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호

깊어가는 ‘10년 불황’, 실종된 정치지도력

  • 이영이 < 동아일보 도쿄특파원 > yes202@donga.com

    입력2005-04-18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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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넘게 계속되는 일본의 불황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89년 최고치(3만8915엔)의 3분의 1로 주저앉았다. 그 동안 일본정부가 쏟아부은 부양자금이 무려 110조엔 (1200조원)에 이르지만 경기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 경제 위기설’이 전세계 증시를 뒤흔든 3월 하순 어느날 밤 10시경. 도쿄(東京)의 대표적인 유흥가 신주쿠(新宿) 가부키초(歌舞伎町),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다는 코마극장 앞 거리를 근처 건물 2층에 올라가 내려다보았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거리는 유흥가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간간이 눈에 띄는 몇몇 사람도 가부키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신주쿠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두들 일찌감치 술자리를 끝내고 귀가하는 듯했다.

    “1년 전만 해도 밤 10시는 이곳에서는 초저녁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1차를 끝내고 차수를 바꿔 한잔 더 마시려는 인파가 몰려들기 때문에 길을 거슬러 귀가하는 사람들은 걷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신주쿠에 불어닥친 불황

    이곳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다나카 유키오(田中由紀雄·22·대학 4년)는 “4년 동안 일해왔지만 이렇게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런 추세로 손님이 줄어들다가는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초조함이 엿보였다.



    10년 동안 불경기라고 떠들어댔지만 아르바이트 학생들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사무직 샐러리맨들에게는 90년대 초반부터 찬바람에 불어닥쳤지만 비정규직인 아르바이트는 언제나 사람이 모자랐다. 그러나 최근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근무시간도 적어지고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위태로워진 것.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신주쿠역 근처에는 노숙자들이 서서히 늘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2, 3년 전에 비해 10% 이상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여자 노숙자도 몇 사람 눈에 띈다. 한국처럼 실직당해 거리에 나앉았다기보다는 아등바등하며 살기 싫어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노숙자가 대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사정이 더욱 각박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경기변화에 가장 민감한 직업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택시운전사다. 택시를 탈 때마다 경제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은 이구동성이었다. 10년 동안 불황을 겪어왔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는 없었다는 것.

    20년 동안 택시를 운전해왔다는 기무라 요시노리(木村義則·54)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손님들이 택시 잡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쳤지만 지금은 황금시간대에도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각종 모임이 많은 금요일 밤 12시경 ‘일본의 명동’인 긴자(銀座)에서 택시를 잡아보았다. 일본에는 자동차 출퇴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철이 끊기는 밤시간에 택시 잡기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이 날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여 명이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시간은 뒤에 있던 택시가 앞으로 나와 문을 열고 승객을 태워 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 정도였다. 손님보다 훨씬 많은 택시가 정류장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곳까지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다.

    기무라는 “물론 손님이 줄어든 탓이 크지만 경기가 나빠져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택시기사로 몰려든 것도 원인”이라며 택시 대수 증차를 허가해준 정부를 원망했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친절하기로 유명한 일본 택시의 서비스가 나빠지고 있다는 불평도 했다.

    손님이 줄어든 것은 택시만이 아니다. 음식점, 옷가게, 백화점 할 것 없이 모두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소비가 위축되자 각 업계에서는 값 내리기 경쟁이 한창이다. 덕분에 세계 최고의 물가로 악명을 떨치던 도쿄의 물건값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가격인하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미국계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햄버거와 캐주얼 의류업체인 유니클로.

    피 튀기는 가격인하 경쟁

    맥도날드햄버거는 98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동시에 일어난 일본 금융위기 때 발빠르게 햄버거 평일 반액 할인서비스를 시작해 평소 130엔(약 1300원) 하던 햄버거를 평일에는 65엔에 판매했다. 이때부터 점포확장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끊임없이 원가를 절감했다. 처음에는 설마 했지만 반액 할인서비스는 큰 호응을 불러일으켜 손님이 크게 늘었다. 좌석 100석 이상을 갖춘 대형 점포도 점심시간이면 학생과 샐러리맨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덕분에 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9.3%나 오른 4311억엔으로 사상최고를 기록했으며 올해 매출도 9% 늘어난 4700억엔으로 잡고 있다. 이는 1∼2%대의 일본경제 성장률에 비추어볼 때 단연 눈부신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

    유니클로도 일본의 장기불황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유니클로는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는 끝났다’는 상식을 깨뜨리고 옷 종류는 줄이되 색상을 다양화하고 대량생산을 통해 파격적으로 싸게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터, 티셔츠, 바지 등을 중국 공장에서 100만장 단위로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은 다른 업체 제품의 절반수준인 1900∼4900엔선으로 낮아졌다. 이중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은 1900엔짜리 프리즈(촉감이 부드럽고 두꺼운 티셔츠). 99년 850만장에 이어 지난해는 1200만장을 팔았다. 지난해 8월 결산에서 매출이 전년의 두 배인 2290억엔을 기록했으며 경상이익은 600억엔으로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토요카도를 앞지르기도 했다.

