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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수’ 정수일 박사의 이슬람 문명 산책 ⑤

종교와 세속생활의 지침 이슬람교의 여섯가지 믿음

  • 정수일

종교와 세속생활의 지침 이슬람교의 여섯가지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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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감사를 무시하는 것을 최대의 죄악으로 간주한다. 아랍어에서 감사하지 않는 자라는 뜻의 ‘카피르’가 곧 ‘불신자’나 ‘배교자’를 지칭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하여 알라의 자비에 관한 찬양이 ‘꾸르안’ 전편에 관통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114장 중 제9장을 제외한 모든 장은 ‘인자하고 자애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서사(誓詞, 태쓰미야)로 시작된다. 알라의 속성을 반영하여 붙인 알라에 대한 경칭(敬稱) 99가지 중 그 대부분은 ‘자비로운’, ‘인자한’, ‘선량한’, ‘관대한’, ‘공정한’, ‘지혜로운’ 등 자비성과 관련된 말들이다.

알라와 더불어 이슬람교에서 신적인 존재로서 정령(精靈), 즉 ‘진’이라는 것이 있다. 그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적지 않게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령이란 인간의 영혼 외에 동식물의 체내나 그밖의 모든 사물에 그것과는 독립된 존재로서, 잠정적으로 깃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영혼을 말한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타일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영혼이 외계의 사물에 적용된 것’이 정령이라는 간명한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아무튼 정령은 알라나 여호와, 하나님 같은 신들처럼 명확한 개성을 갖고 있지 않은 종교적 대상을 가리킨다. 원시적 종교나 민간신앙에서는 정령의 개념이 지배적이고 그 숭배가 성행한다. 한국의 전통사회에서 보다시피 정령은 길흉화복(吉凶禍福)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믿어져 그것을 두려워하고 위무(慰撫)하기 위해 굿과 같은 여러가지 의례행사를 치른다. 정령숭배는 조상숭배나 자연숭배, 샤머니즘과도 관련이 있고, 현대 종교의 기층부와도 관계가 있다.

이슬람교에서도 정령은 하나의 종교적 대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꾸르안’의 제72장은 장 제목이 아예 ‘진장’(28절)으로 진 문제를 다루고 있다. 메카를 비롯한 아라비아반도에서는 이슬람이 출현하기 이전에도 유사한 진이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하였는데, 사막의 곳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주로 악역을 담당했으며, 복술가들은 진으로부터 점복(占卜)의 힘을 얻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슬람이 출현한 이후에는 진에 대한 이해와 그 역할이 달라졌다. 진도 알라에 의한 피조물이기는 하나, 인간처럼 흙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불로 되어 있으며 형태나 성별은 없다. 진은 알라의 통일적인 지배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는데, 알라에게 복종하는 무리와 불복하는 무리의 두 갈래가 있다. 알라에 복종하는 무리 중에는 알라의 계시를 전하는 예언자적 역할을 하는 진도 있다.



이와 더불어 ‘꾸르안’에는 알라에 불복하고 이슬람을 외면하는 진을 ‘샤이퇀’(사탄)이라고 지칭한다. 샤이퇀에 관한 기술은 상당히 부정적이고 엄혹하다. 샤이퇀은 인간과 함께 최후의 날에 알라로부터 심판을 받고 지옥에 떨어진다. 왜냐하면 샤이퇀은 인간을 유혹하여 예언자 무함마드에 반항하도록 하며 인간에게 못된 주술을 가르쳐 인간을 오도하기 때문이다.

진 중에서 알라에 불복하는 샤이퇀과 기독교에서 하나님을 배반한 존재를 일컫는 ‘사탄’(악마)은 동의어다. 인간을 유혹하여 타락시킨다는 샤이퇀(사탄)의 악역은 두 종교에서 공통적이다. 단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여 원죄를 저지르게 한 장본인이 사탄이란 점에서 사탄의 악역을 원초적으로 규탄하고 더 강조한다.

