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호

이운학 中인민대학 연구원의 중국 부동산·주거문화 A to Z

개발 붐, 거래 붐, 투자 붐! 대륙에 부는 부동산 바람

  • 대담: 황의봉 동아일보 출판국 부국장·전 베이징특파원 heb8610@donga.com

    입력2004-10-27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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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부동산 열기가 뜨겁다. 자고 나면 거리지도가 달라질 정도로 중국의 대도시는 ‘지금 공사중’이다. 첨단빌딩에서 아파트단지, 주말용 고급별장에 이르기까지 개발 붐이 인 가운데 이 틈을 타고 부동산 재벌이 줄줄이 탄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발빠른 한국인도 중국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중국의 주거문화와 사회주의국가 특유의 토지정책, 부동산시장의 내막, 그리고 한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둘러싼 문제점들.
    이운학 中인민대학 연구원의 중국 부동산·주거문화 A to Z
    요즘의 중국대륙, 특히 대도시는 거대한 건설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처에서 빌딩이 올라가고 재개발 공사판이 펼쳐져 있다. 거리마다 요란한 광고문구 가운데 둘 중 하나는 부동산 분양광고일 정도다.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대륙을 휩쓸고 있는 건설 붐과 부동산 열기는 마침내 한국인에게도 옮겨져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는 한국인의 부동산투자가 열기를 띠는가 하면, 중국의 부동산만 둘러보고 오는 관광팀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달에 만난 이운학(李雲鶴·42) 중국 인민대학 금융증권연구소 부동산자산관리 수석연구원은 베이징에 8년째 체류하면서 중국의 부동산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함께 다루고 있는 이 분야의 최고전문가. 국내 대기업과 컨설팅회사에서 해외부동산 투자담당을 역임했고 ‘중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을 지냈다. 최근엔 한국관광공사의 베이징한국문화관광홍보센터 빌딩 매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운학 연구원과 함께 중국인의 주거문화 및 부동산 관련 현황과 속사정을 알아본다.

    먼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사회주의 중국에서의 부동산 개념과 개혁개방 이후 변화하고 있는 주거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토지사용권의 개념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여서 부동산의 개념 자체가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한국에서는 토지가 환금성이 있는 자산입니다. 개인은 토지를 소유할 수 있고, 법적으로도 보호받지요. 그러나 중국에서 토지는 국가와 인민이 공유하는 개념입니다. 국가는 원천적으로 토지의 소유권리를 가지고 있고, 인민은 국가로부터 일정기간 토지사용권을 취득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리를 가졌다고 보면 됩니다. 국유토지사용권을 확보한 개인이나 기업은 매년 국가에 토지사용료를 납부해야 하고, 이 토지를 용도에 맞게 활용해야 합니다. 토지를 개발하지 않고 보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일정 기간 토지를 개발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토지사용권을 강제로 환수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정부가 기본적인 보상비를 지급합니다.

    중국에서 부동산의 가치는 토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부가 개인에게 토지사용권을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것도 토지를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토지보다는 지상권을 더 중시합니다. 한국에서는 토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념이 형성돼 있지만 중국에서는 개발 프로젝트 중심으로 부동산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사고파는 거래도 우리와는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중국에서 부동산 거래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입니까.

    “부동산 거래는 토지사용권 거래와 지상물 거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토지는 사용권을 거래하고, 건물은 소유권을 거래한다고 보면 됩니다. 올해부터 토지는 국가와 개발자가 직접 공개입찰을 통해 거래하고 있습니다. 입찰은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되는데, 토지를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중국에서는 토지 자체보다는 개발 프로젝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토지거래시 토지의 용도에 맞는 프로젝트의 규모와 인허가 여부가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준비돼 있지 않은 땅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건폐율과 용적률 그리고 사용권의 기간도 매우 중요한 요소지요. 그러나 일단 개발이 완료된 뒤에는 지상건축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중국의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토지의 사용기간과 지상권, 즉 건물의 소유권 문제입니다. 토지의 사용기간은 주택의 경우 70년, 문화 상업용지는 40년, 사무용지는 50년, 공업용지는 30~40년이 보통입니다. 이 기간에는 개발 부동산을 거래하거나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토지사용기간이 만료될 경우 그 위에 들어선 건물의 소유권이 어떻게 되느냐가 모두의 관심사항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중국인뿐 아니라 중국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업 모두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토지사용 기간이 만료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정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중국정부의 입장은 토지사용기간이 끝나면 토지사용세나 토지출량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사용권리를 연장해주겠다는 것입니다. 토지출량금은 토지개발 담보금 성격이 강하지만 개발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토지관련 세금입니다.

    토지는 무(畝) 단위로 거래하는데, 1무는 660㎡로 200평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지상권은 ㎡ 단위로 거래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국가에서 인민에게 주택을 분배했는데, 개혁개방이 심화되면서 이런 제도가 폐지되지 않았습니까. 주택 분배제는 현재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1998년 이전까지는 국가나 소속 기업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해주었습니다. 직장 근무기간과 공로에 따라 일정면적의 주택을 배분한 것이지요. 사영기업의 경우는 주택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국영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해왔습니다.

    따라서 1998년 이전에 국영기업에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은 주택을 분배받았고,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면서 분배받은 집의 소유권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러나 1998년 중국정부는 이 같은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외자기업의 투자유치를 촉진하고 투자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공급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한 것이죠. 그리고 급여에 주택보조금을 지급하였던 것입니다.

    이후 부동산 개발이 본격화하고, 각 기업이 소유한 가용 토지를 개발하면서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주택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회사는 종업원의 급여를 담보로 은행에서 30년짜리 장기저리융자를 알선하기도 합니다.”

    -주택분배제도의 폐지 이후 중국인의 내집 마련 현황은 어떻습니까.

