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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수’ 정수일 박사의 이슬람 문명 산책 ②

알라의 빛, 신기루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퍼지다

  • 정수일 박사

알라의 빛, 신기루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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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교는 아라비아반도의 위기와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났지만 민족이나 국가, 지연이나 혈연을 초월한 세계종교다. 이슬람교의 확산과정은 신속하고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원래 인간이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종교와 관련돼 있다. 종교에서 완전히 해방된 순수한 ‘비종교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신문명사에서는 종교를 인간의 ‘영원한 동반자’로 보기도 한다. 종교는 어떻게 생겨났기에 이러한 편재성(遍在性)을 지니게 되는가. 종교에 관한 학문적 연구가 본격화한 19세기 이래 그 해답을 각방으로 구했지만 보편타당한 정의는 아직껏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성싶다. 그도 그럴 것이 종교학이 종교심리학, 종교철학, 비교종교학, 종교사회학, 종교인류학, 종교민족학, 종교고고학과 같은 여러 분야로 세분되면서 한 대상을 놓고 각기 다른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구촌(global village)’시대에도 종교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물음은 종교학계 초미의 관심사로 제기되고 있다. 근자에 와서 분명해진 사실은 세계화를 향한 ‘문화적 동질화’와 전근대적 전통의 ‘문화적 이질성’ 간에 마찰과 긴장이 조성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이슬람을 비롯한 전통종교들이 다시 부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3대 종교인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는 신통하게도 선후 약 60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나타났다. 이슬람이 마지막으로 출현한 지도 이미 1400여 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인류는 아직 또 다른 보편종교를 맞이하지 못했다. 이제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보편종교의 출현을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전통종교인 이슬람의 출현과 그 확산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사료된다.

‘신기루’ 같은 이슬람의 출현

흔히 이슬람의 출현을 ‘사막의 신기루’에 비유한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신기루는 지면이나 해면에서 갑자기 공기가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면 공기의 밀도가 급변함으로써 일어나는 빛의 이상굴절(異常屈折)현상이다. 멀리 있는 물체가 둘로 보이기도 하고 거꾸로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기이한 현상은 모래로 뒤덮여서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고 기후 변덕이 심한 사막지대에서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신기루’ 하면 으레 사막을 연상하는 것이다. 물론 기온의 급격한 엇갈림으로 일어나는 한갓 잠정적인 환각현상이기에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 이렇게 보면 당대의 여러 사회적 마찰과 갈등의 결과로 출현한 이슬람을 기온의 엇갈림(마찰)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막의 신기루에 비유하는 것은 발생론적(發生論的) 측면에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 신기루처럼 착각현상이나 혹은 잠깐의 일로 유추하는 것은 그야말로 ‘신기루적’인 환각에 불과하다.

무릇 종교, 특히 보편종교는 발생론적 관점에서 ‘신기루성’을 공유하고 있다. 불교가 발생한 기원전 5~6세기의 인도는 한마디로 대변혁기로서 사회적 갈등이 극심했다.

지방의 군소국가들이 중앙집권 체제로 통합되고 상공업의 발달로 경제가 변모하고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카스트제도를 비롯한 전통적인 사회악 속에서 빈부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려는 사회적·종교적 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도 사회의 갈등과 모순의 해결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나타난 것이 바로 불교다.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기독교가 발생한 기원 전후 시기의 서아시아는 로마제국의 정치적 압제에서 많은 갈등을 겪고 있었다.

로마제국의 이념적 기초인 헬레니즘과 전통 유대교 이념 간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강대한 로마제국이 형성되는 과정에 개개의 민족적·국가적 종교는 고유의 기반을 잃고 해체되어, 이른바 종교의 혼효(混淆, 싱크레티즘)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요컨대 헬레니즘적 로마세계와 헤브라이즘적 전통세계 간의 부조화가 격화되면서 전통적인 체제와 가치가 붕괴되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일어났다. 이러한 지중해사회의 갈등과 모순의 해결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출현한 것이 바로 기독교다. 이슬람도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종교 출현의 발생론적 해석으로부터 우리는 ‘종교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도출해낼 수 있다. 즉 종교란 사회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물음)에 대한 해답의 상징적 체계로서 인류문명 속에 상존(常存)하는 것이다. 물론 철학도 이러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종교는 경전과 같은 지적 구조물이나 제의(祭儀), 예배, 공동체 운영 등 정형화(定型化)한 행동과 구체적인 양태를 가진 점에서 철학과는 다르다.

비록 그 형태는 상징적이지만 ‘사회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본질적으로 종교가 인간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갈등과 부조화적 현상을 극복해야 하는 당대 사회의 지적 요청에 부응해 출현한 사회생활의 소산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종교, 특히 보편종교는 대체로 역사의 격변기에 출현하는 것이 통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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