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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10년내 미국 추월’노리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中關村

  • 이종환 동아일보 북경특파원

‘10년내 미국 추월’노리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中關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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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해 화제가 된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은 중국 IT산업의 중심지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이곳은 ‘중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젊은이들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연구개발과 투자열기로 뜨겁다. 》
지난 5월30일 오전 베이징(北京) 서부 외곽의 한 거리에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거리 곳곳에 공안들이 깔리고 차량이 전면통제됐다.

당시 이 거리에 투입됐던 한 공안은 나중에 이렇게 밝혔다. “북조선의 라오반(老板)이 다녀갔다.” ‘라오반’은 기업 소유주를 일컫는 말. 문화혁명 때만 해도 이 용어는 타도해야 할 대상을 지칭했으나, 지금은 사회적 부와 명성을 갖춘 성공한 기업인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이날 김정일 북한 총비서는 중국 IT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진 중관춘(中關村)에 들렀다. 방중사실을 극비에 부친 것치고는 극히 이례적인 방문이었다. 김총비서는 이날 이곳에 있는 중국 최대의 컴퓨터회사 롄샹(聯想)을 둘러보고 5대의 PC를 선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총비서가 남의 눈에 띌 각오를 하고 방문한 이곳은 어떤 곳일까. 김총비서는 17년 만의 중국방문에서 왜 중관춘을 찾았을까.

베이징대와 칭화(淸華)대, 베이징이공대 등 중국 굴지의 대학들이 모여 있는 베이징 서부 외곽의 하이뎬(海淀)구.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뎬쯔이탸오제(電子一條)’ 거리 양측으로는 컴퓨터와 주변기기, 소프트웨어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

롄샹(聯想), 베이다팡정(北大方正), 쓰퉁(四通) 등 유명 그룹 빌딩들도 우뚝 솟아 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중국의 거대그룹으로 성장한 회사들이다. 지난해 여름 문을 연 베이다(北大)태평양과학기술발전센터 빌딩과 인텔리전스 빌딩으로 이름난 하이롱(海龍)빌딩도 그 옆으로 늘어서 있다.

지난 1월 중순 중국 경제일보는 이곳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80년대는 광둥(廣東)의 선전(深), 90년대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이 중국의 발전을 대변했다면, 21세기는 베이징의 중관춘이 대변할 것이다.”

79년 중국은 선전 등 4개 경제특구를 지정하는 단안을 내렸다. 90년에는 상하이 푸둥 지구를 특별개발구로 지정, 새로운 투자열기를 이끌어냈다. 지난 20년간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 두 지역의 순차적 개방효과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관춘이 이 분야를 맡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중국 정부는 중국 발전방향의 변화를 알리는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베이징의 중관춘을 ‘중국의 실리콘 밸리’, 중국 과학기술의 메카로 만들어 향후 경제발전을 이끌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향후 10년 내에 대만의 신주(新竹)반도체 단지를 따라잡고, 20년 내에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장주석은 스캐너 등 중국의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관춘의 유망 벤처기업 칭화츠광(淸華紫光)그룹 등을 방문, 이에 대한 관심을 거듭 밝혔다.

향후 10년간 중국은 중관춘 실리콘 밸리 조성계획에 총 2000억위안(약 220억달러)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이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조세감면 등 각종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정보기술(IT)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21세기를 맞은 중국의 야심이다.

중관춘이 중국 IT산업의 중심지로 등장한 것은 88년. 그해 8월 중국 정부는 첨단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횃불계획이라는 장기전략을 채택하고, 중관춘을 제1호 첨단기술개발구로 지정했다. 그후 지금까지 중국 전역에서 첨단기술개발구로 지정된 지역은 모두 53개소에 이른다.

빌 게이츠를 꿈꾸는 젊은이들

중관춘은 남쪽 바이스차오(白石橋)에서 북쪽의 과학촌에 이르는 총연장 8km의 전자상가와 ‘중관춘 과학촌’ ‘상디(上地)정보산업단지’로 이뤄져 있다. 과학촌은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연구인력 1만5000명을 보유한 중국 최고 두뇌집단의 집합처로 첨단과학기술산업의 배후지 노릇을 하고 있고, 상디정보산업단지는 미국의 IBM과 제네럴 일렉트릭(GE), 덴마크의 노르보 노르디스크, 일본의 미쓰비시 등 130여개에 이르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중국의 중견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전자정보산업 전문단지다.

지난해 말 현재 이 중관춘에 들어선 첨단과학기술업체 수는 6690개사. 지난 한해 동안 1227개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기로 간판을 내걸었다. 이 지역이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한적한 교외였던 점에 비추면 뽕밭이 푸른 바다로 바뀐 셈이다.

89년 17.8억위안에 불과하던 이 지역의 총매출액도 지난해 864.1억위안(12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10년 사이에 무려 48배 증가한 것이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1100억위안. 2010년에는 6000억위안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과 함께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베이다팡정그룹은 올초 ‘백만장자 100명 배출계획’에 들어갔다. 직원들에게 주식을 분배하는 등 부자를 양산해냄으로써 새로운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롄샹그룹 등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중국농업대 동물영양학 박사 샤오건훠(邵根) 교수가 설립한 다베이눙(大北農) 하이테크농업공사 등은 몇 년 전부터 직원들을 상대로 주식 분배를 실시, 일부 직원 가운데 백만장자도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은 대학생 창업교실을 열어 학생들의 창업열기를 고취하고 있다. 학생 신분으로 벤처기업을 창업, 백만장자 반열에 오른 사람도 있다.

중관춘은 ‘중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젊은이들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연구개발과 투자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중관춘에 최초의 벤처기업이 들어선 것은 중국의 개혁개방이 이뤄진 지 불과 2년 만인 1980년 말이었다. 당시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주임이던 천춘센(陳春先) 교수는 동료연구원 14명과 함께 중관춘의 한 창고건물에 ‘선진기술복무부’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그해 미국을 방문, 애플사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그가 중국 정부를 설득해 만든 회사였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지금 같은 규모는 아니었다. 이들은 학생을 지도하는 등 본업을 유지한 채 매월 15위안(약 1800원)의 수당을 받고 기업을 꾸렸다. 처음 한 일은 미국 회사의 위탁을 받아 데이터 카드에 천공을 하는 일이었다. 이 회사가 지금의 화샤실리콘밸리(華夏硅谷)사로 성장했다.

이들의 빠른 발전에 놀란 베이징시와 하이뎬구 정부는 이때부터 첨단기술 기업 설립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83년에는 징하이(京海), 84년에는 커하이(科海)와 신퉁(信通) 그리고 쓰퉁(四通) 등이 간판을 내걸었다. 이들 네 기업은 ‘양통양해(兩通兩海)’로 불리며 오늘의 중관춘이 만들어지는 기초를 닦는다.

지금 중관춘을 대표하는 기업은 단연 롄샹이다. 롄샹은 중국 최대의 컴퓨터 메이커. 5월 말 중국을 극비 방문했던 북한의 김정일 총비서가 베이징에서 유일하게 찾아 나선 기업이기도 하다.

롄샹의 발전사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이다. 롄상은 84년 중관춘의 한 단층가옥에서 출발했다. 중국과학원 연구원 11명이 직원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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