    “주택보급률은 100%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부 농촌의 경우 국가의 재정문제로 주택보급이 원활치 못한 측면이 있지만 도시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과거 국영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주택을 공급했기 때문이죠. 심지어 맞벌이 부부가 각각 주택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주택문제는 보유의 문제가 아니라 더 넓고 좋은 주거환경으로 옮겨가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현재 베이징의 주택면적을 보면 가구당 2.7명 기준으로 평균 21.5㎡(약 7평)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를 2005년까지 가구당 56.45㎡(15평)로 확대하고, 2010년엔 80㎡(26평)까지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상하이의 주택보급계획을 보면 2030년 1인당 점유면적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선진국이 1인당 48~70㎡인 점을 감안하면 점유면적에선 상당히 접근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의 도시 거주자들은 핵가족화 경향이 있지만 대형주택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봅니다. 더구나 중국에서는 주택의 보유 수량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를 위해서 주택을 사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국인의 내집마련 전략

    -중국 서민들의 소득수준으로 미루어볼 때 주택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근 중국의 부동산 투자는 50% 이상이 베이징, 상하이, 저장(浙江)성, 광둥(廣東)성, 장쑤(江蘇)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소득수준이 높은 이들 지역의 1인당 평균소득은 4000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상하이나 베이징에 있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월평균급여가 700달러를 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높다고 해도 충분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세금혜택이나 은행융자 등 주택구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어 생각보다는 손쉽게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보통 주택을 구입하여 등기까지 마치는 데 집값의 약 3.5%가 비용으로 들어갑니다. 은행을 활용할 경우 주택가격의 20%만 자기가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20~30년간의 장기대출로 충당합니다. 이자는 보통 5% 안팎인데 면적과 주택가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30년짜리 장기대출을 받아 보통의 주택을 사게 되면 매월 1000위안(15만원) 정도의 대출금 이자만 내면 됩니다. 현재 중국인의 소득수준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지요.

    중국정부는 은행의 장기대출을 활용한 주택구입을 유도하고 있는데, 특히 85㎡ 이하의 공공주택은 경제주택(서민주택)이라고 하여 저소득층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 경제주택은 최저가격으로 공급하며, 장기저리의 은행융자 등 혜택이 있는 대신, 규제도 엄격합니다. 해당지역 주민 이외에는 구입할 수 없고 5년간 매매가 금지됩니다.”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 각지에서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인의 주거환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지 않을까요.

    “말씀하신 대로 중국의 도시개발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80년대를 기준으로 보면 도시화율이 20% 이상 진전됐어요.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주거환경이 질적으로 개선됐을 뿐 아니라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도심지 재개발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전통주택이 철거되고 새로운 형태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게 가장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새로 들어서는 주택은 크게 서민주택과 아파트로 나뉩니다. 아파트는 다시 면적과 가격에 따라 일반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 호텔식 아파트, 콘도형 아파트 등으로 세분화되고 구매목적에 따라 주거용, 레저용, 투자용, 주상복합용, 임대용으로 구분되면서 소비자층도 더욱 세분화되는 추세입니다.

    “현재 개인 투자자 가운데는 비합법적인 방식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중국에서 자금의 출처를 문제삼아 투자를 무효화한 사례는 없으니까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합법성을 갖추고 투자하는 것이 좋겠지요. 투자지역을 따져본다면 아무래도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가 무난할 겁니다. 심리적인 안정성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런 도시에는 한국의 외교공관이 있거나 기관 단체에서 파견한 현지 지사 등이 있기 때문에 유사시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거든요.

    기업 차원에서 중국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도시 외곽의 유통센터, 즉 건자재시장 농수산물시장 가구시장 등을 중심으로 개발사업의 기회가 많을 것으로 봅니다. 자동차 보유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고 맞벌이 부부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주말을 휴식 겸 쇼핑으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고, 따라서 도시 외곽의 유통 위락센터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이밖에 독신자 아파트나 소규모 오피스텔도 한국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시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호텔이나 백화점도 한국기업이 관심을 가져볼 시기가 되었다고 봐요. 연간 200만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왕래하는 상황에서 주요 도시에 한국 소유의 호텔 하나 없는 것도 문제 아닙니까. 일본기업의 경우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에 여러 개의 호텔을 가지고 있어 자국인들이 이용하고 있어요. 개인 차원에서는 상가나 오피스빌딩에 투자를 하되, 반드시 소유권을 확보하여 임대사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인이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실정이 어떻습니까.

    “개인이나 법인이 임대사업을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자신이 직접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 임대수입의 5%를 임대소득세로 납부해야 하고, 재임대의 경우는 2.5%만 납부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런 임대사업은 수익성이 별로 없을 거예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신규물량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택임대사업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 주요도시의 한국인 밀집지역 아파트를 매입하여 한국인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정상적인 임대수익은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아파트 매입비용에 따른 이자와 관리비용, 세금, 장식비 등에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지요. 다만 기업 차원에서 베이징 같은 대도시 역세권 상가나 주택을 매입해 독신자용 아파트나 유학생용 기숙사로 개발하는 방안이라면 좋을 듯싶군요.”

    호텔·백화점도 관심 가질 만

    -주택임대사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셨습니다만 제가 듣기로는 외국인 상대로 임대사업을 해서 수익을 올린 사람이 꽤 있다고 하거든요. 상황이 바뀐 것입니까.

    “1990년대 중반부터 외국기업의 중국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일부 부유층이 외국인 전용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2003년 10월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은 거주지역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임대료가 비싼 집에서 살 수밖에 없었지요. 당시 외국인 대상 주택의 판매가격과 임대료가 매우 높아서 세후 임대수익이 연간 15~30% 정도 됐습니다. 보통 3년 내지 6년이면 투자원금을 회수할 정도였어요.

