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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김선겸의 낯선 땅, 낯선 사람 (2)

버림으로써 영혼을 얻는다

죽음은 새로운 시작… 티베트의 천장(天葬)

버림으로써 영혼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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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으로써 영혼을 얻는다

의식을 마친 승려와 천장사들이 독수리들이 시신을 먹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중국 간쑤(甘肅)성 남서부에 위치한 랑무스(郞木寺)는 중국 안에 자리잡은 작은 티베트다. 티베트인이 대부분인 랑무스 주민들은 세대를 이어 내려온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 한 대뿐인 버스를 놓쳐 택시를 타고 도착한 랑무스는 알프스의 산골마을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초원지대가 드넓게 펼쳐진 마을 어귀에서는 야크와 양떼를 방목하는 사람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사원에서는 막 법회를 마친 라마승들이 제례복장 차림으로 쏟아져 나왔다.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냇가에 앉아 빨래를 하는 여인네들에게서는 우리 할머니, 어머니를 보는 듯한 정겨움마저 느껴졌다.

필자가 이곳에서 티베트 고유의 장례식 절차인 ‘천장(天葬)’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우연한 행운이었다.

티베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산중턱에 위치한 천장터로 옮겨 장례를 치른다. 승려나 천장사가 시신을 칼로 자르고 뼈는 잘게 부수어 독수리의 먹이로 주는, 이방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장례 풍습이다. 이 천장 풍습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새를 타고 하늘로 날아간다는 관념과, 죽은 사람을 초원에 방치해 새나 들짐승이 먹도록 내버려두고 계속 이동했던 유목민 시절의 전통이 얽혀 있다.

천장터는 마을에서 2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천장이 행해지는 날 아침 일찍 산길을 따라 천장터로 향했으나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초(휘장)만 보일 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늘을 둘러봐도 독수리는커녕 까마귀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30분 정도 기다리니 몇 명의 라마승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비교적 젊어 보이는 라마승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호기심을 느낀 듯 카메라를 살펴보며 관심을 보였다.

버림으로써 영혼을 얻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초원 위를 달리는 티베트인. 급속히 밀려드는 문명의 힘은티베트인들의 생활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왼쪽) 천장사들은 마지막 남은 뼈까지도 독수리들이 먹기 좋게 잘게 부수어 뿌려준다.

독수리의 몸 빌려 하늘에 묻은 영혼

잠시 후 그들이 천장터 옆에서 연기를 피우자 갑자기 어디선가 수많은 독수리떼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연기가 독수리를 부르는 신호인 듯했다. 날개 너비 1m가 넘는 독수리들이 하늘을 까맣게 덮고 날아오는 광경은 전율마저 느끼게 했다. 독수리떼는 천장터 주변에 모여 앉아 먹이를 기다리는 하이에나처럼 천장사와 시신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연기 피우기를 마친 라마승들이 죽은이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듯 독경을 시작했고 얼마 후 천장사와 시신을 실은 말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두 명의 천장사가 자루에 담겨진 시신을 천장터에 올려놓았다. 시신은 죽은 지 며칠이 지난 듯 말라 있었다. 이윽고 천장사와 같이 올라온 4명의 라마승이 시신의 배를 가르고 장기를 꺼내 독수리에게 던졌다. 순간 시신 옆에서 얌전히 기다리던 독수리들이 날개를 펼치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기가 사라졌다. 서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독수리떼를 보고 있노라니 인생무상이 느껴졌다.

버림으로써 영혼을 얻는다

오색천에 경전이나 기도문을 새겨 넣은 타르초가 천장터에 나부끼고 있다. 이는 경전과 기도문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기원하는 티베트인들의 바람을 형상화한 것이다.(왼쪽). 시신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독수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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