그렇다면 전지전능한 알라(하나님)가 자신을 적대시하고 못된 짓을 하는 샤이퇀(사탄)과 그 유혹을 애당초 제거하지 않고 방치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샤이퇀(사탄)은 인간을 부단히 유혹하는데, 그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오직 알라(하나님)의 힘에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극복과정은 알라에 대한 인간의 공덕(功德)을 쌓는 과정이므로 유혹을 방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신학자들은 그 이유를 설명한다. 너무나 사변적인 이야기다. 이런 경우 무슬림들의 관용어를 빌면 “알라만이 알 일이다!”

종교철학에서 성관(聖觀)이란 신과 인간을 종교적으로 연결해주는 고리나 매개물에 대한 이해와 견해를 말한다. 이슬람교의 6신 중에서 성관(聖觀)의 범주에 속하는 것은 천사와 경전, 예언자의 3가지에 대한 믿음이다.

천사, 경전, 예언자는 신과 인간의 매개체

천사(angel)란 종교에서 신과 인간의 중개자로서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한편, 인간의 기원(祈願)을 신에게 전하는 영적 존재를 말한다. 천사는 독존적이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자비로운 신과 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연계하기 위한 인간의 구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불교나 기독교에서도 천사의 존재를 인정한다. 불교의 정토(淨土)에는 자유로이 비행하는 천인(天人)과 염라왕(閻羅王)의 천사 등이 있다. 기독교에서는 천사를 인간보다 더 지혜롭고 능력이 뛰어난 영(靈)이라고 정의하면서 최초의 천사는 모두 한결같이 거룩하고 행복한 상태에 있었는데, 시련기에 루스페르를 비롯한 일부 천사들이 신을 배반함으로써 결국 선천사(善天使)와 악천사(惡天使)의 2군으로 나뉘게 되었다고 한다.

이슬람교의 천사도 불교나 기독교의 천사와 모습이 비슷하나, 그 이해가 한결 구체적인 성싶다. 이슬람 초기에는 무함마드가 천사를 거치지 않고 알라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은 것으로 생각해왔으나, 후기에는 유대교의 천사관을 받아들여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계시를 받은 것으로 최종 인식되었다.

그러면서 천사의 속성이 명백히 밝혀졌다. 천사는 낳지도 낳아지지도 않는, 알라에 의한 피조물로서 빛으로 만들어지나 신성은 없다. 무형의 영체(靈體)로서 남녀 구별이 없고, 노소 차별이 없으며, 식음도 하지 않고, 정욕이나 희로애락을 모른다. 날개를 달고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데,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알라는 인간보다 먼저 천사를 창조했다.

천사의 역할은 우선, 알라의 명령을 집행하는 것이다. 알라에 복종하고 알라를 위해 봉사하는 천사는 항시 알라의 옥좌 곁에 대기하면서 알라의 계시를 한자도 빠짐없이, 한자도 틀림없이 무함마드에게 전한다. 다음으로 지상의 인간생활을 관장하는 것이다. 천사들은 천지지변을 일으키고 인간의 활동에 간여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행동을 일일이 기록했다가 최후심판의 날에 결산한다. 일례로 624년 3월 무함마드가 이끈 메디나군과 메카군 사이에 벌어진 바드라전투 때 알라는 3000명의 천사들을 보내 무함마드군을 도와 전승토록 했다고 한다(3:121~125).

성인에도 등급이 있어

‘꾸르안’에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10명의 천사들을 거명하고 그들 중 주요한 4명의 역할에 관하여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가브리엘은 수좌(首座)천사로서 모든 천사들을 관장하며 예수나 무함마드 같은 예언자들에게 알라의 계시를 전달한다. 마카일은 유대인 보호자로서 물을 관리한다. 이스라일은 생사를 관장하는 천사로서 우주를 관찰하고 의식(衣食)을 공급한다. 머리는 천상에 대고 발은 대지를 밟고 있는 이스라필은 거인으로서 비바람을 관장하고 부활의 날에 나팔을 불며 세계 말일(末日)의 도래를 선포한다.

