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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계획도시를 가다 ④|일본 쓰쿠바

진화 멈추지 않는 일본 최고의 연구·환경도시

  • 글: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진화 멈추지 않는 일본 최고의 연구·환경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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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을 대표하는 계획도시 쓰쿠바. 1966년 첫 삽을 뜬 이래 1985년 과학엑스포를 훌륭히 치러내며 세계적 연구학원도시로 발돋움했다. 도시의 25%를 차지하는 녹지, 우수한 교육환경, 차도와 보도를 분리 설계하는 세심함으로 일본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모범 도시’에서 ‘창의적 도시’로. 진정한 테크노폴리스로의 진화를 꿈꾸는 쓰쿠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진화 멈추지 않는 일본 최고의 연구·환경도시

쓰쿠바시의 전경. 멀리 북쪽으로 쓰쿠바산이 보인다

일본 도쿄. 주말의 긴자 거리는 영국 런던이나 미국의 뉴욕 번화가를 연상케 한다. 세계적 메트로폴리스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규모와 때깔을 자랑한다. 그렇더라도 이방인에게 도쿄가 주는 첫인상이란 갈색, 조밀함, 복잡함이다. 미사일 회로처럼 얽히고 설킨 지하철 노선도야말로 과밀도시 도쿄의 상징이자 이미지다.

이제 고개를 들어 도쿄 동북쪽, 이바라키현으로 눈을 돌려보자. 도쿄에서 60㎞, 차로 1시간 거리에 일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국제도시’ 쓰쿠바가 있다.

쓰쿠바의 7월은 온통 초록이다. 밝고 넉넉하고 한가롭다. 크지도 않은 도심에 공원만 93개다. 수령 30년은 족히 됐음직한 가로수들이 푸른 기운을 가득 불어넣고 있다. 깨끗하고 세련된 건물들에는 각기 널찍한 주차장이 딸려 있다. 마치 미국 어딘가의 전원도시를 규모만 좀 줄여 일본 땅에 이식해 놓은 듯하다.

그러나 쓰쿠바는 휴양지가 아니다. 연구학원도시(Tsukuba Science City), 또는 일본식 조어로 ‘테크노폴리스’라 불리기도 한다. 그것도 일본 내 100여 개 테크노폴리스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그리고 가장 심혈을 기울여 다듬어 온 대표적 계획도시다.

1966년 일본 정부가 쓰쿠바시 건설의 첫 삽을 뜰 당시, 이 곳은 이렇다 할 특산물조차 없는 촌락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지금 쓰쿠바는 쾌적한 생활 환경, 높은 교육 수준과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자랑하는 ‘일본 과학의 메카’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다국적 컨설팅업체 윌리엄 M. 머서사가 세계 215개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삶의 질’ 평가에서 환경 부문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쓰쿠바는 완성작이 아니다. 연구단지 부지는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고 도쿄에 집중된 인구·기업·기관 분산에 기여한다는 애초의 건설 목표도 달성됐다 할 수 없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처음 계획과 전혀 다른 기능과 형태를 띠게 된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1년6개월 후면 쓰쿠바의 미래에 획기적 전기가 될 도쿄-쓰쿠바 간 철도 ‘쓰쿠바 익스프레스’가 완공된다. 쓰쿠바는 이렇게 아직 ‘진화 중’이다.

246개 연구소에서 1만5000명 일해

진화 멈추지 않는 일본 최고의 연구·환경도시

육교에서 내려다본 시 중심가 교차로. 도로 주변의 가로수들이 울창한 숲을 연상케 한다

쓰쿠바시의 면적은 2만8500ha다. 이 중 2700ha가 시의 중심인 ‘연구학원지구’다. 시 전체 인구 22만명 중 10만명이 이 곳에 살고 있다. 나머지 12만명은 시 외곽지구에 거주한다.

연구학원지구에는 46개의 국립연구소와 교육기관, 200여 개의 기업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순수 연구인력만 1만5000여 명. 그 중 약 5000명이 공공연구원이다. 일본 전체 공공연구원의 절반 이상이 이 곳 쓰쿠바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있다.

쓰쿠바에 국제적 색깔을 부여하는 이들 또한 연구원들이다. 쓰쿠바에는 126개국에서 온 70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대다수가 연구원과 유학생, 그 식솔들이다. 일본인 연구인력의 상당수도 외국에서 학업을 쌓거나 근무한 경험이 있는지라 도시 분위기는 일본적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현대적’이다. 이는 쓰쿠바가 일본이 세계적 공업국으로 발돋움하던 1960년대 중반 계획된 도시라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50년대 말 도쿄는 경제 활황과 함께 찾아온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수도권정비위원회였다. 1960년 위원회는 ‘대학분산계획시안’을 마련했다. 1961년에는 ‘학원도시안’을 발표했다. 도쿄 인근에 학원도시를 만들어 대학과 연구 기관, 관련 산업시설까지를 분산시킨다는 복안이었다. 곧 건설성, 국토청 등이 나서 지역 물색에 들어갔다.

1963년 이바라키현의 쓰쿠바가 최종 선택됐다. 정부는 쓰쿠바 건설의 목적을 두 가지로 설정했다. 첫째, 지식산업의 집적을 통한 시너지 창출, 둘째, 수도 기능 분산이었다. 1966년 마침내 쓰쿠바연구학원도시 건설이 시작됐다.

“당시 쓰쿠바는 수전(水田), 수답(水畓)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일본 농촌마을이었습니다. 한때는 나뭇잎을 삭혀 만든 퇴비로 질 좋은 쌀을 생산해 이름을 얻기도 했지요. 또 시 북쪽 쓰쿠바산에는 숯가마가 많아 제법 수입이 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근대화와 함께 화학비료 사용이 일반화되고 숯 사용량도 급격히 줄면서 지역 경제는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새 도시 건설이 결정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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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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