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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논단

韓·中 관계의 과거와 미래

‘우호’ 착각 버리고 ‘자주’로 활로 찾아야

  • 글: 고성빈 제주대 교수·정치외교학 ksb@cheju.ac.kr

韓·中 관계의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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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중 관계도 한층 긴밀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자주적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편협한 민족주의 의식을 고취시켜서는 안 된다. 문화적, 사상적, 역사적 차원을 고려한 한·중 관계의 과거와 미래를 살펴본다.
韓·中 관계의 과거와 미래

베이징 교외에서 2001년 기갑부대 등을 동원해 1964년 이래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벌이는 중국인민해방군(오른쪽).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 발사되고 있는 모습(왼쪽).

바람직한 한중관계 수립을 위해선 우선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으며 그와 함께 이론적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중국은 한국에 대해 상당히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종주국’이라는 선입견이 그 예이다. 한국은 이러한 중국측 인식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하다. 필자는 이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싶다.

실질적 성과는 별로 없었지만 그동안 일본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많았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선 지나치게 막연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 있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세 나라 국민의 지적 수준만큼은 비슷하다고 보는데 왜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학문적, 문화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뒤처지고 있는지도 반성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서구인들은 그들이 그리고 싶은 조망으로 동양을 바라보며 동양인들에게도 그러한 동양관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였다”고 비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인은 혹시 중국인이 세워놓은 중국관과 한국관을 은연중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타성적이고, 막연하고, 감정적이며, 혼재되어 있는 상태다. 우선 한국인은 “중국은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며 일본은 한국의 잠재적인 적”이라는 타성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거대한 영토와 유구한 문화에 대한 비논리적인 경외심, 거대소비시장이라는 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유교문명을 오랫동안 공유해왔다는 동류의식 등이 얽혀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미국 등 서구의 대(對)중국관이 한국인의 의식 속에 내재화된 측면이 있다. 중국은 공산주의 독재국가이며 최근의 개혁과 경제발전으로 인해 패권주의국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흔히 우리는 일본의 전통문화를 우리보다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해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친근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의 의존적 타성 탓인지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탈냉전시대에 들어서 중국 학문의 성격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채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사실이 이를 잘 나타낸다. 반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학생은 수 백 명에 불과하며 그나마 대부분 조선족이다. 학술과 문화교류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한국이 중국을 대접하고 있는 셈이다.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대 강연에서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예로 한국인은 아직도 한자를 쓰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한국 유학생들은 국가원수의 발언치고는 유치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중국학생들은 동방의 작은 나라가 아직도 중국을 경배하고 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끼며 새삼 한국과의 친근함 혹은 한국의 왜소함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정치인의 덕담으로 가볍게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러한 사례는 한국의 일반적인 대중국 인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한국인의 대 중국 인식은 양국간 국교가 맺어진 199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호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대한 호감도를 능가할 정도다. 한중간 인적·물적 교류의 지속적 증대, 지나친 대미 의존에 대한 한국 내부의 성찰, 한중 양국의 문화적 친밀성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웃 나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호감이 일방적인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상대방은 과연 한국에 대해 대칭적 의미에서의 친근함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측의 비합리적인 호감으로 인해 중국이 한국에 대해 여전히 갖고 있는 종주국으로서의 인식을 무감각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 실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경험을 비롯해 문화, 학술, 정치적 교류를 통해 중국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감지된다.

“중국인이 ‘고조선’ 건국했다”

중국(대만을 포함)에서의 학술세미나에 참가할 때면 중국 학자들로부터 받는 질문이 있다. 그 전형적인 것이 “중국인 ‘기자’가 고조선을 세운 것을 아느냐”는 것이다. 또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국을 여러 번 도와주었으니 중국과 한국은 서로 잘 지내야 한다”는 덕담도 자주 듣는다. 여기서 그들이 말하는 것은 임진왜란과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이다. 심지어는 중국이 한국전쟁 때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구출해 주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중국 학자들은 “역사적으로 중국은 일본과는 달리 한반도의 왕조들과 친하게 지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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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성빈 제주대 교수·정치외교학 ksb@ch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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