나머지 6명의 천사는 천국이나 지옥의 문을 지키고 인간의 오른쪽과 왼쪽 어깨에서 선행과 악행을 기록하며 죽기 전의 종교신앙을 캐묻는 등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그밖에 알라의 신좌(神座)를 보위하는 8명의 천사와 지옥을 지배하는 16명의 천사도 따로 있다. 천사들 중에서 가장 악랄한 천사는 이브리쓰인데, 그는 알라의 명령을 거역하고, 인간을 적대시하며, 인간을 범죄의 길로 유혹한다. 그리하여 알라의 저주를 받으며 최후심판의 날 알라는 그를 지옥으로 보낼 것이라고 한다.

이슬람교의 성관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경전과 예언자 일반에 대한 믿음이다. 대소를 막론하고 어느 종교건 타종교의 경전이나 창시자를 신앙의 대상으로 자신의 경전에 명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집과 배타로만 치닫는 오늘의 종교 현실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슬람교만은 모든 경전과 예언자의 보편성을 인정함으로써 타종교의 경전이나 창시자들에 대한 믿음을 셋째와 넷째의 신앙(이만)으로 명문 규정하고 있으며,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슬람교에서는 종교 창시자를 비롯한 모든 예언자(선지자)들이 설교한 경전은 비록 ‘꾸르안’에 비하면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각기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민족들에게 내려진 알라의 계시이기 때문에 경전으로 믿고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3:84; 17:88). ‘꾸르안’에는 알라의 계시로 내려진 경전이 무려 114부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중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모세의 5서와 다비드의 시편, 예수의 복음서, 무함마드의 ‘꾸르안’ 등 4부를 꼽는다. 이 4부 중에서도 ‘꾸르안’을 더 이상 없는, 천상의 원형 그대로의, 완결된 최후의 경전으로 지정한다. 1400여 년 전에 ‘꾸르안’이 나온 이후 경전다운 경전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에 대한 무슬림 신학자들의 증거 제시다.

경전과 마찬가지로 다른 종교나 민족들의 예언자(나비, prophet))에 대해서도 이슬람은 포용적이다. 종교의 창시자들을 비롯해 여러 민족이 배출한 예언자들은 모두 알라가 서로 다른 시기에 인간에게 파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믿고 존중해야 한다(16:36)는 것이 이슬람의 예언자관이다. 그런데 예언자들이 담당 수행하는 역할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저마다 경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꾸르안’에는 알라가 인류에게 보낸 예언자가 총 12만4000명이라면서 그중 25명을 선별하여 거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6명(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 예수, 무함마드)만이 경전을 가진 예언자라고 지목했으며, 다시 그중 뒤 4명만을 알라가 직접 파견한 사람(라술라, 성사 聖使)으로 우대시한다. 또 이 4명 중에서도 무함마드를 마지막 예언자로 가장 우대한다. 예언자들도 역할에 따라 이렇게 지위와 등급이 다르다. 중국의 이슬람연구자들은 예언자 일반을 성인(聖人)이라고 부르면서 성인들을 반열화하여 지성(至聖, 무함마드), 대성(大聖, 아담, 아브라함, 모세, 예수 등 6인), 흠성(欽聖, 313명), 열성(列聖, 그외 성인들)의 4등급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슬람의 예언자관에서 주목되는 것은 예언자 일반과 성사(라술라)를 구별한다는 점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언자(선지자)는 예수 이전에 나타나서 예수의 강림과 그밖의 하나님의 뜻을 예언(선지)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슬람에서는 그 해석이 좀 다르다. 예언자란 절대신 알라의 계시를 인류에게 설명하고 해석하는 임무를 받은 사람으로서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에 비해 알라가 인간에게 파견한 사람, 즉 성사는 알라의 말씀을 인간에게 설명하고 해석하는 일 외에, 그의 복음을 인간에게 전달하고 가르치며 그 실천을 인도하는 임무까지 부여받은 선택된 사람이다. 대표적인 성사가 곧 모세와 예수, 무함마드다. 따라서 모든 성사는 예언자이나 모든 예언자는 성사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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