    그러나 외국인 대상 주택이 아닌 일반주택의 경우 그간 임대수익을 내기는 힘들었다고 판단됩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우선 세금이 문제입니다. 금년에 임대소득세가 5%로 단일화됐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임대수입의 18%를 세금으로 내야 했거든요. 이밖에 물가상승률, 주택구입에 따른 대출이자, 자기자본 조달이자, 장식비 등등을 고려하면 실제 일반주택의 임대수입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사정은 지금도 비슷합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고급주택을 싸게 구입해 임대사업을 한다면 승산이 있을 겁니다. 이런 고급주택들은 이미 투자비를 회수한 상태라 비교적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거든요.”

    해외 부동산 투자와 규제조치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늘어나면서 한국인 밀집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추세라고 하더군요. 특히 베이징의 왕징 지역은 한국기업 주재원이 대거 몰려들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고 하는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일단 한번 오른 임대료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현대자동차에 이어서 관련 협력업체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어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이들에게는 자녀교육 문제가 매우 중요한데 왕징아파트 단지의 경우 이런 점에서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편이라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높은 임대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형국입니다만, 그렇다고 특별한 대책도 없습니다.

    사실 재중 한국인의 규모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지로 진출해 한국인이 거주할 아파트를 짓고 분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들의 현지투자가 이루어지기 전에 주거 교육 문화 등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거든요.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이런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 비용이 많이 듭니다. 베이징 지역의 우리 주재원과 유학생 등이 지불하는 임대료만 해도 한 달에 최저 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실정이에요.”

    -중국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서 법적으로 어떤 규제가 있습니까.

    “해외부동산 직접투자에 관한 법 규정이 있습니다. 이 규정에 의하면 해외부동산 취득과 관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한국은행이나 주거래은행으로부터 투자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어요. 최근 들어 유학생 경비나 증여성 송금이 허용돼 소액의 부동산 투자가 가능해졌습니다만 엄격하게 따지면 이러한 투자행위도 위법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베이징 거주 한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회원권이 1000여개를 넘습니다만 이것도 해외부동산 취득규정에 따르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중국에서 식당이나 상가를 운영하는 개인이 많지만 이들이 모두 해외투자승인을 받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주거용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집니다. 해외투자는 자금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이들이 법과 규정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제가 보기에 환치기 등을 통한 외환거래의 규모가 정상거래규모보다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합법적 투자방안 택해야

    이처럼 수요가 있는 줄 알면서도 골프장이나 호텔, 리조트타운, 백화점, 상가 등을 공개적으로 개발하려는 한국기업이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투자 관련업종의 범위가 매우 넓어 해외투자의 순수한 의도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쉽게 나설 수 없는 것이지요.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라고나 할까요. 이제는 해외부동산 취득이나 투자개발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여 장려해야 합니다. 이미 베이징 상하이 등은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진출해 있어 현지대출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해외부동산 투자를 규제할 게 아니라 투자 이후의 완벽한 관리규정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진 한국인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일단 중국의 부동산 거래 속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중국은 땅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시스템이 다릅니다. 그리고 합법적인 투자방안을 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지인들의 말만 믿고 편법으로 투자해서 큰 이익을 남기겠다는 식의 발상은 위험합니다. 금융기관은 부동산 관련펀드를 운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현지에 부동산투자 관리법인을 설립하여 해당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도 좋겠지요.

    중국에서의 부동산 투자는 환금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여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중국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일단 투자의 목적을 분명히하고 수익성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서 실행에 옮기되, 현금투자보다는 가급적 현지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정부의 정책이 중요합니다. 중국 부동산에 투자할 의향을 가진 한국인이 많다면 이들을 양성화하는 방안을 하루 빨리 찾아주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투자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중국 부동산 투자를 통해 양국간 민간 차원의 경제교류가 더욱 활성화할 수도 있을 거고요. 개인이 합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어주라는 것입니다.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외화유출 현상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운학 中인민대학 연구원의 중국 부동산·주거문화 A to Z

    베이징의 한국인 밀집지역인 왕징 일대.

    대체적으로 도심지역에는 주거용 주택이 많이 들어서고 있고, 도시 외곽에는 여유 있는 계층을 위한 주말용 주택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주말용 주택 가운데에는 모든 설비가 완벽하게 갖춰진 최고급 별장형 아파트도 등장했습니다. 별장형 아파트는 보통 ㎡당 3000달러 수준이니까 평당 가격이 1000만원을 웃돌 정도로 고가인 셈입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출퇴근의 편리성을 강조하는 독신자용 원룸형 아파트가 보급돼 새로운 주거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국인은 우리와 달리 입식 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택의 형태나 기능도 우리와는 다소 다를 것 같은데,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의외로 중국인의 생활문화와 사고방식은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서구화되었다고 할까요.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아파트의 기본골조만 완공된 상태에서 분양하므로 각종 실내장식을 구매자가 자기 취향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또 아파트의 같은 동이라 해도 서로 면적과 구조, 방향이 다르고 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중국의 아파트는 실제로 들어가보지 않고서는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파트 평형만 알면 들어가보지 않아도 내부구조를 알 수 있는 우리와는 전혀 다르지요. 이런 식이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파트 내에서 이웃과 만나기도 힘듭니다.

    우리는 흔히 의식주라고 합니다만, 중국인은 그동안 식(食)을 가장 중시했어요. 그런데 최근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주(住)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먹는 것보다는 좋은 집을 더 중시하게 된 것이지요. 한마디로 주택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라는 개념이 정착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각양각색 아파트 내부구조

    -건설회사는 골조만 완성하고 각종 실내장식은 소비자가 알아서 하도록 한다고 하셨는데요. 왜 이런 관행이 생긴 것일까요.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징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과거 주택을 정부나 기업이 분배해주다 보니 내부장식은 입주자가 알아서 하도록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개성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성향도 이런 관행이 정착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 같아요. 중국인의 구매행위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남이 산 것과 같은 물건을 잘 사려 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중국인이 사는 아파트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획일적인 한국과 달리 집집마다 개성이 뚜렷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내장식에도 많은 비용을 들이는 편이지요. 가구나 집기 등의 교체주기가 짧고 첨단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중국정부가 2001년 이후 공급되는 주택에 대해 기초적인 실내장식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잘 먹혀들지 않는 실정이에요.

