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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인정받은 버마 민주화운동가 8인의 꿈

“한국의 민주화 역사는 버마 국민의 희망입니다”

  • 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 사진·지재만 기자

‘난민’ 인정받은 버마 민주화운동가 8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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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차선 도로 위에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군인이 한 사내의 목덜미를 나꿔채 후미진 곳으로 끌고 간다. 눈에 익은, 5·18민주화운동 사진 한 컷이다. 그 험난한 시절을 거쳐서야 한국의 민주주의는 비로소 ‘일상’이 됐고 민주화운동은 ‘과거사’로 남았다. 그러나 멀지 않은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그 흑백사진은 여전히 현실이고 일상이다. ‘그분’의 이름을 말한 죄로 사람들은 어디론가 끌려가고, 항의하는 이들은 손발이 묶이거나 머나먼 땅으로 망명을 떠난다. 그 일부가 서울 하늘 아래 둥지를 틀고 한국민과 정부에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난민’ 인정받은 버마 민주화운동가 8인의 꿈
“해방을 위해 싸움이 있다! 자유를 위해 투쟁하자!”

“대학살 범죄자, 살인자 군사독재를 타도하자!”

칼바람에 뺨 실핏줄이 터질 것만 같은 2월 어느 날, 한 청년이 뜻 모를 외국 글자와 한글이 섞인 피켓을 들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서 있다. 청년의 신분은 한국으로 망명한 미얀마 민주화운동가.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버마민족민주동맹(NLD)’의 한국지부 회원들은 이렇게 매주 목요일 번갈아 1인 시위를 벌인다.

2월4일 각 신문에는 작은 상자기사가 실렸다. 미얀마 민주화운동가 8명이 대한민국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난민인정 불허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는 소식이다. 킨 마웅 윈(40), 마웅 예 윈 라(37), 쪼 모 르윈(34), 쪼 쪼 르윈(34), 마웅저(37), 마웅 저 모 아웅(31), 마웅 마웅 소(31), 툰 툰 윈(30)씨가 그들이다. 짧지 않은 소송기간, ‘망명 민주화운동가’라는 이들의 신분은 행간에 많은 사연이 숨어 있음을 짐작케 했다.

2월8일 그 가운데 한 사람인 마웅저씨를 만나기 위해 성북구 삼선동에 있는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을 찾았다. 그는 2년여 전부터 이 단체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명함을 교환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질문이 날아온다.

“어떤 방향으로 기사 주제를 정했습니까? 인권인가요, 난민인가요, 아니면 버마의 상황인가요?”

예상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도 놀랍지만, 기자를 대하는 ‘전문가적인’ 품도 의외다. 기자의 뜨악한 반응을 눈치챘는지 “그간 한국에서 버마 상황을 알리느라 여러 시민단체와 언론을 접하다 보니…”라며 웃어 보인다. “미얀마 얘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그는 “미얀마가 아니라 버마”라고 정정한다. 그를 비롯한 망명 운동가들이 미얀마라는 국호(國號)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1989년 집권한 군부독재정권이 버마라는 옛 국호를 버리고 미얀마로 바꿨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버마라는 이름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버마에는 130여 개의 소수 민족이 있지요. ‘버마’나 ‘미얀마’는 그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다수 민족의 이름입니다. 민족 가운데 하나의 이름을 국호로 쓴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지요. 민주화가 되면 모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새 국호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범생에서 ‘요주의 인물’로

마웅저씨가 한국에 온 것은 1994년 말. 버마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의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겠다는 꿈을 안고 수도 양곤에서 유학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러나 한 찻집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 그의 평범한 삶을 바꿔놓았다.

“음악이 좋은 낭만적인 찻집이었지요. 다른 테이블에 있던 친구들과 싸움이 벌어졌어요. 서로 자기가 신청한 곡을 먼저 틀어야 한다는 거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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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 사진·지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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