    유니클로가 일본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리자 해외에서 생산한 물건을 수입하면 국내물가가 낮아진다는 뜻으로 ‘유니클로 현상’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섬유업계에서는 유니클로의 해외생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망한다며 수입을 제한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맥도날드나 유니클로처럼 성공을 거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체는 모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인판매를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

    일본 롯데리아 점포 중 몇 순위 안에 꼽히는 신주쿠 가부키초 롯데리아 점장 다카베 모리(高部森·31)는 “무분별한 가격인하 경쟁이 일본 경제를 좀먹는다”며 울분을 토한다. 다른 롯데리아에서는 이미 99년부터 반액할인 서비스를 실시해왔지만 그는 아주 최근까지 할인판매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3월 중순부터 본사의 할인 방침에 따르고 있다.

    “인건비나 임대료 등을 빼고 햄버거에 직접 쓰이는 재료비만 64엔입니다. 그런데 65엔을 받고 있습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거죠. 그런데도 할인판매를 중단하면 금방 손님이 줄어듭니다. 계속 싼 것만 찾다가는 기업이 모두 망해버릴 겁니다.”

    좀 엄살 같기도 해서 “그러면 어떻게 장사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햄버거 하나만 팔면 손해니까 이익이 많이 남는 음료나 감자튀김 같은 것을 붙여서 세트메뉴를 손님에게 권한다”고 귀띔했다. 결국 세트메뉴를 먹는 손님은 거의 제값을 다 내고 먹는 꼴이라는 것. 반액할인을 시작한 후 손님 수는 30%, 매출액은 15% 정도 늘었지만 이익은 오히려 20%나 줄었다는 하소연이었다.

    유명 대기업들의 사정은 그래도 낫다. 어느 거리를 걸어도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추세는 역력하다. 예전에는 100엔이면 시내버스(요금 200엔)나 지하철(한구간 120∼170엔)도 탈 수 없었지만 요즘에는 불고기 한 접시, 생맥주 한 잔, 재킷 한 벌 세탁, 간단한 옷가지나 생활용품 구입 등 뭐든지 할 수 있다. 이른바 ‘100엔숍’이란 이름의 상점이 곳곳에서 성업중이다. 심지어 노래방도 37엔만 내면 30분이나 즐길 수 있다.

    이쯤되자 물가지수는 점점 하락하여 1월 도매물가지수(95년 평균=100 기준)는 95.7로 지난해 1월보다 0.3% 하락했으며 조사 비교 시점인 95년보다는 4.3%나 떨어졌다. 이는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하락폭도 지난해 9월 이후 최대다.

    지난해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보다 0.4% 하락하고 12월 말 현재 101.6을 기록했다. 똑같이 95년 평균=100을 기준으로 할 때 주요 선진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영국 114.2 ▲이탈리아 114.0 ▲미국 114.0 ▲독일 107.7 ▲프랑스 107.0 수준이다. 일본은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물가가 정체상태에 있는 것.

    슈퍼마켓 등 생필품 판매점의 물가하락은 이보다 더욱 두드러진다. 일본 세존종합연구소가 최근 413개 슈퍼마켓의 357개 품목 판매가격을 토대로 조사한 지난해 물가동향은 전년보다 2.0% 하락했다. 세존연구소측은 “정부통계에는 바겐세일 등 단기적인 가격인하는 포함하지 않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실제 물가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이를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물가하락에 대해 소비자들은 “오래간만에 싼 물건이 많아져서 좋다”며 반가워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고민은 심각하다. 물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고 기업 경영이 악화되면 개인소득도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되고 다시 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으로 접어들게 된다. 최근 일본 정부는 이미 디플레이션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인정했다.

    디플레이션이 왜 두려운지에 대해 이와타 기쿠오(岩田規久男) 학습원 대학 교수(경제정책)는 이렇게 말한다.