    이런 배경에서 중국에서는 주택의 내부장식은 물론 공간의 설계변경도 집 주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 아파트의 경우 입주가 시작되고나서 최소한 2년쯤 지나야 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됩니다. 아파트단지 주변에 대형 건축자재상이나 가구시장이 들어서고 인테리어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인테리어 비용이 보통 주택가격의 10%를 차지할 정도예요. 최근 들어 분양되는 주택 중에는 추가비용을 내면 표준화된 실내장식을 해주기도 합니다만, 주택의 분양에서 입주까지 시간이 걸리고, 이 기간에 새로운 장식재가 시장에 나오기 때문인지 신청자가 많지 않다고 하는군요.”

    베이징을 2, 3년 만에 다시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빌딩이 곳곳에 들어선 데다가 좁은 골목길이 널찍한 대로로 변했는가 하면, 대규모 재개발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지리감각이 마비될 정도다. 이런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로 인해 베이징은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서울의 발전상을 능가한 것처럼 보인다. 2008년 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개발의 속도도 더욱 빨라지는 느낌이다. 물론 상하이나 다른 대도시들도 면모가 확 달라지기는 마찬가지다. 대륙을 휩쓸고 있는 부동산 개발의 내막은 어떤 것일까.

    -요즘 중국의 어느 도시를 가든 부동산 개발이 한창입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는 물론이고 지방의 중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전국토가 건설현장 같은 분위기입니다. 특히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데요. 주요한 사례를 소개하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베이징의 중심부에 왕푸징(王府井)이 있습니다. 서울의 명동에 해당하는 곳이지요. 베이징 시정부가 1997년부터 개발을 추진해 10억위안(약 1500억원)을 들여 거리를 새롭게 개조했습니다. 지금은 베이징의 대표적인 상업과 오락의 중심지역으로 변했지요. 개발 당시 고위공무원들이 부패혐의로 처형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크게 성공한 역사적인 개발 프로젝트가 됐습니다.

    특히 창안(長安)대로의 한 블록을 차지한 동방광장은 홍콩의 리츠 자본을 끌어들여 개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호텔과 오피스빌딩 아파트 백화점 등이 들어선 이곳은 아시아 최대의 주상복합건물로 1층 상가는 세계 유명브랜드 상품들이 들어차 호화롭기 짝이 없습니다. 상가의 월 임대료는 ㎡당 400달러 정도입니다. 이곳은 중국 부동산 개발의 상징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96년 개발이 시작돼 1999년 10월1일 건축이 완공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장식 등에 시간이 걸려 2002년에야 완전히 끝났습니다. 토지개발 면적 약 34만㎡, 총건축면적 265만㎡로 개발비용이 20억달러를 초과했다고 합니다.

    현재 사무지역과 주거상업지역으로 나누어 개발되는 차오양(朝陽)구의 CBD(핵심상업지역)는 중국정부가 내놓은 야심작으로 2007년 말 완공될 예정입니다.

    이밖에 하이뎬(海淀)구 서쪽 지역에는 단일 백화점으로는 세계 최대라 할 수 있는 옌샤(燕莎)백화점이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자본의 주도로 개발되고 있는 이곳의 면적은 68만㎡(23만평)나 된다고 해요. 국내외 펀드를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운영은 중국측이 한다고 합니다.

    베이징 남쪽에는 중국정부가 제2의 푸둥(浦東)지구로 개발하는 BDA (Beijing Development Area)가 새로운 자립형 산업도시로 태어나고 있어 주목됩니다. 이곳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새로운 자립형 도시로 성장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베이징과 톈진(天津)의 중간지점에는 대학촌을 건설하여 중국의 주요대학과 해외 유명대학을 유치한다는 구상이 착착 진행되고 있어 향후 눈부신 발전이 기대됩니다. 이외에도 세계 500대 기업 유치를 표방하고 추진하는 500동(棟)의 빌딩 신축사업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민간 부동산개발 기업이 주도하는 이 사업은 한 개 기업에 빌딩 한 개씩을 판매한다는 야심만만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한국기업의 경우 LG그룹이 베이징 도심지역에 오피스(쌍둥이) 빌딩을 개발해 성황리에 임대를 완료한 바 있고, 현대자동차도 이전에 판 차오양구의 빌딩을 다시 구입했습니다.”

    속출하는 부동산 재벌

    -부동산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토지의 소유자인 국가, 즉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제약요인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정부의 역할이랄까 개발에 대한 규제정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까.

    “국가가 토지공급을 통제 관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모든 개발과정은 정부의 거시경제정책과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특히 올해는 중국정부가 농촌 농업 농민을 위한 이른바 ‘3농(農) 정책’ 실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에 따라 농촌의 토지를 무단 점용하거나 개발한 경우 원상회복을 명령하는 등 강력한 규제정책을 펴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도시의 토지거래 및 활용상태를 일제히 점검한 일이 있습니다. 정부가 허가해준 대로 개발이 시행되고 있는지를 조사한 것이지요. 정부에서 허가한 건폐율이나 용적률을 임의로 높여 분양함으로써 이득을 챙겼는지 여부와 농지를 무단 점유해 주택을 개발한 사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한 겁니다. 또 허가를 받고도 공사를 추진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찾아내 허가취소 등 행정제재를 취했습니다.

