각종 법규 관련 문의가 이어진다. 이들은 관련법의 정확한 내용을 알아내기 어렵고, 지키기도 쉽지 않고, 종종 ‘억울한’ 상황도 있다고 전한다. 카페 운영자 김명일 씨는 “전자상거래법, 식품위생법,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전기용품안전관리법 등 여러 법규에서 구매대행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야 하는데, 소관 부처나 기관 등이 여러 군데라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일례로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을 보자. 이 법은 에어바운스(공기를 불어넣는 대형 어린이놀이용품) 등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으로 인한 어린이 사고가 빈발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신설됐다. 이 법에 따르면 어린이 제품을 판매, 혹은 구매·수입을 대행하는 업자는 안전인증 등을 받지 않은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그런데 어린이 제품에는 의류와 신발도 포함된다. 산업자원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인증받은 제품만 구매대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누군가가 인증받아놓은 제품이 아니라면 구매대행업자가 직접 인증을 받아야 한다. 김명일 운영자는 “사이즈가 다른 것은 괜찮지만, 색상이 다른 것은 각각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전자제품도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인증 등을 받은 제품만 구매대행할 수 있다.

이러한 법규에 대한 구매대행업자들의 불만은 높다. 아동의류나 아동신발, 청소기, 커피머신 등은 해외직구족이 즐겨 찾는 품목인 데다 구매대행업의 특성상 ‘다품종 소량’을 취급하기 때문에 건건이 인증을 받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크게 된다는 것이다. 위의 카페에 오른 사연 하나를 보자. “수집가용 희귀 인형을 구매대행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인형은 어린이용품이니까 안전인증을 받아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 인형은 세상에 단 한 개밖에 없는 건데요….”

그런가 하면 건강기능식품을 구매대행하는 사람은 관세청 유니패스(unipass.customs.go.kr)에 들어가  건마다 수입신고를 해야 하고, 화장품을 구매대행하는 사람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일정 교육을 이수한 뒤 ‘화장품 제조판매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매대행업계 관계자들은 “구매대행업자를 포함해 화장품 제조판매업자는 반드시 사업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물품 보관 창고를 갖고 있으라는 뜻이라 구매대행업자가 재고를 보유해선 안 된다는 관세청 법규와 상충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구매대행은 화장품 제조가 아닌 판매이기 때문에 창고는 없어도 되고 사업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규제를 지키지 않으면?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사후관리는 시·도지사가 하는 것”이라며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하게끔 돼 있다”고 했다.

이러한 혼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면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해외법인은 이런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이미 미국 등지에서 한국 소비자를 상대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검은 머리’ 해외업체가 여럿 보인다. 김 대표는 “어차피 온라인 비즈니스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외로 나갈 수 있겠지만, 그것도 국부 유출이지 않나. 구매대행업의 특성에 맞게 법규가 재정립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새 사업, 옛 기준

물론 겉으로만 구매대행을 표방하고 사실상 수입업체와 동일하게 사업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보기술(IT) 모바일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사업을 과거의 기준으로 규제할 순 없는 일이다. 묘수를 찾아야 할 때다. ‘구매대행’이라는 신종 비즈니스의 출현에 골치 아픈 정부 관계자 분들께 일단 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인터넷 후기를 뒤져보니 락포트를 직구하는 분도 꽤 있다.





신동아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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