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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계획도시를 가다⑦|중국 쑤저우(蘇州)

문화유산·첨단산업 조화로 2500년 세월 건너뛴 ‘두 얼굴의 도시’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문화유산·첨단산업 조화로 2500년 세월 건너뛴 ‘두 얼굴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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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르려 비상하는 중국.
  • 용틀임이 한창인 대륙에서도 쑤저우는 변화가 가장 빠른 도시다.
  • 2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이면서도 외자유치 실적은 중국내 1위. 이런 묘한 양면성을 조화롭게 지탱하는 한 축이 쑤저우공업원구다. 전통과 현대성의 공존을 가능케 한 이 신도시 탄생의 비밀은 철저한 도시개발계획에 있다.
문화유산·첨단산업 조화로 2500년 세월 건너뛴  ‘두 얼굴의 도시’

쑤저우공업원구 전경

‘上有天堂, 下有蘇杭(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

중국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옛말이다. 중국인들이 천당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고장으로 손꼽히는 두 곳이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와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다.

이중 인구 690여만의 쑤저우(蘇州)시는 중국 춘추시대 오(吳)나라의 수도로 번성했던 고도(古都)로 2500여 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녔다. 당시의 흙먼지가 그대로 날리는 듯 착각할 정도로 전통 문화유적이 잘 보존돼 있는 데다 크고 작은 원림(園林)들까지 지닌 ‘정원도시’다. 게다가 수로와 운하가 발달해 ‘동양의 베니스’로 불리는 ‘수향(水鄕)’이어서 오래 전부터 남중국(南中國)의 대표적 명승지이자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받아왔다.

그런 쑤저우시가 오늘날 탈바꿈을 거듭하며 옛 영화의 복원을 꾀하고 있다. 국제수준의 대기업이 잇따라 모여들면서 쑤저우시가 속한 장쑤성 일대뿐 아니라 전중국을 통틀어 주목받는 신흥 산업도시로 떠오른 것이다. 쑤저우는 ‘달라진 중국’을 가장 잘 보여주는 본보기다.

이는 물론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과 더불어 중국의 21세기 ‘경제 대장정(大長征)’을 주도할 구심점으로 부상한 상하이(上海)의 배후도시라는 이점 덕이 크긴 하다. 하지만 쑤저우가 ‘성공시대’를 맞이하기까지 그 이면엔 결코 만만찮은 노력들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의 흔적들이 빚어낸 결정체가 바로 쑤저우공업원구(蘇州工業園區, 이하 원구)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곳”

6년 전 개통돼 상하이와 난징(南京)을 잇는 왕복 4차로의 후닝(?寧)고속도로. 상하이 푸둥(浦東)국제공항을 출발, 공항에서 160km 가량 떨어진 쑤저우시로 향하는 2시간 내내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자못 목가적이었다. 지평선까지 펼쳐진 드넓은 논밭과 그 사이로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는 소담스런 ‘흑와백벽(黑瓦白壁·검은 기와지붕에 흰 벽)’의 2층짜리 농가들…. 중국 강남(江南·長江이남)지역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이다.

그러나 ‘蘇州工業園區 2km’라고 쓰인 이정표가 나타날 즈음 해서 논밭은 점차 사라지고 높이 솟은 송전탑의 행렬이 이어진다. 쑤저우 인터체인지로 들어서면서부터는 곳곳에서 포크레인 등 중장비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건설현장이 희부연 하늘을 배경으로 끝간데 없이 펼쳐진다.

서울의 삼성 본사로 출장을 갔다가 복귀하는 길에 기자와 동승하게 된 쑤저우삼성전자유한공사 리빙개발부 정규범(43) 부장은 “어제까지만 해도 고스란히 있던 한 마을의 건물들이 오늘이면 몽땅 사라질 만큼 쑤저우는 하루하루 급변하는 곳”이라며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때론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라고 귀띔한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원구의 동서를 잇는 간선도로에서는 고가도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차로를 일부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8km에 이르는 도로를 통째로 막은 뒤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대국(大國)인 중국답다.

원구는 명칭만 공업구일 뿐 실상 그 자체로 하나의 신도시다. 한국에 산재한 공단들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개발계획면적만 70㎢에 달한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8배가 넘는 규모. 승용차로 한참을 달려도 좀처럼 끝이 안 보이는 공단부지는 여기저기 파헤쳐진 채로 건물 신축 및 도로건설 공사가 진행중이다. 흙과 암석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들이 굉음을 내지르며 왕복 4차로 도로를 빈번히 오간다.

개발방식이 독특한 원구는 중국과 싱가포르가 합작으로 개발하는 국가급 공단. 정식 명칭은 ‘中國-新加坡 蘇州工業園區’로 CSSIP(China-Singapore Suzhou Industrial Park)라는 영문 약어(略語)로도 통한다. 원구의 발전목표는 현대화·글로벌화한 정원(庭園)식 첨단기술공단 건설이다.

쑤저우시는 1994년 원구 개발을 시작, 오는 2010년까지 모두 3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을 진행중이다. 그 가운데 1개 구역은 이미 개발이 완료됐다. 개발 초기 중국정부는 공단부지를 싱가포르에 제공했고, 쑤저우의 오랜 역사전통과 생태계적 장점을 높이 산 당시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총리는 200억달러를 투자했다.

원구 개발 프로젝트는 싱가포르정부가 직접 기획했고, 쑤저우시 공무원들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관련교육을 받았다. 요약하자면, 중국은 넓디넓은 땅을 내놓는 대신 싱가포르의 자본과 기술력을 백분 활용해 첨단공업단지를 유치하는 독특한 개발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하루의 또 다른 시작인 밤에 지켜본 원구의 풍경은 낮과는 사뭇 달랐다. 중앙분리대에 설치된 전등 불빛이 잔디와 나무들을 환히 비추는 원구의 독특한 야경은 이곳이 공업단지라는 생각을 일순간에 스러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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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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