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호

일본, 12월 로카쇼무라 핵 재처리공장 시험가동

2011년 핵폭탄 연 1000개 생산 가능, 동북아 ‘제2의 핵 위기’ 우려

  • 다쿠보 마사후미 전 일본 원수폭금지국민회의 국제부문 선임연구원 takubomasa@yahoo.co.jp

    입력2005-08-29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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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오는 12월 일본 최대의 섬인 혼슈 북쪽 끝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이하 로카쇼) 핵 재처리공장에서 플루토늄 생산 ‘시험가동’을 시작한다. 열화 우라늄을 사용한 그동안의 시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핵발전소에서 빼낸 실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 플루토늄은 핵폭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2007년 5월까지 400t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무려 4t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계획이다. 핵폭탄 500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이후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 연간 처리량을 조금씩 늘려 2011년부터는 연간 800t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8t의 플루토늄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미국, 일본 등은 1990년대 초까지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 양을 11kg 미만으로 추산했다. 핵폭탄 1개에 플루토늄 5kg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2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 이것이 한반도 핵 위기를 불러왔다. 이 양과 비교하면 로카쇼 재처리공장의 능력과 크기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핵무기 재료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공장과 재처리공장 건설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5월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재평가회의에서도 일본의 플루토늄 생산시설 시험가동은 큰 문제가 됐다. 북한과 이란 핵개발 의혹 문제의 부상, 암시장에서의 거래, 동시다발 테러 등 2000년 재평가회의 이후에 발생한 국제사회의 이슈가 그 심각성을 부추겼다. 예컨대 우라늄 농축공장이나 재처리공장을 가진 나라가 NPT에 가입한 채 비밀리에 핵무장할 가능성, 이런 나라가 민생용이라며 핵기술이나 핵물질을 손에 넣은 다음 NPT를 탈퇴하고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 테러리스트가 공장에서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훔쳐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 이것을 제3국에 팔아넘길 가능성 등이 우려됐다.

    문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동을 앞둔 재처리공장으로, 비핵보유국 가운데 처음으로 상업적 규모를 갖춘 로카쇼 재처리공장의 가동 여부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다른 나라에서 같은 시설을 가동한다 해도 이를 막기 어려워진다. 로카쇼 재처리공장이 운전을 시작하는 그 순간, 핵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로카쇼 재처리공장과 관련,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 로카쇼 재처리공장 가동에 반대하는 것과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다. 핵 발전을 추진하고 싶으면 핵 확산이란 문제를 떠안는 재처리에 반대해야 한다. 비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재처리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재처리 후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처분하든, 사용후 핵연료를 그대로 처분(직접 처분)하든 최종 처분장을 개발하지 못하는 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셋째, 일본 플루토늄 정책이 핵 확산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는 것은 일본의 핵무장계획 유무와는 관계가 없다.

    빼앗을 수 없는 ‘핵권리’는 어디까지?

    우라늄에는 핵분열을 일으키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이 있다. 핵분열을 일으키기 쉬운 우라늄 235의 천연 우라늄 함유율은 0.7%. 나머지 대부분은 핵분열을 일으키기 어려운 우라늄 238이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사용하는 경수로형 원자로에는 농축공장에서 우라늄 235 함유율을 3~5%로 높인 것을 사용한다. 핵무기에는 90% 정도 농축한 우라늄을 사용한다. 원자로 안에서 우라늄 235가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제공하고, 우라늄 238은 플루토늄으로 바뀐다.

    재처리공장은 원자로에서 다 쓴 사용후 핵연료를 잘라 녹여 강렬한 방사능을 가지는 핵분열 생성물에서 플루토늄과 타다 남은 우라늄을 분리한다(엄밀하게 말하면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생산’되고 재처리공장에서는 ‘분리’되지만, 재처리공장에서도 ‘생산된다’ ‘제조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플루토늄은 핵무기 재료로도 쓸 수 있고, 우라늄과 혼합해 원자로 연료로도 쓸 수 있다.

    이처럼 농축공장과 재처리공장은 핵발전소 연료는 물론 핵무기 재료도 생산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NPT 제4조에 명문화한 원자력에 관한 각국의 ‘빼앗을 수 없는 권리’에 이런 기술의 ‘취득·개발’을 넣을지가 지금 재평가회의의 주요 논의대상에 올라 있다.

