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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수’ 정수일 박사의 이슬람 문명 산책 ④

이슬람 경전 ‘꾸르안’

지하드(聖戰)에서 무역거래까지

  • 정수일 박사

이슬람 경전 ‘꾸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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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경전 ‘꾸르안’
경전(經典)이란 원래는 불교의 경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 개념이 확대되어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의 두 가지로 쓰이고 있다. 넓은 의미의 경전은 교도들이 알고 지켜야 할 교리나 계율을 적은 글이나 책을 말한다. 즉 불경(佛經, the Sutras)은 물론, 기독교의 성경(聖經, the Bible)이나 이슬람교의 ‘꾸르안’(al-Qura- n, 영어명으로 코란)도 경전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좁은 의미의 경전은 불교의 교리나 계율을 적은 글이나 책을 일컫는다. 그 밖에 사서오경(四書五經) 처럼 성인이 지은 글이나 성인의 언행을 적은 글도 경전, 혹은 경(經)이라고 한다. 따라서 경전은 보통 글이나 책과는 달리 신성시되며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규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무엇을 교리나 계율의 연원(淵源)으로 삼는가에 따라 종교마다 경전을 구성하는 내용이 다르다. 불교에서는 경장(經藏)과 율장(律藏), 논장(論藏)의 3장을 경전이라고 하는데, 그 중 경장은 부처의 설교이고 율장은 계법을 기록한 것이며 논장은 주로 경장에 관한 불자들의 해석이 가해진 글들을 말한다.

유아독존적인 경전

기독교의 성경(총 66권)은 모세가 기록한 ‘모세5경’과 예수의 생활과 교훈 및 죽음과 부활을 기록한 ‘복음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시가서’와 ‘역사서’, ‘편지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컨대 불경이나 성경은 부처와 모세, 예수 같은 성인이나 종교 창시자들이 직접 기록했거나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나 그들이 기록한 경전에 관해 기술한 내용들을 집성(集成)한 것이다. 그러나 경전으로서의 ‘꾸르안’은 오로지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절대신에게서 받은 계시를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는 무함마드 자신이나 어느 3자도 개입한 바가 없다고 한다. 이것이 ‘꾸르안’의 특이한 점이다.

이슬람에는 경전 ‘꾸르안’ 다음으로 인정되는 신앙적 규범서인 ‘하디스’(al-Hadith)가 있다. 여기에는 교조 무함마드가 평상시 취한 언행과 관행이 기록되어 있다. 무함마드는 알라가 파견한 성사(聖使, 라술 라)이기 때문에 그의 언행과 관행은 언제 어디서나 정확무오(正確無誤)이며, 따라서 그것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디스’는 불교나 기독교에서의 경전과 맞먹는 셈이다. 그러나 이슬람에서는 결코 경전으로 인정하지 않고 경전의 보충서나 이슬람법 법원(法源)의 하나로만 취급한다.

이슬람은 경전에 관한 관점, 즉 경전관(經典觀)을 가지고 있다. 그 관점을 요약하면 우선 경전의 보편성을 인정한다. 즉 절대신은 모든 예언자(선지자)들에게 계시로서 경전을 내렸다고 본다. ‘꾸르안’에는 이러한 경전이 총 114부나 된다면서, 그 중 중요한 것으로 ‘모세5경’과 다비드의 ‘시편’, 예수의 ‘복음서’, 그리고 ‘꾸르안’의 4부를 들고 있다.

다음으로 이슬람에서는 모든 경전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절대신의 언어로서 만들어진, 일종의 초인간적인 기적으로 간주된다. 그리하여 어떤 경전이든지 신임하고 존중한다(3:84; 17:88). 그렇지만 선행한 모든 경전들은 미완(未完)이며 오로지 ‘꾸르안’만이 가장 완벽한 마지막 경전이라는 것이다. 이슬람의 경전관에 따르면 원래 절대신 알라가 인간에게 내린 경전은 하나밖에 없는데, 그 유일 원본은 천상에 보관되어 있다. 그 원본과 일치하는 것이 ‘꾸르안’인 바, ‘꾸르안’이야말로 가장 완전무결한 경전이라는 것이다. 이슬람의 유아독존(唯我獨尊)적인 경전관이 아닐 수 없다.

