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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떠나는 중국여행 ②

북경 자전거(十七歲的單車)

밟히고 채여도 못 떠나는 아웃사이더의 고단한 삶

  •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북경 자전거(十七歲的單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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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다 보면 골목 깊숙한 곳의 전통가옥과 중국인들의 감춰진 행동철학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2002년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영화 ‘북경 자전거’는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중국사회의 이중적인 모습을 자전거를 매개로 보여준다. 오늘도 도시 정착을 꿈꾸는 가난한 시골 소년이 자전거를 갖기 위해 베이징의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을 것이다.
북경 자전거(十七歲的單車)

자전거를 공유하게 된 동갑내기 도시 소년과 시골 소년의 대조적인 삶을 보여주는 영화 \'북경 자전거\'.

영화 ‘북경 자전거(十七歲的單車)’를 찍은 베이징의 옛날 골목을 찾아가려고 베이징 사범대학 숙소에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운전사가 쓱 훑어보더니 단번에 “한국인이지요?” 하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한국사람이 왜 한국 택시를 안 타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요즘 한국사람들은 빈 택시가 와도 타지 않고 기다렸다가 한국 차인 ‘엘란트라’ 택시만 골라 탄다고 덧붙인다. 한국인은 애국심이 대단하다고, 중국인이 배워야 할 점이라며 치켜세우기까지 한다.

베이징시는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까지 베이징 택시를 전부 중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그 사업에 ‘베이징 현대자동차’가 주사업자로 참여하면서 ‘엘란트라’란 이름을 단 ‘아반테XD’가 베이징 시내를 누비기 시작했다. 한국 자동차가 베이징 시내를 휩쓸고 다니자 한국 자동차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중국에선 요즘 ‘마이카 붐’이 일고 있다. 마이카 붐 속에서 베이징 현대는 중국 진출 2년 만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하여 중국에 먼저 진출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중국 특정 도시명을 회사 이름 앞에 붙여 쓴다. 상하이 폴크스바겐, 광둥 혼다가 그 예다. 폴크스바겐은 상하이에, 혼다는 광둥에 지사를 뒀다. 대도시 가운데 수도 베이징만 한동안 자동차 합작회사가 없었다. 이 공백을 현대자동차가 파고든 것이다. 다른 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대개 자국에서 유행이 지난 낡은 모델을 중국에 가져왔지만, 현대는 한국의 최신 모델을 중국에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

체면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중국인

중국인은 체면을 목숨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마케팅을 하거나 중국인 직원들을 관리할 때 중국인의 체면과 자존심을 존중하는 마케팅과 인사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점에서 베이징 현대의 성공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자기 나라에서 유행이 지나고 한물 간 모델을 가져다가 팔아도 된다는, 중국인을 얕보는 사고방식을 깨뜨린 것이다. 중국인의 체면과 자존심을 세워 주면서 중국인이 세계의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첫째 비결이다.

한국인과 접촉이 잦아지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기회가 늘면서 중국인의 눈썰미가 좋아졌다. 택시를 타자마자 한국인임을 알아본 그 택시기사처럼, 중국인들은 대부분 단번에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을 구별한다.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던 1992년 겨울, 베이징 사범대학으로 유학을 와서 학교 옆 시장에서 달걀을 살 때의 일이다. 중국에서는 군고구마, 수박, 달걀을 모두 저울에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매긴다. 달걀 한 근(500g)을 사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할아버지가 “한국이 어느 성(省)이지?” 하고 되묻는다. 난감해하며 “남조선”이라고 고쳐 말하자 할아버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냉전으로 교류가 단절된 반세기 동안, 한국인에게 중국은 ‘중공’이었고, 중국인에게 한국은 ‘남조선’이었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이 다시 만난 지 10년이 넘으면서 이제 중국인에게 한국은 ‘남조선’이 아닌 ‘한국’으로 또렷하게 자리잡았다. 중국인에게 남조선은 미국에 대항하여 북조선을 돕기 위해 벌였던 전쟁, 즉 중국인들이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라 부르는, 6·25 전쟁 때의 적국이자 미국의 식민지였다. 그런데 한국이 그러한 남조선의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다. 한류(韓流)가 유행하면서 중국의 대표적 시사 주간지 가운데 하나인 ‘싼렌성훠(三聯生活)’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나타난 중국인이 본 한국 이미지는 이렇다.

① 가족: 한국 드라마의 가족 중시. 남성 중심② 애정: 돈, 권력과 같은 세속적 가치보다 순수한 애정 중시③ 예절: 타인 배려, 겸손, 양보④ 몸: 헬스, 수영, 에어로빅을 통한 몸과 건강 중시⑤ 오락문화: 음주, 가무, 노래방, 가라오케 가요: 창조 정신과 자유 욕망 춤: 역동적⑥ 소비문화: 자가용, 휴대전화, 가전제품⑦ 음식: 불고기, 김치, 비빔밥, 냉면⑧ 패션: 옷, 신발, 가방, 액세서리, 화장⑨ 주택: 현대적 공간⑩ 민족성: 강인함⑪ 역사: 외세의 침략과 저항의 역사⑫ 유교: 교육, 질서, 조상숭배⑬ 한국정신: 강인성+창조력+집단성+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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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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