    조약을 만들 무렵엔 이런 기술개발 능력을 가진 나라가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같은 기술선진국뿐이었다. 핵 확산 방지도 이런 나라들에 한정된 문제였다. 그런데 NPT 발효 이후 핵무기를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 외에 북한, 이란, 리비아 등으로까지 기술이 확산됐다. 또한 그 기술이나 부품을 암시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 기술을 규제할 것이냐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우라늄 농축공장을 전부 없애버리면 경수로 운전을 못하게 되지만, 재처리공장은 전부 없애도 경수로 운전에 문제가 없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이용하려는 발상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에 걸친 산물이다. 당시에는 우라늄 매장량이 적고 핵발전소가 세계적으로 급증하리라 예상했다. 그때문에 우라늄 자원의 고갈을 피하기 위해 고속증식로(爐)라는 특수한 원자로가 개발됐다. 고속증식로는 우라늄 238에서 나온 플루토늄 239를 주연료로 쓰는데, 발전을 하고도 소비한 것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이 생산되는 ‘꿈’의 발전시설이다. 단점은 핵분해 과정이 매우 위험하고, 고비용의 발전설비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그 뒤 지구상의 우라늄 매장량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반면 핵 기술은 예상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우라늄 값은 급락했고, 구미 각국은 고속증식로 개발을 중지하거나 개발계획을 모두 철회했다. 꿈은 그냥 꿈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日, 2003년 말 플루토늄 40.7t 보유

    일본이 도카이무라 실험공장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하기 시작한 것은 1977년. 당시 미국의 카터 정권은 핵 확산 문제를 중요하게 여겨 재처리 중지 방침을 정한 후 다른 나라에도 같은 정책을 취하도록 설득했다. 그 무렵 일본의 전력회사는 영국과 프랑스의 재처리공장과 협상을 벌여 1982년부터 10년간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계약을 맺었다. 로카쇼 재처리공장과 현지 현촌(縣村)이 협정을 맺은 것은 1985년으로, 재처리 노선이 경제적인 의미를 상실한 후의 일이다.

    그리고 1995년 12월 ‘임계(臨界·원자로에서 유효증배율(有效增倍率)이 1인 상태)’에 이른 지 얼마 안 된 ‘몬쥬’ 고속증식로에서 나트륨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운전이 정지됐다. 고속증식로 이용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음이 분명해지자 1997년 일본 정부는 일반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태울 계획을 발표한다. 플루토늄 산화물과 우라늄 산화물을 혼합한 ‘혼합산화물(MOX)’ 연료를 노심에 3분의 1정도 장전해 플루토늄을 태우자는 것이다. 전력회사측은 2010년까지 16~18기의 원자로에 MOX를 이용하기로 계획했다. 이것으로 연간 7~11t의 플루토늄을 소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1997년 12월 일본은 잉여 플루토늄을 갖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런데 플루토늄은 점점 증가했다. 앞서 언급한 해외 재처리 위탁 결과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 양은 선언 당시 24.1t이던 것이 2003년 말 현재 40.7t에 이르렀다. 해외에 35.2t, 국내에 5.5t을 보관하고 있다. 간사이전력과 도쿄전력의 MOX 이용계획은 MOX 연료를 만든 영국연료 회사(BNFL)의 데이터 날조 사건(1999)으로, 도쿄전력의 핵발전소는 트러블 은폐 발각(2002) 등으로 백지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재 2010년 MOX 이용을 준비하는 것은 규슈전력 겐카이원전 3호기와 시코쿠전력 이카타원전 1호기뿐이다. 가령 MOX 이용이 진행된다고 해도 우선 사용될 연료는 영국과 프랑스에 보관된 플루토늄이다.

    본래 MOX 이용은 고속증식로 계획이 좌절되자 쌓여만 가는 플루토늄을 소비하려고 생각해낸 것이다. 하지만 MOX를 이용해 절약할 수 있는 우라늄은 10~20%에 불과하다. 우라늄 값이 그다지 비싸지 않아 경제적 효율성은 높지 않다. 추출한 플루토늄을 공짜로 제공받는다 해도 우라늄 연료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든다. 플루토늄은 방사능이 너무 강해 그걸 가공하기 위해서는 고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스티브 페타 교수는 “MOX 이용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우라늄 가격이 현재의 40배 이상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50년부터 고속증식로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속증식로 계획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우라늄 가격이 한층 비싸져야 한다. 행여 일본이 고속증식로의 ‘꿈’을 실현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고속증식로를 통해 발생한 플루토늄 239가 암거래 시장에서 대량 유통될 것이 뻔한데, 플루토늄 239는 그 어떤 것보다 핵폭탄을 만들기 쉬운 물질이다. 일본의 ‘꿈’은 곧 세계의 악몽이 되는 셈이다.