    이처럼 토지사용권 취득에서부터 토지이용계획, 프로젝트 입안에서 인허가 과정 및 개발 판매 관리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정책변화는 부동산 개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이 조금이라도 변화하면 그로 인해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추가되는 등 자금운용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개발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요. 부동산 개발로 인해 가치가 높아졌다면 개발 이익은 누구에게로 돌아가나요.

    “결국 개발이익 환수문제인데요. 아직 이와 관련한 제도가 명확하게 정착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간은 토지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로 인한 지가상승은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도시화 과정에서 국가가 공원을 조성한다든가 도로를 확장하고, 지하철 철도 공항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주변 토지와 건물들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자 이로 인한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논의가 분분합니다. 현재로서는 수익을 얻는 만큼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 즉 수익자 부담 원칙이 유력한데, 문제는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것 같습니다.”

    -부동산 개발이나 건설사업을 통해 부(富)를 축적한 사람도 많고 부정비리사건도 많을 것 같은데요. 올해 초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의 100대 갑부 중에 35명이 부동산 개발업자라고 하더군요.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의 역사는 이제 겨우 10년 남짓합니다. 개발 초기에는 노하우가 부족하여 일부 기업에 특혜를 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특혜사업에는 비리가 뒤따르기 마련이라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부패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았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라고는 해도 자본의 위력은 대단하거든요.

    그러나 최근에 탄생한 부동산 재벌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와 같은 특혜는 줄어든 반면 합리적인 정책들이 나왔기 때문이죠. 개발기업에 외국계 펀드가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고 새로운 규정들이 만들어지면서 부동산 개발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졌어요. 국가 지도자들의 세대교체도 투명성이 높아진 한 배경이 됐고요. 이제는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 관련 인허가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부동산으로 성장한 기업도 많습니다. 특히 부동산 개발회사에는 국영기업들이 지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만 3000여개의 개발회사가 설립돼 있는데, 이중 10%는 재정규모면에서 재벌급이에요. 2004년 현재 8개의 부동산 개발기업이 홍콩에서 주식공모를 통해 증시에 상장했습니다만, 중국정부는 계속해서 부동산 개발규모가 큰 기업을 홍콩 등의 주식시장에 상장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제가 베이징 시내에 있는 어느 대학의 교수 아파트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아파트 단지 안에 판잣집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재개발로 쫓겨날 처지의 원주민이라고 하더군요. 우리처럼 부동산 개발에 따른 분쟁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까.

    “실제로 재개발 과정에서 분쟁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보상과 관련된 것이죠. 우리나라에서처럼 철거에 폭력배를 동원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정부는 개발자와 철거민들 간의 이해관계 조정을 목적으로 한 철거관련규정을 최근 만들었다고 해요. 재개발에 따른 이전보상비는 비교적 높게 책정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시내 중심지에 대규모의 주상복합시설을 개발할 경우 토지사용권 가격을 100이라고 하면 이전보상비는 100보다 다소 높게 책정하는 식입니다. 이전보상비는 지상물 철거보상비, 이주비 등을 합친 개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재개발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보상도 잘 이루어집니다만, 개인기업 특히 외자기업이 주도하는 경우 원주민들이 보상비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강하게 버텨 분쟁 해결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높아진 주민들의 목소리

    -재개발과 철거민 보상문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분쟁거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라는 특성상 정부의 힘이 상대적으로 막강하지 않습니까. 도시계획이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역이기주의나 님비현상 혹은 환경문제가 우리처럼 커다란 장애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실상은 어떻습니까.

    “우리보다는 덜하지만 실제로 그런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이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변하면서 주거문화와 환경관리문제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주택가 밀집지역의 주유소 건설이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취소된 경우가 많을 정도니까요. 주거지역의 쓰레기장 문제, 상가조성 문제, 공원설립이나 문화공간 조성 등은 반드시 사전에 개발도면을 열람하도록 하고 있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기타 부대시설 등도 지역주민들과 반드시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보상도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중국정부도 이제는 인민의 합리적인 요구를 되도록 수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요즘 중국의 웬만한 도시치고 공사판이 벌어지지 않는 곳이 드문데요. 우리는 흔히 중국인의 행동이 느리다고 해서 ‘만만디’라는 표현을 씁니다만, 어떤 건설사업은 우리보다도 빠르게 공사를 진척시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건설현장을 운영하고 있는 걸까요.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생활환경이 낙후된 중서부 지역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건설현장을 조직적 집단적으로 이동하며 생활합니다. 공사는 기본적으로 24시간 3교대로 이루어지고 근로자들은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건설현장을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해요. 건설현장 근처에는 술집이나 오락실이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당국이 규제하기 때문이죠. 근로자의 급여는 하루 평균 30위안(4500원) 정도인데, 이 돈을 현장근로자에게 직접 주지 않고 반드시 은행이 확보, 관리하여 고향에 가서야 찾아쓸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어요. 부동산 개발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현장근로자의 급여는 반드시 지급되도록 제도화한 것이지요. 이처럼 개인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24시간 공사현장이 운영되므로 마음만 먹으면 아주 빠르게 공사를 진척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이운학 中인민대학 연구원의 중국 부동산·주거문화 A to Z

    ▲베이징의 CBD(핵심상업지역) 재개발 현장. ▼베이징 차오양구의 빌딩신축 현장.

