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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퇴장 6개월, 중동평화는 오는가

美-이스라엘 강경 코드에 ‘春來不似春’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아라파트 퇴장 6개월, 중동평화는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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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라파트가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진 지 반년. 중동에는 평화의 기운이 조금씩 솟아나고 있다.
  • 그러나 미국 부시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일방정책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는 없다’는 이스라엘 강경파의 태도엔 여전히 변화가 없다. 중동평화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아라파트 퇴장 6개월, 중동평화는 오는가
아라파트가 프랑스 파리의 육군병원에서 눈을 감은 지도 벌써 6개월. 중동의 정치 지형(地形)에는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세 사람의 정치인이 있다. 팔레스타인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 타고난 강골 정치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그리고 유대인 네오콘에게 둘러싸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

중동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라파트가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진 뒤 팔레스타인의 간판이 바뀌었다”는 말이 오간다. 아라파트는 아랍인들이 ‘케피예’라고 일컫는 줄무늬 머릿수건을 두르고 카키색 군복을 입고 대중 앞에 나타났다.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후계자 압바스는 아라파트와는 대조적으로 비즈니스맨처럼 말쑥한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나온다.

압바스와 그의 측근들은 이러한 겉모습의 변화가 외부세계에 ‘새로운 팔레스타인’의 상징으로 비치길 바라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팔레스타인’이란 이스라엘과 총격전으로 맞서는 ‘무자헤딘(아랍 전사)’이 아닌, 평화협상 테이블에서 이스라엘과 마주앉은 팔레스타인이다.

아라파트 사후의 또 다른 특징은 부시 행정부가 압바스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온건파인 압바스가 아라파트의 후계자 자리에 오르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는 사실은 지난 1월 팔레스타인 대선에서 선관위가 압바스의 당선을 공식발표하기도 전에 백악관이 축하전화를 건 데서도 잘 드러난다.

압바스는 이미 5월 중으로 워싱턴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부시 행정부는 아라파트를 단 한 번도 워싱턴에 초청한 적이 없다. 부시와 그의 대외정책 참모들은 아라파트를 ‘테러리스트의 수괴’라고 직접 거론하지 않았을 뿐 그가 ‘중동평화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 부시 행정부와 이스라엘 샤론 정권은 온건파인 압바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그가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활동에 재갈을 물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샤론 총리도 “팔레스타인 당국은 테러를 막는 데 나서야 한다”고 거듭 주문해왔다. 그가 말하는 ‘테러’란 1967년 6일전쟁 이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무단통치를 해온 이스라엘군에 맞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저항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우리의 저항이 테러라면, 그것은 이스라엘의 국가 테러에 맞서는 테러의 균형일 뿐”이란 논리를 편다(2002년 6월 가자 현지에서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과 한 인터뷰). 2004년 6월 필자가 가자에서 만난 하마스 대변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대(對)이스라엘 저항운동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합법적 권리”라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 1월 치러진 대선에서 62%의 득표율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 뽑힌 뒤 집권 4개월을 넘긴 압바스의 행보는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편이다.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내부의 다른 강경파 정치세력과도 가능하면 충돌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한편으로, 하마스의 군사부문 조직인 이즈 알-딘 알-카삼 여단을 어떻게 무장해제시킬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즈 알-딘 알-카삼 여단은 하마스 창립 4년 만인 1991년 출범했으며 규모는 2000명에 이른다.

압바스는 기회 있을 때마다 ‘법과 질서’를 강조하지만, 거리에서 총을 들고 이스라엘을 성토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하마스 요원들을 단속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하마스의 투쟁을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속한 보안군도 하마스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지난 5월 가자지구에서 한 하마스 요원이 로켓추진 총류탄(RPG)을 자동차 뒷자리에 싣고 다녔다는 이유로 체포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이틀 뒤 풀려났다. 팔레스타인 보안군 책임자인 라시드 아부 슈바크는 “이스라엘군과 맺은 휴전협정을 어기는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단순히 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가둬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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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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