    한계에 다다른 핵폐기물 처리장

    일본이 재처리공장 가동을 서두르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전국 핵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이 조만간 한계점에 도달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4년 말 현재 전국 저장량 합계는 약 1만1000t에 달한다. 저장가능용량은 약 1만7000t. 몇 년 안에 가득 찰 곳이 차례차례 생긴다. 그래서 로카쇼 재처리공장 옆에 지은 3000t 규모의 반입 저장수조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 수조의 누적 반입량은 이미 지난 3월말 1300t에 이르렀다. 이것도 몇 년이면 가득 찬다. 그래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로 돌리고 이 수조에 공간을 만들려는 것이다.

    일본 전역에 있는 53기 핵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은 연간 약 1000t이고, 2010년에는 연간 110t톤이 되리라 추정된다. 재처리공장을 풀가동해도 연간 처리능력은 800t에 불과하다. 어쨌든 원자로 운전을 계속하려면 발전소 부지나 부지 밖에 사용후 핵연료를 중간저장할 수밖에 없다.

    아오모리현 무쓰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1997년 도쿄전력 등의 중간저장 시설(약 5000t분)을 만들 계획을 내놓았다. 현 각의가 2010년까지 중간저장소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 그러자 처음부터 중간저장 계획을 추진하면 재처리공장을 가동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아오모리현 지사는 재처리를 하지 않으면 로카쇼공장 수조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각 핵발전소에 돌려보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산업회의는 ‘재처리는 왜 필요한가? -핵연료 리사이클에 관한 민간 포지션’(2004년 11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로카쇼 재처리공장의 운전이 중지 혹은 일시 정지될 경우 일본 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침이 바뀌게 되고 그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일본원연은 아오모리현과 ‘재처리 사업의 확실한 실시가 현저하게 곤란해졌을 경우엔 사용후 핵연료 시설 등의 반출 등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기로 한다’는 각서를 맺었다. 이 공장이 가동하지 않을 경우 큰 혼란이 온다.”

    핵 쓰레기장으로 변할 아오모리현

    아오모리현의 주장은 요컨대 로카쇼를 단순한 쓰레기 투기장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이 재처리 강행론의 배경이다. 그러나 재처리를 하면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성 폐수나 그것을 굳힌 유리고화체 따위로 형태만 바꾼 것일 뿐 핵 쓰레기가 로카쇼에 남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같은 핵 쓰레기라면 용기를 부숴 내용물을 비워내거나 하지 않고 살그머니 그대로 보관하는 게 낫다. 재처리하면 공장 자체가 방사능으로 오염돼 거대한 쓰레기로 변할 게 뻔하다. 유리고화체는 로카쇼에 40~50년 둔 후 머지않아 땅속 300m 이상의 깊은 곳에 만들 최종처분장에 보내게 돼 있지만, 그 자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소만 있으면 원래 사용후 핵연료를 그대로 가져다 ‘직접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미 각국은 이 직접처분법을 채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처리는 처분장 문제를 잠시 뒤로 미루는 데는 도움이 돼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원래 해외 위탁이라는 방법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한때 해외에 맡긴 것이 지연책의 한 방법이었다.

    로카쇼 ‘핵연료 사이클 시설’에는 재처리공장 외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관리센터(이하 고준위 센터)와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매설센터(저준위 센터)도 있다. 고준위 센터는 해외에 재처리를 위탁해 발생한 고준위 폐기물인 유리고화체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프랑스가 1995년 이후 일본으로 유리고화체를 반환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2200통을 보내올 예정이다. 이것들을 40~50년간 저장한 뒤 최종 처분장으로 보내야 한다.