    -중국의 건설분야에 한국기업들이 진출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일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CM(건설공정관리) 부분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건설시장이 완전 개방되지 않아 중국정부가 발주하는 공사 입찰에는 독자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만, 대부분의 건설회사와 개발기업들은 각 지역에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다각도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드는 돈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는 부동산 개발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건설 붐과 동시에 부동산 구매 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시장도 활성화되고 있고 당국은 시장시스템의 정비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또 부동산 붐으로 인해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토지나 주택가격이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올랐는가 하면, 회원제 호텔이 등장했고 부동산 펀드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려든다는 얘기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현주소와 거래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중국은 부동산의 개념이 우리와 다르고, 사회주의 국가라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어서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의 환경도 크게 다를 것 같습니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중국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공급자 시장이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공급자는 정부를 말합니다. 물론 개발업자가 주택을 지어 분양하지만 모든 물량과 가격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정부는 개발업자가 토지사용권을 취득하고 인허가를 신청하면 주택의 수량과 면적, 형태 등을 국가5개년개발계획에 의거해 조정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최근 주택 분양시장과 중개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1992년 홍콩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 부동산 판매대리점을 설립한 것이 주택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공급자 시장이긴 하지만 차츰 수요자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출되기 시작했어요. 요즘 개발업자들이 내놓은 주택 홍보자료를 보면 상당한 정성과 비용이 들어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부동산시장이 세분화되는 추세이고, 개발 프로젝트가 주택에서 대형 테마파크나 레저시설로 바뀌고 있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또 이전에는 부동산개발 시장이 컸지만 최근엔 부동산 관리기업이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아파트 관리나 빌딩 관리가 주거문화를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부동산 마케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그동안 중국에서는 부동산 마케팅의 개념조차 없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중국에선 주로 어떤 사람들이 부동산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나요.

    “외국에서 부동산 개발의 노하우를 배워온 유학파가 부동산 마케팅의 주역입니다. 현재 중국에는 IT분야와 부동산 개발에 많은 인재가 포진해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첨단직종에 인재들이 몰려드는 셈이지요. 부동산 개발 및 분양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보통 연봉이 100만위안(1억5000만원) 수준이고 여기에 실적에 따른 성과급이 추가됩니다. 중국 내에서 최고수준의 수입을 올린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부동산 관련 부문의 총수나 중간관리자층이 대개 30~40대 초반의 젊은이라는 사실이 인상적입니다.”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중개인이나 분양회사 같은 매개체가 필요한데요. 중국은 아직 부동산 거래의 메커니즘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아요. 현지에서 보는 실태는 어떻습니까.

    “부동산 거래의 메커니즘이 취약한 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점과 부동산중개사들이 전문성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정부는 부동산평가사, 부동산중개사, 부동산관리사 등 관련분야 전문가를 육성하고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베이징시에만 약 1만6000명의 부동산중개사 자격증 소지자와 20여개의 부동산 중개기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자들은 대규모 시설의 분양관리를 이들 중개기업에 맡기지 않고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분양하거나 선진화된 부동산 판매관리 컨설팅회사에 위탁하고 있어요. 부동산관리 전문기업에 위탁판매하면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판매관리 전문회사는 분양뿐 아니라 입주 이후 시설물 관리도 해주기 때문에 회사 인지도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현재 중국에는 외국계 부동산 판매관리 회사가 많습니다. Century21 부동산체인점이나 CB Richard Ellis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죠. 화위안(華遠)부동산그룹 등이 중국 토종기업을 대표합니다. 이런 기업들에 의해 중국에도 선진기법의 부동산 개발과 거래 및 관리 메커니즘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하면 투기꾼이 연상될 만큼 한국에서는 부동산과 투기는 상관관계가 깊습니다. 중국에도 부동산 투기꾼이 있는 겁니까.

    “투기꾼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중국에도 분명 거주목적이 아닌 부동산 투자가 성행하고 있으니까 투기꾼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작년까지는 개인보다 기업이 투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요지에 국유토지사용권을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은 뒤 다른 개발회사에 프로젝트를 넘기면서 차액을 챙겼다는 것입니다. 3000여개의 부동산 개발회사 중 70% 이상이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어왔습니다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반면 개인의 투기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 투기꾼은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번 돈을 분산시키려 한다는 것이지요. 중국은 한 사람이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해도 규제가 없을 뿐 아니라 법과 제도도 개인의 사유재산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거든요. 돈 많이 가진 사람이 더 큰 집을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물론 토지개발 정보를 미리 알아내 보상비를 노리는 투기꾼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성장단계 진입한 레저시장

    -경제가 발달하면 콘도나 펜션 같은 레저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커지게 마련인데요. 중국의 경우는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습니까.

    “중국의 레저관련 부동산시장은 서서히 성장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미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됐고, 주요 도시의 구매력으로 환산한 1인당 평균소득도 4000달러 정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국민소득 4000달러 선에서 레저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거든요. 지금 중국의 도로망이 빠른 속도로 선진화되고 차량 보유율이 높아진 것도 레저 관련산업의 발달을 촉진할 게 틀림없습니다.

    이미 대도시의 스포츠센터, 호텔의 구락부, 골프장, 그리고 소유제 호텔 등은 시장이 형성돼 성장단계에 진입하고 있어요. 시내 중심지나 관광지역의 호텔은 방을 매매하는 객실소유제(産權制飯店)도 활발합니다. 필요할 때는 자신이 객실을 사용하고 그 외에는 호텔측이 관리 운영하여 수익을 분배하는 형태입니다. 또 베이징 외곽에는 최고급 설비를 갖춘 호텔형 별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고급 별장은 우리와 달리 재산증식 수단이라기보다는 접대용 혹은 자신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게 대부분이지요. 정부 차원에서도 2004년 3월 RCI(Resort Condominium International)와 같은 제도를 만드는 등 레저시설의 발전전망이 매우 밝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콘도나 펜션 같은 레저시설을 새롭게 개발하기보다는 현재의 관련시설을 보수하거나 선진적인 관리 운영방식만 도입해도 시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국영기업이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휴가시설들이 각 지역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北戴河), 광시(廣西)성 베이하이(北海), 하이난다오(海南島) 등을 비롯해 전국 도처에 각 기관이 운영하는 호텔형 초대소가 많습니다. 비록 시설과 운영관리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 기능은 콘도나 펜션과 비슷하거든요. 물론 현단계에서 콘도 회원권 개념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회원권에 투자하지만 중국인들은 재산을 공유한다는 개념이 약한 데다 예약문화가 쉽게 정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중국의 토지거래는 국가로부터 취득한 토지의 사용권을 거래하는 개념이라고 하셨는데요. 어쨌든 토지마다 가격이 다르지 않겠습니까. 토지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겁니까.