경전 ‘꾸르안’은 알라가 20여 년간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무함마드에게 내린 계시를 한데 묶은 책이다. 이 계시들의 첫 마디가 “읽어라!”이기 때문에 경전명의 어원을 거기에 두고 있다. 즉 ‘꾸란’은 아랍어 ‘까라아’(‘읽다’)의 동명사 ‘꾸르안’(‘읽기’)에서 연유된 것이며, 이 동명사가 종교적으로 전의(轉意)되어 송독(誦讀)하는 이슬람의 경전명으로 승화되었다. 사실 아랍어의 정확한 표기는 ‘알 꾸르안’인데, ‘알’(al-)은 정관사이므로 발음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꾸르안’의 의미는 ‘읽기’

그런데 오랫 동안 라틴어계통의 영향을 받아 ‘코란’(Koran)으로 발음하다가 근간에는 또 그 기원은 불명하나 ‘꾸란’으로 발음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는 모두 정확한 발음은 아니다. ‘코란’은 말할 나위 없거니와 ‘꾸란’도 정확한 발음인 ‘꾸르안’으로 바꾸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두 글자는 서로 다른 글자로써 ‘꾸란’에는 ‘읽는다’는 뜻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전 ‘꾸르안’은 토막 계시들의 모음책, 즉 경문집(經文集)이다. 무함마드 생전에는 간헐적으로 내려진 경문들이 개별적인 추종자들, 특히 성문도반(聖門徒伴, 솨하바)들에 의해 양피지나 목간, 돌면 등에 기록되거나 암송되어 전해졌을 뿐 모아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무함마드 사후에 이 경문들을 수집·정리해 하나의 책으로 묶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슬람의 부단한 확대와 더불어 이슬람공동체가 발전함에 따라 그 이념적 바탕이며 사회적 전범(典範)인 이슬람에 대한 통일적인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필요성 보다 더욱 절박했던 것은 경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전사(戰死, 70여명의 성문도반)나 병사(病死)해 점차 사라져감에 따라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무함마드에 이어 이슬람의 수장(首長)이 된 초대 정통 할리파 아부 바크르(632 ~634)는 일찍이 무함마드 곁에서 계시들을 기록한 해방노예 출신인 자이드 븐 사비트에게 그것들을 수집·정리하여 책으로 엮으라고 명했다. 오늘날의 ‘꾸르안’ 남본(藍本)이 된 이 최초의 경문집은 아부 바크르와 2대 할리파 오마르(634~644)가 보관하고 있다가 무함마드의 미망인 하프솨(오마르의 딸)에게 넘겨졌다. 오마르시대는 대정복시대라서 손댈 겨를이 없었다.

3대 할리파인 오스만(644~656)시대에 이르러 광활한 정복지를 포함해 이슬람세계 각지에서 떠도는 경문들은 독법이 제멋대로일 뿐만 아니라, 해석도 엇갈려서 종종 논쟁을 야기했다. 그러던 중 멀리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정복지에 나가 있는 후자이파가 할리파 오스만에게 널려있는 경문의 실태를 보고하면서 이를 한데 묶은 공식적인 경문집을 만들 것을 제의했다.

오스만은 이 제의를 받아들여 자이드와 이븐 주바이르, 싸이드 븐 아쓰 등 경문 암송자(하피즈)들과 보관자들을 불러 전전대(前前代) 아부 바크르의 남본에 준해 통일적인 경전을 편집하도록 했다. 이 통일본을 이슬람군 주둔지와 주요 도시들에 보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각지에 널려있는 초본들은 일체 폐기하도록 했다.

이렇게 무함마드 사후 곧바로 수집·정리되기 시작하여 약 20년이 지난 오스만시대에 이르러 정식으로 편집된 경전을 이슬람사에서는 ‘이맘본’, 혹은 ‘오스만본’이라고 하며 그것을 정본(定本)으로 삼는다. 오늘날 통용되는 ‘꾸르안’은 모두가 이 정본을 원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에는 경전언어인 아랍어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독법이나 서법에서 일련의 혼란이 생겼다. 그리하여 이슬람문명의 전성기인 933년에 이르러 아랍어문법이 정립되자 ‘꾸르안’의 독법과 서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그것이 일자 불변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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