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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진기지 CJ 인도네시아

극렬한 주민 저항, 무책임한 종업원, 살인적 풍토병 이겨내고 17년 만에 정상 등극

  • 글: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진기지 CJ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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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직원들은 이렇듯 세밀하게 효능을 확인하는 화교의 구미에 맞게 제품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해줬다. 때론 직접 효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무료로 사료를 제공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CJ 직원들은 양계장 주인이 병아리 공급도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사료를 팔자면 병아리까지 같이 팔아야 한다는 현지의 요구에 CJ는 종계장을 짓기 시작했다. 현재는 자바 섬과 칼리만탄 섬에 11개의 농장을 운영하며, 연간 병아리 6000만 마리를 양계장에 공급한다.

국내에서 사료산업은 사양산업으로 취급되지만, 다른 아시아 지역에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저개발국가가 많아 가축을 키우는 농가가 많아서다. 이런 시장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본 CJ는 중국-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에 이어 올해 터키 공장까지 인수, 아시아 사료 벨트를 구축했다. CJ는 아시아 시장을 발판으로 사료뿐만 아니라 종계, 종돈, 고기 유통까지 아우르는 세계 5대 종합축산회사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CJ 공장을 둘러보고 싶었던 것은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엿보기 위해서였다.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철강, 조선이 지금껏 한국경제를 견인한 주요 산업이지만, 장차 한국을 ‘세계 7강’쯤의 반열에 오르게 할 수 있는 품목은 무엇이 될지 궁금했다. 대안으로 바이오산업과 나노테크 산업이 올라와 있지만, 실제 산업화되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니 CJ가 인도네시아에서 거둔 성공은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 김치 종주국에서 태어난 CJ가 앞선 발효기술로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한다면 그 파급력과 부가가치는 막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17년 전, 1988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의 조그마한 마을에 몇 명의 CJ 직원이 도착했다. 인도네시아 제2의 수도라고 하는 수라바야에서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야 닿는 파수루안이었다. 사료첨가제 라이신의 원료인 사탕수수가 풍부하고 공업용수와 전기 공급이 원활해 공장 부지로 찍어둔 곳이었다.

당시 파수루안 공장 건립은 삼성그룹의 최대 투자건이었다(1988년 CJ는 삼성의 계열사였다). 그룹에선 8000만달러를 쏟아부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공장을 짓자며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런 까닭으로 공장 본관 건물은 마치 조선시대 궁궐을 연상케 했다. 공장 부지는 10만평, 설비는 최신식이어서 수라바야시(市) 일대에선 명소로 자리잡았다. 공장 내 커다란 잔디 구장은 시민이 애용하는 곳이며, 종종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축구경기를 벌이기도 한다.



‘발효산업의 반도체’로 부르는 라이신은 가축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아미노산이다. 동물이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공급해줘야 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라이신은 전세계 농가 다섯 곳 중 한 곳에서 구입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일본의 최대 식품기업 아지노모도에 이어 2위, 지난해 말엔 10만t을 생산했다. 15년 전 6000t을 생산하던 때와 비교하면 해마다 두 배씩 성장한 것이다.

파수루안 공장은 라이신뿐 아니라 사료첨가제 쓰레오닌, 화학조미료 MSG, 액체비료를 생산하는 세계 2위의 복합 아미노산 생산단지다. 사료첨가제의 핵심은 사탕수수를 분해하는 균주(菌株)인데, 주로 선진국이 기술과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첨단 바이오 테크놀러지를 기반으로 한 균주 개발과 생산현장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노하우가 필요해 후발주자는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CJ는 서울 바이오연구소에서 우수한 균주를 개발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인 미생물 게놈 연구, 생물 정보학, 대사 공학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연구소에서 개발한 균주로 생산한 라이신, 쓰레오닌, 핵산은 모두 산업자원부에서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다. 정부도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앞선 기업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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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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