    “물건을 싸게 파는 것 자체는 소비자들에게 나쁘지 않다. 문제는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가격인하로 경영이 악화된 기업이 종업원의 임금을 낮춰 고용을 유지할 수 있으면 괜찮지만 임금을 깎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인력 감축의 비극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소비가 줄어드니 또다시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의 빚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디플레이션 아래에서는 매출이 늘지 않기 때문에 빚 상환에 쫓기게 된다. 그러면 자금을 투자에 사용하지 못해 경제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디플레이션 압력을 없애지 않으면 일본경제의 재생은 불가능하다.”

    이와타 교수가 우려하는 고용불안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달간 4.9%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그래도 사치성 소비는 화끈

    그러면 왜 소비가 위축되고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것일까. 일본인들은 실제 경제생활에서 그렇게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아사히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성인 남녀 3000명 대상) 결과를 보면 일본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는 ‘개인소비가 왜 줄어들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장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5%로 ‘돈이 없기 때문에’(34%)라는 대답보다 훨씬 많았다. 또 ‘사고 싶은 물건이 없다’는 응답도 13%나 돼 일본 소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또 일본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나빠지고 있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으며 ‘변함이 없다’(50%) ‘좋아질 것이다’(14%)가 과반수를 차지해 경기침체에 무감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소비가 위축됐다고는 해도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용품이나 식료품 등 전반적인 소비는 위축되고 있지만 사치성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아낄 때는 아끼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값을 따지지 않고 돈을 쏟아붓는 소비 패턴이다. 한국처럼 ‘백화점 가는 사람’과 ‘시장 가는 사람’이 나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수십만엔씩 하는 고가품을 척척 사는 것이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에 긴자에 있는 루이뷔통 판매점에 가보았다. 지난해 11월 새로 오픈한 이 점포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 경비원이 출입구를 막고 통제했다. 문 앞에는 어림잡아 100명이 줄을 서 있었는데 경비원은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손님을 세어 정확하게 그 수만큼만 들여보냈다.

    몇 십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은 돈이 많아 보이는 ‘귀부인’들이 아니라 평범한 10∼3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구경만 하는 ‘윈도쇼핑’은 거의 없었다. 모두들 들어가면 하나에 10만엔(약 110만원) 가량하는 루이뷔통을 들고 나왔다. 크리스마스 전후 이 점포에서는 하루평균 5000만엔(약 5억5000만원)어치를 팔았다고 한다. 이 가게에서는 일본경제가 침체되고 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일본 여성들이 ‘사족을 못 쓴다’는 루이뷔통은 지난 1년 동안 일본에서 1000억엔(약 1조1000억원)이상 팔아 사상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루이뷔통의 전세계 매출 중 3분의 1 이상을 일본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 루이뷔통뿐 아니라 샤넬, 에르메스, 구치 등 세계적인 제품은 모두 ‘침몰하는 경제대국’ 일본에서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사치성 소비는 거의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여행업계에서도 볼 수 있다. 일본 관광전문사 JTB가 최근 조사한 5월 황금연휴(4월29일∼5월6일) 여행동향에 따르면 국내외 여행을 계획한 사람은 전년보다 6.6%(국내여행 6.8%, 해외여행 0.8% 증가)나 늘어난 2293만3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4년 연속 증가한 것인데다 증가폭도 사상 최고수준. 1인당 여행경비도 국내여행에서는 전년보다 3.3% 늘어난 4만1767엔(약 45만원), 해외여행은 4.6% 늘어난 23만9072엔(약 260만원)을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전국민 소비가 꽁꽁 얼어붙고 해외여행이 격감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던 한국의 불황 때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게다가 한국 같으면 연일 매스컴에서 사치성 소비를 꾸짖는 보도가 나왔을 텐데 그런 기사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일본 경제를 낙관하는 근거로 꼽기도 한다.

    이런 소비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다름아닌 거대한 경제규모와 높은 저축률이다.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 이상이어서 우리나라의 세 배가 넘는다. 미래를 대비해 저축하는 습관 덕분에 현재 가구당 금융자산도 3070만엔(약 3억3000만원) 가량 된다.

    현재 일본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연간 0.02%. 1000만원을 1년간 맡겼을 때 세금을 제하고 받는 이자가 커피 한 잔 값인 1700원밖에 안 되는데도 저축률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일본 광고회사인 덴쓰(電通)가 최근 성인 남녀 6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보면 장래를 위해 저축을 늘리겠다는 응답자가 38.0%로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4.7%나 늘어났다.

