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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진기지 CJ 인도네시아

극렬한 주민 저항, 무책임한 종업원, 살인적 풍토병 이겨내고 17년 만에 정상 등극

  • 글: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진기지 CJ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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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 열세 설움 주던 일본 업체 제치고, 핵산 생산 세계 1위
  • ●전세계 농가 사육 돼지 5마리 중 1마리는 CJ 라이신 섭취
  • ●금융위기 후 멈춘 사료 공장, 재가동 3년 만에 시장 장악
  • ●한국서 경험한 군부독재 압축성장 뒤집어본 게 印泥 진출 열쇠
  • ●동남아에 제2의 CJ그룹 구축 프로젝트 가동 중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진기지 CJ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진출에 성공한 CJ 파수루안 공장. 송석원 상무(왼쪽 두번째)와 현지 직원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달렸다. 1000만명이 거주하는 자카르타는 동남아시아 최대 도시다. 서울 한복판처럼 고층빌딩, 고급 호텔과 주택이 즐비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900달러 안팎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함께 떠난 CJ인도네시아그룹 박종철 과장은 “자카르타 시민은 1인당 국민소득의 4∼5배인 연간 3000~4000달러를 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부자”라며 “특히 화교 출신의 부(富)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설명했다.

매출 대비 순익 20%

그러나 도심을 벗어나자 가난한 마을과 헐벗은 주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맨발의 허름한 행상인은 하루 3000원을 벌기 위해 길거리에 나섰고, 한 청년은 오전부터 나무 그늘 밑에서 자고 있었다. 발가벗은 아이를 들쳐업고 지나가는 차를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아낙네는 예전에 어디선가 본 모습 같기도 했다. 1960년대 한국을 담아놓은 사진첩에서 봤음직한 풍경이 차 바깥에 펼쳐졌다.

2시간 동안 2차선 도로에서 곡예하듯 중앙선을 넘나들며 달리다 왼편 샛길로 빠져나갔다. 잠시 후 오른쪽 하늘 중간에 ‘SUPER FEED’라고 씌어 있는 커다란 간판이 보였다. 닭 사료를 생산하는 CJ 세랑 공장이다. 1997년 4만t의 사료를 생산하던 세랑 공장은 금융위기 직후 2000년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2001년부터 다시 공장을 가동한 지 3년 만에 50만t을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최대 공장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는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다.

세랑 공장을 포함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CJ의 여러 공장에서 거둔 실적은 더 놀랍다. 지난해 CJ는 5000억원 어치의 사료첨가제 라이신과 쓰레오닌, 식품첨가물 핵산을 판매했고, 매출액 대비 20%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매출의 20%라는 것은 한국의 웬만한 일류기업도 달성하기 힘든 실적이다. 이 같은 업적이 오로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손끝에서 나왔다는 사실 역시 놀랍다(여러 인도네시아 공장에 한국인은 몇 명밖에 없다).

공장을 견학한 뒤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현지 직원들의 눈빛이었다. 길거리에서 보던 느슨하고 생기 없는 눈이 아니었다. 공장에서 만난 현지인은 세랑 공장을 총괄하는 박용덕 부장에게 깍듯하게 경례를 했다. 그들은 약간의 긴장이 감도는 군대 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혹시 사고는 없었냐고 묻자, 박 부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은 군대처럼 운영하되 직원을 마주할 때는 이웃처럼 조심스럽게 대한다는 것이 현지 공장의 운영 노하우”라고 했다.

박 부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군사정권을 경험한 것이 이곳에선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구나.’

인도네시아는 1965년 육군 장교 출신의 수하르토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집권, 무려 32년 동안 군부통치를 했던 나라다. 잠시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집권해 민간정부를 구성했지만, 현 대통령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역시 군인 출신이다. 민주화의 물결이 거세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인도네시아의 요직은 대개 군인 출신이 차지하고 있고 영향력도 건재하다.

CJ의 주재원들은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노련한 경영진은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 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터득한 경험으로 난관을 헤쳐가고 있다. 예컨대 군 출신 고위 인사를 회사의 총무부장으로 영입하는 것이 그렇다. 파수루안 공장에선 장성 출신을, 좀방 공장에선 해군 대령 출신을 영입했다. 조직에서 생활한 경험이 없는 직원에겐 규율을 가르치고, 인근 주민의 소요사태 땐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군 출신과 유대관계를 맺는 것은 불안한 사회에서 생존하는 방편이다.

세랑 공장이 인도네시아 최대 사료생산지로 성장한 비결은 현지 양계장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한 데 있다. 화교 출신이 대부분인 양계장 주인은 매일 닭이 먹는 사료의 양과 불어나는 닭의 체중을 분석해 꼼꼼하게 기록한다. 적게 먹이고도 체중이 많이 불어나는 사료를 찾다 보니 여간 까다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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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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