    사라진 플루토늄의 공포

    저준위 센터는 전국의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저준위 폐기물을 매립 처분하는 곳이다. 재처리하면 고준위폐기물 외에 초우라늄(TRU) 핵종에 오염된 저준위폐기물이 다량 나온다. 이것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일반 저준위폐기물과 같이 간단하게 매립 처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는 이것을 유리고화체로 만들어 일본에 반환하겠다고 하고, 영국은 같은 세기의 방사능을 가진 고준위 폐기물 유리고화체를 등가교환 형태로 보내겠다는 방침이다. 이것도 로카쇼에 일시 저장될 계획이지만 최종 처분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재처리공장에서 발생하는 TRU 폐기물도 로카쇼에 일시 저장된다. 재처리공장을 가동해도 로카쇼의 핵 쓰레기 투기장 상태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나빠질 뿐이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발생할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로카쇼에서는 연간 800t의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해 약 8t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중간에 잃어버리는 양을 감안해 플루토늄 8kg이면 원폭 1개를 만들 수 있다는 기준을 정했다. 로카쇼의 경우 풀가동하면 매년 원폭 1000개 이상을 가공할 수 있는 플루토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국 MIT 마빈 밀러 교수는 이런 대규모 공장에서는 계량 관리에 있어 1% 정도의 오차발생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연간 10개분 정도의 플루토늄이 없어지는지 어떤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카이 재처리시설에서 플루토늄이 행방불명된 사태는 밀러 교수의 설명을 뒷받침해준다. 북한의 NPT탈퇴 소동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3년 1월1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1977년 조업개시부터 2002년 9월말까지 이 시설에서 누계 206kg의 플루토늄이 계산상 행방불명됐다고 발표했다. 총 1003t의 사용후 핵연료가 처리돼 6.9t의 플루토늄이 회수됐는데, 이 과정에서 시설에 투입된 양과 회수된 양 사이에 그만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원래 시설에 투입된 양이란 핵발전소의 출력과 기간을 고려해 계산한 숫자니까 처음부터 모호함이 따른다. 그리고 연료봉을 절단하고 녹여 용액으로 만들 때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고 전체가 이만큼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작업의 연속이다. 따라서 206kg이 행방불명이라는 것은 실제로 없어졌는지 계산상으로만 발생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최종적으로 같은 해 4월1일 문부과학성은 “계산 불일치는 59kg일 뿐”이라고 발표했다. 나머지 147kg은 연료 피복관 부착, 플루토늄 241의 붕괴에 따른 ‘핵적 손모(손실)’, 용해 슬러지 등의 일부로 고준위 방사성 폐수저장조에 유입 등의 이유로 줄었다는 것이다. 문부과학성은 “작업 결과에 근거한 수정 후 누적 SDR(수불간) 차이(59kg, 처리 플루토늄 전량의 약 0.9%)는 관련된 측정이나 계산 오차에 비추어 타당한 값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1% 정도 오차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1994년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될 즈음 밝혀진 또 하나의 플루토늄 행방불명 사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해 5월4일 미국 핵관리연구소가 당시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도카이무라 플루토늄 제3개발실(PFPF)에서 투입량과 추출량 사이에 70kg의 차이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시설은 1988년 10월 조업을 개시해 고속증식로 ‘몬쥬’ 등의 연료봉을 만들었다. 계측 결과 10~15%(7∼10.5kg)의 오차가 있었는데, 이는 원폭 1개분에 해당한다. 그뒤 클린업을 시도했지만 결국 10kg 정도는 회수하지 못했다.

    엘바라데이의 ‘5년간 모라토리엄’ 제안

    일본에서는 핵발전소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출하는 ‘원자로급’ 플루토늄으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국제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이론이 정설이다. 2001년 일본의 원자력백서에는 “원자로급 플루토늄으로는 고도의 기술을 가졌다 해도 극히 성능이 나쁜 폭탄 밖에 만들지 못하고 핵무기에는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돼 있다.

    ‘성능이 나쁜 폭탄’이란 TNT 폭약 1kt 정도의 폭발을 일으킨다.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5분의 1정도 위력으로, 파괴 면적은 히로시마 원폭 당시의 3분의 1정도다. 폭탄축약 기술이 높으면 ‘원자로급’ 플루토늄도 병기급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1990년 당시 한스 브릭스 IAEA 사무총장은 “원자로급 플루토늄도 핵폭발 장치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핵무장 계획이 없다고 해도 문제가 없어지진 않는다. 로카쇼와 같은 시설이 세계 각지에 세워지면 핵 확산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이란이나 북한은 재처리시설이나 우라늄농축 시설을 은밀히 건설해서 가동하려 했기에 문제가 됐지만, 공식 선언을 하고 만들면 반대할 근거가 없다. 암시장에서 원폭재료 생산기술을 손에 넣기는 쉽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나라도 공공연히 농축이나 재처리 시설을 세울 수 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NPT 재평가회의에서 “우라늄농축 및 재처리시설 건설을 5년간 유예(moratorium)하고 그동안 규제방법을 논의하자”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로카쇼가 그 대상인지 아닌지는 논의 중이다. 중요한 것은 원자력 추진을 기본목적으로 하는 기관의 사무총장조차 이런 기술의 보급을 ‘핵확산금지 체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부르며 건설 동결을 호소할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카네기 평화재단의 핵 확산문제 전문가들은 3월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플루토늄 축적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매우 큰 위협이며, 안전보장상 다른 모든 것에 우선되는 명제여야 한다”며 고농축 우라늄 제조금지와 플루토늄의 일시 제조정지를 호소했다. 분리를 끝낸 전세계 민생용 플루토늄은 2003년 말 현재 235t에 달한다. 지금까지 핵무기용으로 생산한 플루토늄 약 250t(이 중 잉여라고 선언한 것이 100t)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알 수 있다. 군용 잉여분과 민생용을 합한 합계 약 330t의 처분이 핵 확산 방지를 위한 시급한 과제다.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5월2일 NPT 재평가회의 개회 인사말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라는 연료 사이클에서 가장 기밀한 부분을 수십개국이 개발해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면 핵 확산방지 체제는 유지할 수 없다. 한 나라가 그런 길로 나아가면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온갖 리스크-핵사고, 핵의 위법 거래, 테러리스트에 의한 사용, 국가에 의한 사용-가 높아진다.”

