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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동맹국 없이도 전쟁치른다

‘악의 축’ 이후 한반도 독해법

  • 이춘근 < 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 choonkunlee@hotmail.com

미국은 동맹국 없이도 전쟁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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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 북한 등을 가리켜 ‘악의 축’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 나라가 국제 테러를 지원할 수 있는 의도와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았기에 부시는 그렇게 말했다. 미국은 이러한 나라를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알 카에다 소탕전을 끝내면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를 상대로 전쟁에 들어갈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속내를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
작년 9월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성 건물이 납치된 여객기들에 의해 피습당한 것은 역사상 최악의 테러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던 가운데 일어난 것은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국제정치학 교수인 조셉 나이(Joseph Nye Jr.) 박사는 이미 1997년 6월 ‘LA타임스’ 기고 논문에서 미국은 미국 본토에서 미국 시민들이 대규모로 살상될지도 모를 테러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다. 1999년 제출된 게리 하트와 워렌 러드만의 보고서 역시 미국 내에서 미국 국민들이 대량 살상당할 수 있는 테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정확히 경고한 바 있었다.

물론 9·11 테러사건은 수단의 측면에서 볼 때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것임에는 틀림없다. 대형 민간 여객기들이 다수 납치되고 그 비행기들이 자살 공격용 미사일이 되어 동시 다발적으로 대형 건물을 들이받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셉 나이 교수, 게리 하트 전 상원의원 등이 예측한 대규모 테러 공격은 흔히 말하는 대량파괴무기, 즉 화생방 무기나 핵무기에 의한 공격을 가리켰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이같은 경고들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인가? 바로 이러한 질문의 답을 구하는 데서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 전략을 분석하는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표류해온 탈냉전기의 미국 외교


미국이 냉전에 승리함으로써 소위 탈냉전시대 혹은 신국제질서의 시대가 개막된 1990년대 이후, 미국은 국제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을 결여하고 있었다. 일부 논자들은 신국제질서는 오히려 냉전시대보다 복잡하고 전쟁의 가능성도 높으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이들은 이제 냉전이 끝났고 임무를 완수했으니 미국은 세계문제에서 손을 떼고 국내 정치에나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은 세계정치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미국은 그럴 능력이 없으니 일본 및 유럽의 강대국들과 함께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같이 다양한 주장들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한 데서 나왔다. 탈냉전시대의 미국을 상징하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의 외교정책은 특별한 목표와 원칙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탈냉전시대에만 있는 고유한 특징은 아니다. 평화시 미국의 국제정치 혹은 외교정책의 원칙은 본래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미국 외교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미국 외교정책의 특징으로 이상주의, 현실주의, 고립주의, 개입주의, 자유주의, 법치주의, 일방주의, 무력개입 등 상충적인 여러 요인들을 제시하며 평화시 미국외교에는 이같은 요인들이 혼합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미국은 세계문제에 개입하고 있으면서도 고립주의적 전통을 고집하는가 하면 법치주의를 외치는 한편 무력으로 협박하는 경우도 흔했다. 이같은 다양한 외교적 전통의 혼재(混在)는 장기적 전략의 존재를 어렵게 만든다. 냉전시대의 전략 이론가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미국은 전략이 없고 그때그때 문제해결만 하는 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냉전에 승리한 후 미국의 TV와 신문 등 언론기관들은 해외 주재 특파원을 줄이거나 아예 철폐하는 조치들을 단행했다. 국제정치는 더 이상 관심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2000년 미국의 TV 뉴스에서 국제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9년 국제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의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안보를 강조하는 자들은 수구파, 냉전론자, 혹은 바보로 취급당했다. “야 이 바보야 중요한 것은 경제야!(It’s Economy Stupid!)”라며 공화당 후보를 비웃은 클린턴의 선거 구호는 1990년대 미국 국제정치관의 상징이었다.

개인의 자유를 특별히 강조하는 미국에서, 미국인이 미국 본토에서 대규모로 살상당할지도 모르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쇠귀에 경 읽기였다. 김포공항의 분위기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특별한 검문검색 없이 환송객들이 비행기 탑승구까지 들어가서 떠나는 이들을 보낼 수 있는 미국의 공항을 보고, 그 자유를 부러워했다. 한편으로는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불안감을 품기도 했었다. 미국인이 누렸던 그 같은 자유를 테러를 예방한다는 미명 아래 제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미국에 잠깐이라도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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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 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 choonkun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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