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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파워 美國軍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슈퍼파워 美國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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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바다속에서 우주까지 전세계 장악
  • ● 9대 통합군 사령부로 전세계 커버
  • ● 국방비, 2위~7위국 합친 것보다 많아
  • ● MD냐, 대륙간탄도탄이냐
  • 미국군은 9대 통합군사령부로 전세계와 우주까지 커버한다. 이들은 어느 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했고 어떤 사령부에서 전략 무기를 운용하는가. 부시 미국 대통령은 MD 구축을 전제로 미국군 전력 감축을 공언하고 있다. MD를 운영할 사령부는 어디인가. MD 구축과 미국군을 감축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선언은 한반도 통일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인 미국군의 정체를 깊숙이 파헤쳐 본다.
금년 1월 출범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미국의 국방정책을 바꾸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5월25일 부시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윈-윈 전략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국방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윈-윈 전략을 포기하겠다, 해외 주둔 미군을 줄이겠다”고 한 데 대해 국내의 일부 보수주의자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축소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여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중 하나는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한다면, 이는 ‘햇볕정책’을 추진해온 김대중 정부에게 플러스가 될 것인가, 마이너스가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다. 부시 대통령은 강력한 미국을 만들겠다며 MD(Missile Defense: 미사일 방어체제) 건설을 강행하려는 사람인데, 그러한 그가 미국군을 줄이겠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지금까지 부시는 대북(對北)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었는데 6월6일 그는 핵과 미사일·재래식 무기 등을 주제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할 것 같던 강경론자가 대화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북한과의 대화는 그가 생각하는 군비축소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려면, 우리가 아닌 미국의 시각에서 세계를 볼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이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미국군이 있기 때문이므로, 미국군이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은 한마디로, ‘미국을 적대시하는 적성국(敵性國)을 없애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전쟁에서 이김으로써, 2차 대전 직후에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총동원해 적성국을 봉쇄(containment)함으로써, 미국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다. 때문에 이 시기 미국은 막대한 군사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70년대 미국은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봉쇄정책에서 긴장도가 낮은 개입(engagement)정책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1972년 2월21일에 있었던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중국을 방문한 닉슨은 2월28일 중국 지도부와 함께 ‘상하이(上海)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상하이 공동성명은 평화 5원칙과 더불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대신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고, 여기서 절약된 국력을 미국 경제를 부흥하는데 돌렸다. 이러한 변화를 당시 언론은 ‘데탕트(detente)’라고 불렀다. 미국의 데탕트 외교는 중국이나 소련 같은 적성국가와 교류하며, 그 나라에 조금씩 미국의 체제를 집어넣는 것인데, 이를 학문적으로는 ‘개입정책’이라고 한다. 이후 미국은 개입정책을 지속해 89년엔 동유럽, 91년에는 소련을 붕괴시키고, 미국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민주국가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1993년 북한이 핵위기를 일으켰을 때도 미국은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개입정책을 펼쳤다. 갈루치 미 국무부 차관보와 강석주 북한 외교부 부부장은 오랜 협상 끝에 1994년 10월 미북 기본합의서(제네바 합의서)를 작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봉쇄를 일부 해제한다’고 합의함으로써 북한에 대해서도 개입정책을 택했음을 보여주었다.

냉전주의자 부시?

따지고 보면 한국도 북방정책을 펼친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때 이미 개입정책으로 전환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발표한 6·15공동선언이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정책과 김대중 정부의 개입정책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제네바 합의서에서 드러났듯 미국의 개입정책은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 경제 봉쇄를 일부 해제한다’는 식으로 ‘조건을 단’ 정책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우리가 먼저 베풀면 북한도 따라서 변할 것이다’는 전제 하에 ‘조건 없는’ 개입정책(일명 햇볕정책)을 펼치고 있다.

적성국가를 우호국가로 돌려 세우는데 조건부 개입정책이 좋으냐, 조건 없는 개입정책이 좋으냐에 대해, 이미 미국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조건부 개입정책이 좋다는 쪽으로 결론을 낸 지 오래다. 클린턴도 적성국가에 대해 조건부 개입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부시는 클린턴보다 엄격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 국내의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부시를 냉전주의자로 규정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부시=조건부 개입정책 지지자로 이해할 경우 ‘그렇다면 부시는 왜 MD를 강행하려고 하는가?’란 궁금증이 남는다. 이 의문도 진보적 지식인들이 MD를 잘못 해석함으로써 생겨난 오해다.

국방력은 크게 방어력(defense)과 억제력(deterrence)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방어력은 적군의 공격을 방어하는 힘으로 쉽게 이해되지만, 억제력은 좀 깊이 생각해야 이해할 수 있다. 억제력(抑制

力)은 한마디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힘을 갖고 있으면 상대는 보복공격이 두려워 공격을 포기하게 된다. 사용하지 않은 공격력을 억제력이라고 하는데 억제력은 방어력처럼 자국을 방어하는 기능이 있어 국방력으로 분류된다.

