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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고발

차세대전투기 FX사업 각본대로 미국행

흔들리는 10조원대 무기구매프로젝트

  • 김종대 < 군사평론가 >

차세대전투기 FX사업 각본대로 미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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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크리스토퍼 본드, 리차드 게파트 의원의 청와대 예방
  • ● 김대통령 방미 수행한 ‘3인방’ 정체
  • ● 청와대가 직접 챙긴 2001년 국방예산
  • ● 기무사의 아파치 헬기 도입반대 건의
  • ● F15 구매강요는 보잉사 재고처리 목적
  • ● 미국 무기에 맞춘 ROC(군 요구성능)김종대군사평론가
예일대를 나온 시애틀의 목재업자 윌리엄 보잉이 1916년에 세운 보잉사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군산복합 기업으로 꼽힌다. 제1·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을 승전국으로 이끌었다는 자부심에 조립산업이라는 특성상 많은 일자리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민기업’으로 대접받고 있다.

보잉의 위력은 중국의 무역상 최혜국대우(MFN) 연장 문제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보잉은 라이벌 제작사인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프랑스를 앞세워 중국과 ‘밀월관계’를 맺으려 하자 시한이 만료된 MFN을 연장하도록 미 의회와 클린턴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했다. 이후 중국은 장쩌민 국가주석의 방미에 앞서 보잉항공기 50대(25억 달러 상당)를 포함해 총 42억6000만 달러어치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사가 최혜국대우 연장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하고 그 대가를 지불한 셈이다.

햇볕정책 지지 대가

지난 3월 초순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3년 전 방문과 비교해 유사한 점이 많다. 1998년 6월 미국 방문 때는 대한항공이 보잉사의 737여객기를 20대 구매한 데 대해 클린턴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번 김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공군이 4조3000억 원을 투자해 올해 착수하는 차세대전투기(FX) 도입 사업과 2조1000억 원을 투자하는 육군의 차세대 대형 공격헬기(AH-X) 도입사업의 기종 결정이 임박한 시기에 이뤄졌다. 그런데 두 사업의 가장 유력한 기종인 F-15K 전투기와 아파치 롱보우(AH-64D) 헬기가 모두 보잉사 제품이다.

미국의 경영자문기관인 틸 그룹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보잉사가 F-15K로 한국의 차세대전투기사업을 수주하지 못한다면, 지금은 전세계 전투기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지만, 2009년에는 이 기종의 생산중단 및 감축으로 무기시장 점유율이 16%대로 하강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보잉사는 3년 전 한국이 미국의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감사 표시로 자사의 여객기를 사준 사실을 떠올리면서, 이번에는 미국의 햇볕정책 지지 대가로 한국 정부가 자사의 전투기와 헬기를 구매할 것이라는 달콤한 기대로 김대통령을 맞이했다.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은 이번 김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행에 조영길 합참의장, 차영구 국방부 정책기획관, 이상훈 전 국방장관(현 재향군인회 회장)이 포함됐다는 사실. 이들은 미 국방부 관계자들과 막후 군사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 고위인사 3인방의 행적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정상회담 기간에 한미 군사 관계자들이 한국군의 차세대 군사력 건설과 관련해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조영길 합참의장은 무기도입, 전력건설 분야에만 20여 년을 근무한 ‘전력통’이다. 국방부 정책기획관인 차영구 육군 소장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미군 측 고위인사와 친분이 두텁다. 노태우 정부에서 국방부장관을 지낸 이상훈 재향군인회 회장은 언론에 알려진 바와 같이 노정권 최대 의혹사업으로 꼽히는 한국형 전투기사업(KFP)의 주무장관으로서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이 3인방은 보잉사나 미 정부 쪽에서 보면 가장 ‘말이 잘 통하고’ 지명도 높은 인물들이다. 김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한국군의 차세대 무기도입이 깊은 관련이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보잉사의 가공할 로비

김대통령의 미국방문에 대한 보잉사의 사전 준비는 매우 치밀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김대통령의 미국 방문 직전인 3월4일 보잉사 사장단과 군수담당 실무자들이 방한했다.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정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보잉사 회장단은 대담하게도 김대통령 면담을 신청했으나 청와대 측은 민감한 시기라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F-15 생산공장이 있는 미주리주 출신으로 보잉사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크리스토퍼 본드 상원의원은 이미 1월말 리차드 게파트 하원 부총무와 함께 내한해 김대중 대통령과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을 면담했다. 2월에 또 한 차례 방한한 크리스토퍼 본드 상원의원은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의 주선으로 조성태 국방부장관을 면담해 노골적으로 F-15 구매를 요청했다.

보잉사는 이미 1월 말 대니얼스 사장을 한국에 보냈다. 대니얼스 사장은 각군 참모총장을 만나 차세대무기 도입과 관련, 자사 제품 구매를 요청했다. 또한 마이클 마이크 군용기 담당 부사장은 3월6일 연세대에서 열린 ‘차세대전투기사업과 한국 공군의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F-15K 홍보활동을 폈다.

이렇듯 미국 업체와 정치권 행정부가 동원돼 총력 로비를 전개하던 시기인 2월28일 김대중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한·러 공동성명을 통해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조약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언론은 이를 한국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국가미사일방어계획(NMD)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보잉사 고위층의 잇따른 방한을 NMD 파동에 따른 한·미간 갈등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한국에 무기를 팔아야 하는 보잉사는 한·미 공조체제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칫 7조 원대에 이르는 이권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보잉사는 미 의회와 행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내 친미 인맥을 총동원해 한·미 양국 정부의 갈등을 봉합하려고 애썼다. 그 때문인지 한·미간에 조성된 긴장은 한국 정부의 발빠른 수습과 미 고위관리의 우호적인 양해 발언으로 3일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우리 정부나 언론이 한·미 공조 복원을 외치며 대미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보잉사의 최대 라이벌이며 라팔 전투기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닷소사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외교에서 미국과 수시로 부딪치며 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표출해온, 자존심 강한 프랑스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방관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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