    한국은 일본 향해 반핵 외쳐라

    현재 상업용 재처리공장은 핵보유국(영국·프랑스·러시아·인도)에만 있다. 비핵보유국 중에는 일본 도카이무라 파일럿 공장이 유일하다. 이들 국가 중 독일과 일본 고객을 잃게 될 영국 재처리공장은 수년 안에 운전이 중지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카쇼 재처리공장의 운전 개시 여부가 논란이 됐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현재 40t 이상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일본이 로카쇼 재처리공장을 서둘러 가동해야 할 정당한 이유는 없다. 일본은 자발적으로 운전 개시를 연기해 핵 확산방지 노력의 선두에 서야 한다.

    5월5일 NPT 재평가회의 개막에 맞춰 미국 NGO ‘우려하는 과학자 동맹(UCS)’은 로카쇼 재처리공장 가동을 무기한 연기할 것을 일본에 요청했다. 이 단체가 4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국 전문가 등 27명에게 서명을 받은 요청서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로카쇼 공장은 핵무기 비보유국 최초의 재처리공장이기 때문에 계획대로 운전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란이나 북한을 포함한-이 재처리시설이나 농축시설을 만드는 것을 단념시키려는 국제적 노력에 폐해가 된다.”

    이 단체는 이어 재평가회의 폐막을 앞둔 5월24일, 핵 비확산 체제강화에 일본의 리더십을 요구하며 ‘로카쇼 재처리공장 운전 무기한 연기 요청’이라는 제목의 요청서를 발표했다. 이 요청서에는 일본의 평화데모와 피스보트, 미국의 ‘피스 액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의사모임(PSR)’ ‘군비관리협회(ACA)’ 대표와 세계 각국 평화단체의 대표자 등 약 180인이 서명했다.

    이런 목소리에 일본정부나 원자력업계는 귀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졸렬한 정책임을 알고도 제지하지 못하는 일본의 시민사회에 한국의 목소리를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동북아시아에서 로카쇼 플루토늄 분리 개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한은 1992년 1월21일 조인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남과 북은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그후 IAEA 사찰 결과 북한은 재처리공장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고, 2002년부터는 우라늄농축 시설개발 의혹을 받고 있지만, 최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열리고 있다. 관련 국가 중 최소한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비핵화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제2의 핵시대 막을 수 있나

    그렇다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한국과 북한에서 왜 일본에만 재처리를 용납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것이 뻔하다. 그것은 또다시 남북한 긴장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또한 일본의 플루토늄 정책 뒤에 핵무장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남북한이나 중국, 대만 등 주변 국가의 핵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6월16일자 ‘아시아 전체에서 반핵 감정 쇠퇴’라는 제목의 기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한국에 대해 마음 졸이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 산하 연구소의 과학자가 아주 소량의 우라늄을 2000년에 농축했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지난해 여름 시인하면서부터다. 농축과정은 원자로용과 핵무기용의 모든 재료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실험은 허가된 것이 아니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건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 야나세 타다오 원자력정책과장은 ‘로카쇼와 같이 본격적인 재처리공장의 가동을 원하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과거에 이런 일이 있던 나라를 쉽게 신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카쇼 재처리공장 가동은 제2의 핵시대-대규모 핵 확산 시대-를 열 우려가 있다. 한일 평화운동의 연대로 과연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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