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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포트

北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의 진실

최대치 2500개…그나마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계산

  • 글: 강정민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핵공학박사 jmkang55@hotmail.com

北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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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처리 완료” “절반 가량 재처리” “2500개 재처리”…. 북한의 사용후 핵연료봉 8000개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한다. 지난 봄 가동준비 징후가 포착됐던 영변의 재처리시설에서 이미 상당부분 재처리를 완료했다는 설이다.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미국 정보기관의 이러한 수치는 어떻게 산출됐으며, 그 근거는 무엇인가.
北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의 진실

영변 재처리시설의 위성사진. 하단의 좌우로 긴 건물이 재처리 공장이다.

지지난 4월18일 북한 외무성은 “8000여 개 사용후 핵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이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4월23일 열린 베이징 3자회담에서는 리근 외무성 부국장이 “재처리 작업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미국에 밝혔다. 7월15일에도 북한은 재처리 완료를 다시 한번 미국에 통보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과 한국 정부는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북한 외무성의 4월 발표 이후 미국 정부는 “영변 재처리시설 주변에서 새로운 활동들이 감지되었으나 이것이 반드시 재처리시설이 가동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한국 정부 또한 4월말 “몇 가지 징후가 있지만 재처리시설 가동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무시’에 기분이 상한 것일까. 북한은 지난 10월2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재처리를 완료했으며 이를 통해 얻어진 플루토늄을 핵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용도변경시켰다”고 밝혔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요약하면 “폐연료봉에서 나온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서도 미국은 증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 인용보도는 또 뉘앙스가 다르다. 5월9일 국내의 한 일간지는 정부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영변 재처리시설에서 연기가 났으며 이는 시설이 가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7월20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정보당국이 동해상에서 크립톤85의 수준증가를 포착했다”며 재처리 시작 징후라고 보도했다. 급기야 10월22일 한국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전체 폐연료봉의 30% 정도인 2500개가 재처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은 거듭된 폐연료봉을 재처리한 것일까. 북한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이 이를 무시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2500개 재처리’설 같은 구체적인 수치는 과연 어떻게 도출된 것이며, 이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영변 재처리시설을 감시하고 있는 검증 메커니즘, 특히 확정적인 증거라는 ‘크립톤85’의 추산방식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995년 북한은 제네바합의에 따라 가동중이던 5MWe 원자로를 중지하고 핵연료봉을 인출해 아르곤가스와 함께 봉합하여 보관해왔다. 한 기당 22개 내외, 총 400기의 특수 캐니스터에 담긴 폐연료봉 8000여 개는 대략 50t 정도의 무게로, 이중에는 핵무기급 플루토늄이 25~35kg 정도 포함돼 있어 재처리하면 핵탄두 5~6개 분량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시설은 영변 핵시설단지 안에 위치한 ‘방사화학실험실’.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이 이 시설을 처음 방문했을 때 첫 번째 공정 라인은 이미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를 수행한 이후였고, 1994년 3월 IAEA 사찰관은 첫 번째 공정 라인과 거의 같은 규모의 두 번째 공정 라인이 완공 직전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제네바합의에 따라 설치했던 이 시설의 봉인을 제거하고 뒤이어 IAEA 감시요원을 철수시키며 긴장을 증폭시켰다. 이후 이 시설의 가동 여부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4월 북한 외무성의 ‘재처리 완료선언’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재처리시설 본 건물에서 한 차례 연기가 나는 등 재처리 징후를 포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연기 발생이 지속적이지 않고 재처리시 반드시 발생하는 비활성기체인 크립톤85가 포착되지 않는 등 추가적인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재처리시설의 가동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미 정보당국이 재처리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감시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영공을 통과하는 첩보위성에서 찍은 사진과 대기에 포함되어 있는 크립톤85라는 불활성기체의 농도다.

이 가운데 우선 첩보위성을 통한 감시방법을 살펴보자. 현재 한반도 상공에는 세계 최고의 정찰위성이라는 미국의 KH-12가 눈을 번뜩이고 있다. 분해능력 10~20cm, 다시 말해 손바닥만한 물체를 식별해낼 수 있는 이 첩보위성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광학센서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가시광선을 감식해내는 광학센서는 주로 재처리시설의 굴뚝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의 유무를 살핀다. 시설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움직임 역시 중요한 관측대상이다. 반면 적외선 광학센서는 재처리시설의 열반응을 주로 촬영한다. 핵연료봉 재처리에는 부분적으로 고온처리과정이 있어 아무리 단열을 잘한다 해도 적외선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공장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 활동하면 이 또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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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정민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핵공학박사 jmkang5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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