    일본 경제의 저력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제조업부문의 경쟁력이다.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부소장인 안세일(安世一) 박사는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이 약 5조달러(500조엔)로 세계 2위 규모인데다 자동차 전자 정밀기계 소재 및 부품산업 등 제조업부문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비교우위에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외환보유액이 3600억달러에 이르고 월평균 100억달러(연간 12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웬만한 충격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

    수출로 단련된 일본 제조업은 확실히 강하다. 소니와 도요타로 대표되는 일본기업 제품들은 세계시장을 석권하며 가장 비싼 값에 팔린다. 지난해에는 엔화가치가 계속 강세였지만 수출은 꾸준히 호조를 보여 무역흑자는 여전히 세계 최고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 32개국 3500개 품목에 대한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일본이 세계 1위인 품목은 354개로 한국의 55개에 비해 7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니만큼 일본 제조업들은 국제무대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자동차산업만 보더라도 GM과 크라이슬러, 포드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전략적 제휴나 합병 등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만은 ‘독야청청’하며 독자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 또 미국 등 대부분의 자동차업계가 올해 생산설비를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추진중이지만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오히려 미국 유럽 등지에서 현지생산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경제가 침체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80년대 고성장이 끝나고 거품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90년대를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한다. 80년대 폭등했던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90년대부터 하락하면서 거품기에 방만한 경영으로 성장한 유통, 부동산, 건설 부문이 먼저 무너졌다. 폭등한 부동산을 담보로 빚을 끌어다 사업을 확장해온 기업 경영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

    지난달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전국 평균 공시지가는 전년보다 주택지는 4.2%, 상업지는 7.5%가 떨어졌으며 10년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90년 땅값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쯤되자 한 건축업자가 땅값이 일본에서 가장 비싸다는 긴자에 25층짜리 맨션을 짓기 시작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긴자에 신축맨션이 등장하게 됐다.

    89년 12월29일 3만8915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도쿄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도 폭락을 거듭해 1만3000엔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주가하락은 지가하락과 함께 일본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이 급증하고 기업도산이 잇따랐다. 기업에 빌려주었다가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금융권도 덩달아 부실해졌다.

    그러나 거품 붕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일본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들은 안이하게 생각했다. 근본적인 침체원인을 찾아 ‘외과적인 수술’을 단행하기 보다는 ‘돈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하면 주가와 땅값도 다시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 최대의 채권국가이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으로서는 그럴 만한 자금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그 후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은 110조엔. 우리 돈 1200조원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다. 그나마 부양자금은 대부분 정치권과 관료의 이해(利害)에 따라 구태의연한 공공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됐을 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경제에 주는 충격을 피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최근 3년간 10조2000만엔(약 110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는 데 지원했지만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아직도 제2금융권까지 포함해 60조엔(약 660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사용했는데도 경기가 살아나기는커녕 세계 최악의 재정적자만 기록했다. 정부예산이 모자라 국채를 발행해 메우다 보니 2000년 말 현재 일본의 국가채무는 660조엔(약 7200조원)에 이르러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국민 전체가 연간 벌어들이는 소득(GDP)의 130%나 되는 금액으로 선진 7개국 중 최대규모다.

    지난해 중반에는 한때 일본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경제기획청은 지난해 6월 “생산, 소비, 고용 등 경제지표를 종합 검토한 결과 99년 4월에 경기가 바닥을 친 뒤 후퇴국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또 일본은행도 경기회복을 위해 99년 2월부터 시중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도하는 제로금리정책을 시행해오다가 지난해 8월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보이며 제로금리정책을 폐지했다.

    그러나 이는 ‘반짝 회복’에 불과했다. 일본 경제의 취약성은 지난해 7월 소고백화점이 도산하면서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내에 27개, 해외에 14개 점포를 거느린 초대형 백화점 소고는 거품 경제기에 무차별적인 확대경영을 거듭하다가 1조8700억엔(약 20조원)의 부채를 안고 무너졌다. 이에 따라 관련 153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발생, 금융시장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간신히 플러스 성장으로 올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주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7∼9월에는 다시 마이너스 0.6%로 떨어졌다. 당초 이 기간의 성장목표는 플러스 0.2%였다. 당초 일본 정부가 목표로 삼은 2000년도 실질성장률 1.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0∼12월 성장률이 0.4%가 넘어야 하지만 현재 예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에 걸쳐 미국 등 전세계가 정보기술(IT)분야의 신산업을 창출하며 호황을 구가할 때 일본은 낡은 산업의 틀에 안주했던 것도 장기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나카타니 이와오(中谷嚴) 다마대 교수의 진단을 들어보자.

