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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中·北의 CBM (대륙간 탄도미사일) 대결 내막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美·러·中·北의 CBM (대륙간 탄도미사일) 대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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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ICBM 탑재 최고 탄두 수, 미국은 12개 러시아는 10개
  • ● 미국의 트라이던트-2 영국 수출로 입증되는 美英동맹
  • ● 기차에 싣고 다니다 발사하는 러시아의 몰로뎃 ICBM
  • ● MD 구축으로 ICBM 공포 벗어나려는 미국, 그러나…
  • ● 중국, 東風 미사일로 한·미·일·대만 겨냥
  • ● 北 대포동-2 2004년쯤 실전배치, 이라크 구입 시도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후 한국에서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비난은 한국인들의 입에서 ‘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인들이 한국인의 관점에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그러니 미-북간은 물론이고 남북한 간의 대화도 물 건너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북 간의 대결이 격화되자, 많은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해온 햇볕정책은 물 건너가지 않았는가라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역작 햇볕정책은 ‘이렇게’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문제를 보다 넓고 깊숙이 살펴보아야 한다. 미북 관계는 미국에 공화당 정부가 들어섰을 때만 나빠졌던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8년 전인 1994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의 클린턴이었다. 이 시기 미-북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위태로웠다.

그렇게 된 이유는 북한이 개발해온 핵무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대화가 잘 될 것 같은 미국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기다렸다는 듯이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고, 1993년 5월29일 노동 1호 미사일을 동해로 시험발사하였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단지인 평북 영변 일대로 미 공군기들을 침투시켜 ‘전략 폭격’하는 제한전을 준비했다. 클린턴 정부는 1994년 6월 중 어느 하루를 D-데이로 택해 북폭(北爆)을 한다는 매우 구체적인 계획까지 마련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응징전략을 적극적으로 막은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었다. 이유는 미국이 북폭을 하면 북한의 반격으로 한반도는 일순간에 잿더미가 된다는 것이었다.



8년만에 재개된 전쟁 위기


주요 등장인물이 한국에서는 김영삼에서 김대중으로, 북한에서는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미국에서는 클린턴에서 부시로 바뀌었을 뿐 8년여의 시차를 두고 아주 비슷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8년 전에는 북한 핵이 문제였으나 지금은 북한 미사일이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때는 주로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을 만류했으나 현재는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을 비난하는 것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금 8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많은 한국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 햇볕정책을 추진해온 김대중 대통령과 많은 한국인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큰 오류는, 한반도를 무대로 한 국제정치를 이끄는 주체는 ‘한국’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한국이 쥐는 것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반도 문제는 세계 최강 미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부터 미국에게 주도권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다. 미국의 국방비는 국방비 지출 세계 2위부터 7위까지의 여섯개 나라 국방비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보니 미국이 한반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부터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독립변수’가 되고 만다.

두번째로 중요한 독립변수는 미국이 사실상 ‘주적’으로 규정한 북한이다. 북한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도 있고 관심을 덜 기울일 수도 있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밀고 당기는가에 따라 안정되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작다. 한국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고 있지만, 미국과 한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에 미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부터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종속 변수’인 한국도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 나름대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과 북한·중국·러시아·일본의 사정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공정히 판단·중재하는 ‘총무’ 국가 역할을 한다면, 그 어느 나라도 한국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리드하는 중심국가가 되고 마침내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여전히 군사대결이 펼쳐지는 정전체제에 있다. 따라서 한국이 총무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주변국들이 안고 있는 군사적인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미사일이다.

미사일은 아주 빠른 무기다. 종심(縱深)이 짧은 한반도에서는 불과 수분만에, 종심이 긴 미국과 북한 사이도 수 시간만에 날아가 상대의 전략거점을 초토화한다. 이렇게 빠른 미사일의 탑재부(payload)에 핵탄두를 단다면 이러한 미사일은 매우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미사일을 방어할 무기가 완벽히 개발되지 않았다.

미국이 추진하는 MD(미사일 방어체제)가 바로 그 방어무기다. 그러나 MD는 개발중에 있고, 설사 개발이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미국 전역을 보호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사일은 가장 강력한 무기 체제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정보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주적과 가상적국 그리고 주변국가가 갖고 있는 군사력, 그중에서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전략 미사일의 전력을 알아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꼭꼭 감추려고 하는 ‘치마 속’을 슬쩍 들쳐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말발’을 세우는 나라들이 치마 속에 꽁꽁 감추고 있는 전략 미사일로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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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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