방어력과 억제력 중에 돈이 훨씬 더 많이 드는 것은 억제력이다.

MD는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막기만 하는 방어무기다. 미국이 MD를 개발하겠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드는 방어력으로 미국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MD가 완성되면 중국을 비롯해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가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무용지물이 돼, 이들은 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방어력만으로 나라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방어력으로는 미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협을 막아낼 수가 없다. 이들이 MD 개발에 반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MD는 공격무기가 아니다.

MD를 개발하려면 미국은 먼저 러시아와 체결한 ABM(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미국은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위해 “MD를 개발하는 대신 미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치고 나왔다. 이렇게 제안하자 러시아는 미국과 ABM 제한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절대 반대에서 절반의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부시는, MD는 구축하고 미군은 줄이는 국방개혁을 펼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세계 최고의 국방비 지출국

부시가 생각하는 안보전략을 이해했다면 구체적으로 미국군의 실체를 살펴보고, 앞으로 미국군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해 보기로 한다. 미국군의 힘은 ‘돈’에서 나온다. 미국군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쓰는 군대다. ‘밀리터리 밸런스’에 따르면 1998년 미국군은 2659억 달러를 국방비로 사용했다. 이는 국방비 순위 2위(러시아 539억 달러)부터 7위(이탈리아 226억 달러)까지의 나라 국방비를 합친 것(2590억 달러)보다 많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2등에서부터 7등이 합세해 덤벼도 이길 수 없는 것이 미국인 것이다(한국 국방비는 129억 달러로 세계 11위다).

둘째로 미국군의 힘은 교육받은 대로 움직이는 장병들의 태도에서 나온다. 지난 4월1일 중국 하이난(海南)섬 동남쪽 공해상에서 발생한 미 해군의 EP-3 정찰기와 중국 공군의 섬(殲)-8 전투기 간의 공중충돌 사건이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충돌사고 직후 EP-3는 엔진과 날개가 파손돼 추락했으나, 조종사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균형을 잡아 비행할 수 있었다. 국제항공기구 등은 비상 상황에 놓인 항공기는, 전투기와 민항기를 막론하고, 비상신호인 “메이 데이(May Day)”를 외치며 가장 가까이 있는 공항에 착륙을 시도할 수 있고, 이 경우 공항은 이 항공기부터 착륙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P-3 조종사는 20여 차례 “메이 데이”를 외치며 가장 가까운 하이난섬의 링슈이 공항으로 날아가 착륙했다. 이러한 비상착륙을 영공 침범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무식한 이야기가 된다.

미국군은 정찰기가 적성국가에 나포되거나 비상착륙했을 때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입수한 첩보와 첩보 수집 장치를 파괴하도록 가르친다. 링슈이 공항으로 가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EP-3 승무원들은 입수한 첩보와 첩보 수집 장치를 수칙대로 철저히 파괴했다. 흔히 미군을 FM(Field Manual: 야전교범)대로 하는 군대라고 하는데, 교범대로 하는 군대만큼 강한 군대는 없다. 때문에 중국은 이 정찰기에서 얻을 정보가 거의 없었다. 사고 발생 11일 만인 4월12일, 중국이 슬그머니 24명의 EP-3의 승무원 전원을 미국에 돌려보내고, 이어 EP-3 기체까지 반환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다국적기업과의 비교도 미국군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 된다. 1999년 매출액으로 본 세계 최대 기업은 엑슨 모빌과 포드·GE·GM 순이었다. 이 기업들의 매출액은 각각 1650억·1630억·1440억·1120억 달러인데, 미국 국방예산(2700억달러)은 1위와 4위 기업의 매출액을 합친 것(2770억달러)과 비슷했다.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미국군은 세계 최대의 다국적기업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크다.

미국군은 전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유일한 세계군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미국군의 5대 통합군사령부(unified command)의 책임구역(area of responsibility: 약칭 AOR)을 표시한다. 5대 통합군사령부는 미국군의 9대 통합군사령부 중에 지역을 무대로 한 사령부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지역사령부’로 표기하기로 한다. 반면 나머지 4대 통합군사령부는 특수한 기능을 위주로 편제된 것이라 ‘특수사령부’로 표기한다.

에서 알 수 있듯이 5대 지역사령부는 미국 본토와 캐나다·멕시코로 이어지는 북미대륙과 러시아를 제외한 전세계를 책임구역으로 삼고 있다. 뒤에서 상세히 밝히겠지만, 북미대륙은 4대 특수사령부와 육해공군본부 직속 전투부대가 훨씬 정교히 방어한다. 또 러시아 지역은 5대 지역사령부 중의 하나인 유럽사령부의 관심구역(area of interest: 약칭 AOI)에는 들어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군은 전세계를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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