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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수’ 정수일 박사의 이슬람 문명 산책 · 12 · 끝

‘이슬람 근본주의’는 유령일 뿐

  • 정수일 박사

‘이슬람 근본주의’는 유령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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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사(史)에는 이슬람의 근본 교리를 부정하는 이단(異端)이 나타난 바 없다. 이슬람 자체가 근본주의이기 때문에 따로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말이 생겨날 수가 없다. 이슬람은 또 정교합일(政敎合一)의 공동체적 국가 수립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이슬람의 전통과 순수성을 지키려는 반(反)외세 투쟁으로 표출된다. 이슬람은 근본정신을 유지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서구사회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문명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슬람은 여느 종교와 달리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정교합일(政敎合一) 체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간여하게 되는데, 그러한 문제해결의 방도로 각기 다른 형태의 사회운동을 택하고 있다. 이슬람이 출현한 후 지난 1400여 년간, 특히 근·현대에 와서 기복무상(起伏無常)하게 일어난 이슬람의 사회운동은 그 지향성에서 대체로 종교로서 이슬람의 순화(純化)와 그에 바탕을 둔 이슬람사회의 개혁이란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왕왕 이상에 그치고 그 실현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뒤따랐다. 작금의 이슬람 사회운동은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나름대로 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슬람의 사회운동은 이슬람 역사 발전의 산물이다. 이를테면 일정한 역사적 배경에서 이슬람의 사회운동은 발생하고 발전하였으며, 그 성격과 결과가 규제되었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은 우선, 이슬람교의 전통교리에 대한 도전과 응전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슬람 최초의 사회운동이라고 하는 이른바 ‘살라피야운동’의 출현이다. 압바스조 이슬람제국(751~1258)의 건립을 계기로 이슬람교가 다양한 문화전통을 가진 피정복지에 뿌리내리고 이슬람 신학의 정립이 불가피한 과제로 제기되자, 이슬람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요청되었다.



‘이슬람통일운동’의 뿌리


이러한 요청에 부응코자 사변신학파(思辨神學派, al-Mutakallimn)인 무으타질라파(al-Mu’tazilah)는 이성(理性, al-ra’y)과 유추(類推, al-qiys), 은유적 해석(隱喩的 解釋, al-ta’wl)의 방법으로 경전 ‘꾸르안’을 재해석하면서, 영원불변한 것은 오로지 알라뿐 경전도 알라의 창조물에 불과하다는 이른바 ‘꾸르안 창조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더해 제7대 칼리파 마어문(재위 813~833)은 이 무으타질라파의 사변교리를 국교로까지 공인하였다. 이것은 ‘꾸르안’이야말로 천상에 영원히 보존되는 원판의 일부를, 알라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무함마드에게 하달했다는 정통적인 ‘꾸르안 영원설’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이에 이맘 한발(780~855)을 비롯한 전통주의자들은 초기 무슬림들이 시종 믿어온 ‘영원설’을 고수하기 위해 ‘살라피야운동’을 일으켰다. 이 운동을 시발로 그후 이슬람사회 곳곳에 만연한 수피즘(신비주의)과 범신론(汎神論), 심지어 미신적 관행, 그리고 근·현대의 종교적 세속화를 막기 위한 사회운동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다음으로 그 역사적 배경은 이슬람세계의 약화 및 후진성과 그에 맞선 대응이다. 중세 전반 황금기를 누려오던 이슬람세계의 약화는 분열에서 비롯되었다. 압바스조 이슬람제국의 멸망으로 인해 칼리파를 정점으로 한 통일 이슬람세계의 존재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 제국의 뒤를 이어 출현한 오스만제국 시대(1299~1922)는 이슬람의 다극화(多極化)·다중심(多中心) 시대로서, 지역성이 부상하고 외세의 분할통치마저 강요됨으로써 지난날 이슬람제국의 통일과 무슬림들의 연대에서 오는 영광과 위력은 점차 빛을 잃어가고 이슬람세계는 약화 일로로 치닫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추이를 갈파한 일부 지성인들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정교합일의 킬라파제(繼位制)에 의한 초민족적, 초국가적, 초지역적 통일 이슬람제국의 재건을 구상하고 그 실현을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그들이 바로 19세기에 대두한 ‘범이슬람주의’ 신봉자들이다. 그들의 이러한 이념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산산조각이 난 이슬람세계를 다시 하나로 묶어보려는 현대의 ‘이슬람 통일운동’으로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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