    “구미경제를 따라잡는 ‘캐치업 경제’시대엔 선두가 하는 것을 흉내만 내면 됐다. 그러나 일본이 구미 따라잡기를 끝낸 80년대 후반 이후엔 이런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스스로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에 안주해 리스크를 억제하고 새로운 산업 창출을 외면해온 것이 문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년 이내로 IT대국(大國)을 달성하겠다”며 총리실 산하에 ‘IT전략회의’(회장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소니회장)를 만드는 등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미 뒤늦은 감이 있다. 벌써 미국 등에서는 IT거품이 빠지면서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 IT개혁은 진부한 느낌마저 준다.

    “휴, 드디어 악몽 같은 3월이 끝났다.” 금요일인 3월30일 저녁, 일본의 경제관련 부처와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일제히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날 도쿄증시의 닛케이 주가가 다소 하락하고 엔화가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전세계 증시를 폭락사태로 몰고 갔던 ‘일본경제 3월 위기설’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채 3월이 무사히 지났기 때문.

    ‘3월 위기’는 간신히 넘겼지만

    ‘3월 위기설’이 처음 흘러나온 것은 올초 증시 침체가 두드러졌을 때. 잇따른 대형도산으로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회계연도 기준일인 3월말을 앞두고 적자결산을 피하려고 국내외 보유주식을 대량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가가 다시 폭락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소문도 세계 증시에 파다했다. 세계에서 둘째가는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메가톤급 충격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이와 같은 불안을 부채질하듯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피치IBCA가 19개 일본은행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해 세계 증시를 뒤흔들었다. 여기에 미국 IT기업들의 실적이 떨어지면서 미국 경기도 급격히 냉각조짐을 보이자 미국과 일본 유럽의 증시가 서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악순환에 접어들게 됐다.

    미국 신흥기업 주식시장인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해 3월10월 사상 최고치인 5048에서 불과 1년 여 만에 2000선 안팎으로 무너졌다. 뉴욕증시의 우량기업 중심 다우존스 지수도 지난해 1월14일 사상 최고치 1만1772에서 하락을 거듭해 4월 초에는 1만을 오르내리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 역시 사상 최고치인 89년 12월29일의 3만8915엔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1만3000엔으로 주저앉았다. 3월 위기설이 한창이던 3월13일에는 1만1819엔으로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증시가 동반폭락을 거듭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측은 일본 금융불안이 세계경제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며 과감한 부실채권 처리 등 구조개혁을 서둘러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난달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6개월 내에 부실채권 처리를 매듭짓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의 연방금리이사회(FRB)와 일본은행이 동시에 금리인하 등 증시부양조치를 단행하는 등 공조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미일 양국의 발빠른 협조약속 덕분에 세계 증시의 폭락세는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연일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안한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누구도 앞으로 사태가 호전되리라고 내다보는 사람은 없다. 일단 ‘3월 위기설’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그저 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불과한 것이다. 오히려 증권가에서는 향후 각종 금융일정에 따른 ‘X월 위기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일본 경제가 이렇게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정치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90년대 들어 정계는 극심한 이합집산으로 내각이 빈번히 바뀌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는 8개월, 하타 쓰토무(羽田孜) 총리는 겨우 2개월 재임했을 뿐이다. 정치권은 근본적인 개혁에 소극적인 채 모든 것을 관료에게 내맡겼다.

    모리 내각의 최근 행태는 정치공백의 극치를 보여준다. 모리 총리는 지난해 ‘신의 나라’ 발언을 시작으로 잇단 실언과 실수로 구설에 오르면서 내각 지지율이 9%대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지난 2월9일 일본의 수산고교 실습선이 하와이 앞바다에서 미국의 핵잠수함과 충돌, 침몰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모리 총리가 사고소식을 듣고도 골프를 계속 쳤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자 여당인 자민당은 지난달 초 당총재와 총리를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총재 선거일은 4월24일. 총리교체설이 나오기 시작한 후 두 달 반이나 되는 기간의 총리 기능마비와 행정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모리 총리는 진퇴 여부를 밝히지 않다가 4월6일에야 정식으로 사퇴의사를 발표했다. 이로써 정치일정이 지연되고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특히 위기감이 고조됐던 지난달 초 정부 여당이 긴급경제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도 모리 총리는 ‘식물총리’ 취급을 받아야 했다. 개각되면 어차피 정책방향이 바뀔 것으로 보고 행정부 관료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

    또 하나의 문제는 당총재 선거가 4월24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이렇다 할 후보가 떠오르지 않은 것이다. 현재 총재 후보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후생장관, 아소 다로(麻生太郞) 경제재정장관 정도.