    “토지는 용도에 따라 8등급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국가에서 매년 공시지가를 조정합니다만 실제 거래되는 시가는 토지의 용도, 개발 인허가 가능성, 인프라, 주변환경 등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특히 용적률이 토지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되었죠.”

    베이징 도심 평당 2700만원

    -구체적으로 베이징 시내의 토지가격은 얼마나 됩니까.

    “중국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전국에서 베이징의 평균 토지가격이 가장 높습니다. 베이징시 최고 중심지역인 둥청(東城)구의 1급 상업지역의 경우 1무(200평)에 2000만위안(30억원) 수준입니다. 평당 1400만원쯤 되는 셈이죠. 그런데 이건 정부로부터 토지사용권을 취득할 때의 토지공급가격이고,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훨씬 높습니다. 2004년 초에 정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베이징의 중심가 상업지역은 평당 27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중심가의 주택개발지역은 평당 225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위치에 따른 토지가격의 차별화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베이징 도심지에서 주택을 개발하여 분양할 경우 분양가에서 토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30%인 데 비해 다른 지역은 10% 수준으로 훨씬 낮습니다. 그래서 주택가격 역시 위치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둥청구의 보통 수준 아파트가 ㎡당 약 140만원인 데 비해 가장 저렴한 외곽지역의 핑구(平谷)구는 16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또 한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차오양구의 왕징(望京)지역은 100만원 수준이에요.”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는 중국 도시의 토지나 주택가격이 비싸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최근 많이 올라서 그런 겁니까. 그동안의 부동산 가격의 추세나 전망이 궁금합니다.

    “토지의 경우 도시화가 추진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갔습니다. 베이징 시내와 외곽의 경우 경제개발구의 영향으로 보통 5배 정도, 투자요지는 그 이상 올라갔어요. 2000년 이후 불과 4년 동안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이러한 가격 오름세는 정부의 개발정책에 기인하는 측면이 큽니다. 토지사용권의 가격이 오르면 자연히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만, 과거의 주택공급가격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현재는 오히려 하향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에요.

    특히 2000년 이전에 지은 외국인용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인의 거주지역 제한조치가 철폐된 데다 그동안 높은 임대료로 충분한 수익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제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최근 들어 더 좋은 환경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고급주택이 계속 공급되는 것도 외국인용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원인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보면 중국 부동산시장에 버블현상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선진국의 경우 전체 주택시장의 물량규모에 비해 신규 공급물량의 비중이 미미한 게 일반적이지만 중국은 오히려 신규 공급물량이 거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주택물량보다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기존 주택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예요. 이런 현상은 새로 건설한 아파트가 그만큼 많이 부동산시장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걸 말해줍니다. 또 그간 개인의 주택을 구입할 때 은행에서 장기저리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런 경우 집을 파는 데 제약이 많은 것도 기존 주택거래가 부진한 이유라고 봅니다. 최근 주택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에는 이처럼 기존 주택의 거래가 극도로 부진한 것도 작용했다고 하겠습니다.”

    토지사용권, 공개입찰로 획득

    -토지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된 건 정부가 토지사용권 가격을 올렸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일단 취득한 토지사용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원래의 가격보다 비싸게 받기 때문인가요.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에서 토지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2004년부터 전국의 토지는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데요. 정부로부터 토지사용권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개입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입찰가격은 구매자 스스로 결정해야 하므로 해당 토지의 개발가치를 명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서 같은 구역 내에서도 토지가격이 다를 수 있지요. 한편 토지사용권을 양도하는 것도 이제는 어려워졌습니다. 2003년 이전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토지사용권을 양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경매를 통해서만 양도가 가능하도록 제도화됐어요. 결국 토지사용권의 가격은 개발가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공개입찰과 경매 등의 절차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지요. 결코 정부나 사용권자가 임의로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오히려 가급적 토지가격 결정과정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베이징의 왕징 아파트단지의 한 부동산 소개소에 얼서우(二手) 주택도 취급한다고 써놓았던데요. 이건 무슨 뜻인가요.

    “신규분양주택이 아닌 기존주택, 그러니까 중고주택도 취급한다는 뜻입니다. 그게 바로 방금 설명드린 것처럼 신규물량이 넘쳐나 생겨난 표현입니다. 한국 같으면 부동산업소에서 기존주택을 소개하는 게 당연하니까 굳이 그런 표현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만, 중국에서는 워낙 신규주택이 많이 공급되다 보니까 기존주택도 거래한다고 특별히 명기해놓은 것이지요.”

    중국의 부동산 붐은 드디어 한국인에게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 부동산이 장기침체에 빠져들자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게 됐고, 자연스레 중국이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이미 중국 대도시에 아파트를 사두었다거나 관심을 갖고 중국 현지를 방문해 알아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와 함께 중국 부동산업계도 외국인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한국인을 1순위 고객으로 꼽는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묻지마 투자식 접근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책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투자전망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한국인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이나 거래는 완전히 자유롭습니까. 아니면 어떤 규제나 제한이 있나요.

    이운학 中인민대학 연구원의 중국 부동산·주거문화 A to Z

    베이징 중심지역을 연결하는 제2순환도로의 정비된 모습.

