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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포트

미국의 람보식 석유패권 전략

중동 질서 재편하고 중앙아시아 자원 확보 노린다

  • 글: 이준범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처 jld24@knoc.co.kr

미국의 람보식 석유패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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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프전에서 그루지야 정권교체, ‘제2의 베트남’이라는 이라크전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개입하는 해외분쟁의 핵심에 석유가 있다는 분석은 이제 상식이다. 본토는 물론 알래스카에도 상당한 매장량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이 해외 석유에 그토록 집착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미국이 그리는 21세기 에너지지도와 국제세력관계의 청사진, 그로부터 유추해본 향후 20년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
미국의 람보식 석유패권 전략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었다. 2001년 9·11 테러사태 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2002년 초에는 일부 국가들을 지목하여 테러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악의 축’ 국가라고 선언했다. 중동 산유국인 이라크와 이란이 이들 ‘악의 축’ 국가에 포함되었고 2003년 3월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단행했다. 이 군사공격은 공식적으로는 단 40일 만인 4월30일에 끝났지만, 이라크에서는 아직까지도 후세인 잔당으로 추정되는 세력과 정체가 불분명한 무장세력들이 미군과 여타 주둔군들을 상대로 테러식 공격을 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이들의 공격 양상은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라크내 다수파인 시아파와 미 군정 당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팔루자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미 해병과 무장세력간 직접 교전이 발생하여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태로 인해 공식 전쟁기간보다 휠씬 더 많은 군인과 이라크인들이 희생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이라크 포로에 대한 미군의 비인도적 행위가 잇따라 폭로되면서 미군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급전직하했고, 이는 세계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최근의 고유가 현상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진행되면서 석유는 빠지지 않고 그 배경으로 거론되었다. 9·11 테러 직후 이슬람 국가가 테러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 제기되자, 이슬람 국가에 대한 미국의 보복 가능성은 석유공급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란 분석으로 연결되었다. ‘악의 축’ 국가가 선포되었을 때 이에 포함된 2개국이 공교롭게도 중동의 영향력 있는 산유국이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이 시작되었을 때도 이는 이라크 석유자원을 노리는 미국의 야만적인 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러한 시각이 어느 정도 정확한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석유가 이들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즉 석유는 미국으로 하여금 군사행동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으며 한 국가가 군사공격을 당해 그 운명이 바뀔 만큼 중요한 자원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미국에게 있어 석유가 무엇이기에 분석가들은 석유와 군사행동을 연결시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석유에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와 세계 경제질서의 유지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석유는 오늘날 세계경제의 주력 에너지원이다. 세계경제가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는 연간 94억 석유환산톤(TOE ton of oil equivalent, 다양한 에너지원을 석유로 환산하여 톤으로 나타낸 단위)이다. 이 가운데 석유는 37%인 약 35억t이며, 석유와 같은 탄화수소 계통 연료인 천연가스가 24%인 22억t이다. 석유계통의 연료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61%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석유가 주력 에너지원으로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단연코 미국이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미국은 전후 안정적인 경제질서를 창출하기 위해 국제경제의 핵심인 무역, 금융 및 에너지에 대해 근본적인 재편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무역 분야에서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도입해 식민지 중심의 블록무역을 부정하고 자유무역질서를 관철시켰으며, 자유무역을 뒷받침하기 위해 달러를 국제통화로 정착시켰다.

에너지의 경우에도 미국은 주요국인 유럽 국가들이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2차대전 중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 연합군 작전에 필요한 석유를 공급했고, 미국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한 대규모 유전을 보유하고 있어 유럽에 석유를 공급할 능력을 갖고 있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주에너지원이던 석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냉전으로 인해 유럽의 주요 석탄 생산국인 폴란드가 공산화되었고, 유럽 각국에서 사회주의가 점차 힘을 얻으면서 석탄 노동자들의 파업이 잦아져 공급이 불안정해진 석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특히 영국 런던에서는 스모그 현상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 석유로의 연료전환 요구가 거세졌다.

미래가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은 유럽 경제재건을 위한 마셜 플랜(Marshall Plan)에 따른 현금차관 대부분을 유럽국가들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석유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유럽이 에너지를 석유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점령한 맥아더 사령부가 태평양전쟁의 원인이었던 일본 재벌을 해체하면서 이들이 보유한 정유회사지분을 메이저 석유회사들에 넘기도록 하여, 미국이 세계 에너지를 석유로 재편하는 출발점을 마련했다.

미국이 세계 석유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미국의 현재 석유매장량은 304억배럴로 전세계 매장량 1조477억배럴의 2.9%에 해당한다. 세계 7위에 해당하는 매장량으로 전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은 하루에 전세계 석유소비량의 26%에 달하는 1970만 배럴을 소비하는 세계 제1의 소비국이다. 하루 76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2위의 산유국이라고는 하지만 소비량을 감안하면 충분한 물량이라고 할 수 없는 것. 더욱이 미국의 현 석유매장량은 향후 11년간 생산할 물량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미국의 석유는 11년 후면 고갈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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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준범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처 jld24@kn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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