    하시모토 전 총리는 이미 98년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인물이고 고이즈미 전 후생장관은 개혁성향은 강하지만 ‘독불장군’스타일로 오히려 경제를 그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아소 경제재정장관은 ‘세대교체론’을 등에 업고 급부상하고 있지만 지명도가 낮고 아직 지도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정치는 언제나 자민당 내 파벌의 역학관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이번에도 국민의 뜻을 반영해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기보다는 파벌간 나눠먹기식 막후협상이 총리를 결정하는 최대 요인이 될 것이라며 체념하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정치권의 행태가 경제침체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현재의 경제상태는 정치에 원인이 있다고 본 응답자가 76%나 됐다.

    일본의 처방과 숙제들

    일본 경제의 회복 여부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자 일본 정부와 야당은 6일 긴급경제대책을 내놓았다. 골자는 ▲신규발생 부실채권은 3년 이내, 기존부실채권은 2년 이내 최종처리 ▲은행의 주식보유를 자기자본 범위 내로 제한 ▲은행의 상호지분보유주식을 매입하는 ‘은행보유주식취득기구’(가칭)를 창설하고 매입자금은 정부가 보증 검토 ▲금고주의 해금 및 증권결제시스템의 개선 ▲‘도시재생본부’(가칭)를 설치하고 21세기형 도시재생 프로젝트 추진 ▲중노년층 실업자 고용확대 ▲개인투자자의 시장참가나 토지 유동화를 촉진하는 세제검토 등.

    부실채권 처리에 주력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는다는 것이 정부 여당의 의도. 그러나 가능한 모든 정책을 총망라해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실채권을 어떻게 3년 이내에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 일본 전국은행협회에 따르면 은행들이 해마다 수조엔씩 부실채권을 처리하고 있는데도 부실채권잔액은 97년 3월 말 21조8000억엔에서 2000년 9월 말 31조8000억엔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기업경영이 더욱 악화돼 새로운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은행이 회수 가능성이 없는 부실채권을 최종처리(채권 완전포기 포함)하고 부실기업 지원에서 손을 뗄 경우에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도 만만치 않다. 닛세이 기초연구소가 부실채권의 최종 처리가 끼칠 영향을 계산한 결과, 22조엔어치의 부실채권을 최종 처리할 경우 실업자는 130만명이 늘어나고 소득이 6조8000억엔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연구소는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소비위축이 다시 디플레이션을 조장해 더 많은 부실채권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관련 대책도 의문시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도시재개발에 착수해 토지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효과가 즉시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것. 또 주식취득기구 설립도 기구의 손실을 공적자금으로 메우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많다.

    일본 정부의 긴급대책에 대한 해외의 평가도 냉담하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일본정부의 대책은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은행들이 앞으로 더 많은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게 될지 모른다”며 “이 대책이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회복으로 이어질 거라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이러한 실망감을 반영하듯 일본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이후 도쿄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4%나 폭락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암묵적으로 추진하던 엔저정책도 난항에 부닥쳤다. 당초 일본은 엔화약세를 지속함으로써 수출경쟁력을 살리고 국내물가 하락을 막을 방침임을 무언중에 내비쳤다. 이런 방침은 지난달 19일 미일정상회담 직전에 미국으로부터 상당부분 용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엔화가치는 4월 초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6엔대까지 떨어져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져 130엔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아시아 국가들이 비명을 질렀다. 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엔저와 같은 속도로 자국통화 가치를 하락시키다 보니 97년 통화위기 당시까지 통화가치가 떨어졌다.

    결국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은 4월8일 콸라룸푸르에서 폐막된 재무장관회담에서 엔저가 ASEAN 지역금융 불안을 가속시켜 지속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엔저에 강력히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엔저가 계속 진전될 경우에는 미국의 대일적자가 악화되고 미국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며 엔저 용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일본은 국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이나 한국 등의 수입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검토하는 등 무역장벽을 높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의 일본 경기침체는 일본 한 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경제의 대일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도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시대는 끝났으며 어떻게든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협력해나가야 일본도 살고 한국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본의 10년 불황을 보고 자칫 구조조정을 게을리했다가는 한국은 더 심각한 장기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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