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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살기 좋은 도시’를 가다 10 ㅣ네덜란드 델프트

‘느림보 철학’돋보이는 자전거 도시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arrot@donga.com

‘느림보 철학’돋보이는 자전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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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혜의 자연환경과 찬란한 문화유산을 머금은 고도에서 자전거로 녹색의 운하길을 달리는 델프트 사람들. 그들의 ‘느림보 철학’은 여유와 낭만의 원천이며 델프트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든 원동력이다. ‘빠름’의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없는 힘이기도 하다.
‘느림보 철학’돋보이는 자전거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출발한 지 45분 남짓. 12월의 눈보라를 뚫고 달리던 기차는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렸다. 무심코 내다본 창문 밖으로는 눈 덮인 평야와 초원이 만든 장대한 풍광이 펼쳐지고 있었다. 창문 밖 가로수 길을 지나 나무로 만든 다리 뒤편으로 풍차가 보이고, 풍차 너머로 동화 속의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주택가가 눈에 들어왔다. 마을 앞을 흐르는 운하엔 청둥오리와 거위 떼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사방팔방 도시를 가로지르는 녹색의 운하와 고색창연한 중세건물이 자아내는 멋이 수백년 동안 변함없는 곳, 낮에는 젊은이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저녁엔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이 때묻지 않은 낭만을 연출하는 곳, 바로 델프트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는 북해 연안의 작은 도시는 이처럼 깔끔하고 정연하면서도 소박하고 부드러운 자태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도시인가 하면 농촌이고 농촌인가 하면 다시 도시다. 인공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된 델프트는 유럽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오렌지 공의 도시


기차가 델프트 중앙역에 도착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기차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자전거를 탄 무리를 따라 개찰구를 나섰다. 중앙역 바로 앞은 버스터미널이다. 버스터미널엔 버스노선과 지도를 무료로 출력해주는 무인정보안내 스탠드가 있는데, 공공화장실 사용요금까지 내야 하는 네덜란드에서 무료로 지도를 받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델프트에 대한 첫 인상도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도 따뜻했다. 지도를 펴 들고 행인에게 길을 물으면 모두가 목적지가 보이는 큰길까지 데려다주면서 길잡이를 해준다. 사람들은 혹여 길을 잃을까 또렷한 영국식 영어 발음으로 길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암스테르담 사람들과는 사뭇 달랐다.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암스테르담에서 고속열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델프트는 1907년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려다 분사한 이준 열사의 발자취가 있는 헤이그와 마라톤 대회로 유명한 로테르담에 이웃해 있다. 버스로 각각 10분 남짓 걸리는 행정도시 헤이그와 무역도시 로테르담과는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델프트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건국의 아버지이자 네덜란드 왕가의 시조인 오렌지 공이 독립운동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스페인 국왕(필립2세)이 보낸 밀사에 의해 델프트에서 살해당한 그를 기려 이곳 사람들은 델프트를 ‘오렌지 공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애칭인 ‘오렌지 군단’도 오렌지 공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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