    “개인이든 기업이든 특별한 규제나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부동산 개발투자의 경우 자금을 중시합니다. 개발의지만 분명하다면 토지사용권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어요. 외국계 부동산 펀드들을 보면 영업활동을 아주 적극적으로 합니다. 물론 거래도 자유롭게 진행되고요.”

    -그렇다면 실제로 중국에서 외국인이 자기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의 절차나 관련 세금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절차도 간편한 편이고 은행대출도 가능합니다. 주택구입 후 취득세와 기타 비용은 면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구입가의 3.5% 정도입니다. 나중에 부동산을 처분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는 거래차액의 3% 정도이고요.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신분증과 함께 중국 내에서의 소득증빙자료 혹은 외국에서의 소득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주택의 경우 대출한도는 구입가의 60%, 상가나 오피스는 50% 수준입니다. 대출기간은 주택의 경우 65세 이전에 상환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해지며, 사무실이나 상가는 보통 7~10년입니다. 이자율은 위안화가 4.77~5.28% 수준이고 달러화 대출은 3%대니까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요. 예를 들어 아파트를 신규 분양받는다면 착공시점에서 자기부담금을 납부하고 약 2개월 후에 대출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착공시점에 사면 완공 때까지의 이자를 할인받고 입주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부동산 등기제도는 우리와 마찬가지입니까. 외국인이 부동산을 살 경우 등기문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2004년 중반까지만 해도 신규개발 부동산의 소유권 등기는 보통 건물 완공 후 1~2년 이내에 이루어졌습니다만, 얼마 전 부동산 개발자는 구매자와 계약 후 90일 이내에 등기를 하도록 법제화됐습니다. 중국정부는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부동산 매입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렸을 때 본국으로의 과실송금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중국도 이미 금융거래에 실명제가 정착돼 있어 외국인도 통장을 개설할 수 있고 이용이 자유롭습니다. 합법적으로 투자된 금액에 대해서는 과실송금이 가능합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한국인들이 자금을 불법으로 빼돌려 중국의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불법사례가 아니더라도 요즘 중국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현지에서 볼 때는 어떻습니까.

    “저도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 듣고 있고, 또 실제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한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대부분 재중 한국인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지역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결국 우리끼리 부동산을 주고받는 셈이어서 저는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환금성과 실내장식의 문제입니다. 중국에서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나중에 처분할 때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하는 한국사람이 꽤 있어요. 그 문제로 저와 상담한 사람도 여럿입니다.

    중국 부동산 투자 양성화해야

    그럼에도 중국 부동산 투자의 필요성은 점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중국에서의 부동산 취득과 관련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합법적인 부동산 투자관리 펀드를 조성하여 구입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겠지요. 단기적으로야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부동산 매입과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으므로 투자가 양성화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요즘 한국인들은 주로 어느 지역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구체적인 지역과 부동산거래 분위기를 알 수 있을까요.

    “상하이가 가장 활발한 것 같습니다. 상하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국에서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어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는 것 같아요. 현재 상하이에 대한 한국인의 투자는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요. 즉 개발과 운영 관리보다는 시세차익이나 재임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에 비해 베이징은 2008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한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투자매력이 상하이보다 크다고 평가합니다. 상하이가 갑작스럽게 개발된 반면 베이징은 상하이의 개발모델을 충분히 연구검토한 후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요. 한국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산둥성의 칭다오(靑島), 옌타이(煙臺) 등의 경우 주택시장보다는 레저 리조트 시설의 개발가치가 충분하지만 개인자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곳에선 개인 중심의 주택거래가 있기는 해도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방금 부동산 펀드를 통한 투자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현재 중국에 부동산 펀드가 많이 있습니까.

    “외자기업이나 중국기업들이 펀드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부동산 개발투자 펀드지요. 주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3년 만기로 운용됩니다. 펀드 수익률을 보면 주택 위주로 운용했을 경우 연 4.5~8%고 상가나 오피스빌딩의 경우는 12~18%입니다. 이처럼 펀드의 운용수익은 양호한 편인데, 중국정부는 향후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부동산 펀드를 활성화시키려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감안할 것은 중국의 주식시장이 과거처럼 큰 이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06년부터는 중국의 금융시장이 개방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부동산 투자는 수익성이나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이루어지게 마련인데요. 최근 중국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갖는 한국인 중에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투자시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투자대상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우선 주택의 경우는 투자수익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반면 상가에 투자하면 연 15% 정도의 수익률은 올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의 경우는 위치가 좋은 지역을 기준으로 할 때 투자수익률이 10% 정도로 비교적 안정적인 편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처럼 땅을 매입한 후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땅은 개인소유가 아니라 다만 국가로부터 사용권만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토지를 매입하여, 다시 말하면 토지사용권을 사들여 아파트나 상가를 짓거나 또는 재건축 사업을 한다면 개발 수익이 보통 30%는 되니까 개발기간을 2년으로 잡는다면 연 15% 정도는 되는 셈이지요.”

    中부동산 투자의 수익률

    -중국을 상대로 한 한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알선하거나 관리해주는 시스템은 없습니까.

    “아직 공식적으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은행이나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이 중국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다른 외국기업들처럼 부동산관련 펀드를 운용하는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 문제는 관심 있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 부동산 투자에 대해 정보제공이랄까 자문을 해주는 기관이 있습니까. 그런 곳이 없다면 어디서 관련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아직 중국 부동산 관련정보를 체계적으로 서비스 하는 전문기관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인터넷 카페 같은 동호회를 통해 상호 투자정보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도 인터넷을 통해 중국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방향에 대해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부동산 투자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려면 부동산과 금융, 각종 정책과 규정, 관리 운영 등 관련분야를 아우르는 전문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일본이나 영국 등 외국기관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접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동호회 사이트 활용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중국 부동산 투자와 관련하여 대상지역이나 투자형태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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