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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 원류 탐험기 ④

‘프런티어 맨’, 대니얼 분 신화의 무대 컴벌랜드 갭

숱한 문명의 행렬 거쳐간 서부 개척의 관문

  • 신문수 서울대 교수·미국문학 mshin@snu.ac.kr

‘프런티어 맨’, 대니얼 분 신화의 무대 컴벌랜드 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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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뿌리를 유럽이 아닌 초기 이주자의 정착 과정에서 찾은 ‘터너 명제’. 미국인들은 터너 명제를 통해 정체성과 신문명 개척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다. 서부로 통하는 유일한 관문이었던 컴벌랜드 갭에서 개척의 상징 대니얼 분을 만났다.
‘프런티어 맨’, 대니얼 분 신화의 무대 컴벌랜드 갭

이주자를 컴벌랜드 갭으로 인도하는 대니얼 분 (George C. Bingham, 1851~52).

미국만큼 자국의 정체성 규명에 관심을 기울여온 사회가 또 있을까. 미국 독립을 목전에 두고 프랑스 출신의 미국인 크레브쾨르는 ‘미국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전범적인 예일 뿐이다. 국민 정체성의 문제는 이미 청교도시대부터 미국인을 사로잡은 중요한 관심사였다.

조국을 떠나 낯선 이방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주자들과 그 후손에게 ‘우리는 누구이고,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방향은 어디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정녕 절박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으리라. 그러기에 D. H. 로렌스는 일찍이 미국 고전문학을 논하면서 미국적 혼의 본질이란 문제 앞에서 사랑이니, 민주주의니, 욕정이니 하는 따위는 실로 군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이 미국의 정체성에 관해 논의해왔으나, 그중에서도 이른바 ‘터너 명제’만큼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된 것도 드물다.

미국 주체성 선언한 ‘터너 명제’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기념하는 미국 역사학 대회에서 위스콘신 출신의 젊은 역사학자 프레드릭 잭슨 터너(Frederick Jackson Turner)는 미국의 독특한 사회적 관습의 형성 및 미국적 성격 정립에 미국인들의 프런티어 체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터너 명제로 약칭된 이 주장이 왜 그처럼 큰 주목의 대상이 되었는가. 한마디로 미국 정신의 본질은 미국의 토착적인 체험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체적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터너 이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의 뿌리가 유럽에 있다고 보고 미국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유럽의 전통과 연관시켜 설명하곤 했다. 가령 미국 예외주의의 근거로 흔히 거론되는 미국 민주주의만 해도 루소와 로크의 계몽주의 정치사상이나 옛 튜턴의 부족적 전통에서 싹텄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터너는 프런티어에서 민주적 평등 체험-곧, 신분과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의 확인-이 더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터너는 프런티어를 한마디로 ‘문명과 야만의 교차점’이라고 정의하고, 미국사는 이 프런티어가 이동해가는 역사, 다시 말해 미개지를 정복해가는 문명의 전진사라고 요약했다.

터너에게 문명의 전진은 단순한 기존 문명의 이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옮겨진 문명은 새로운 환경에 직면해 변모하고 끊임없는 쇄신의 과정을 겪는다. 이른바 미국적 성격이란 야만에 반응하며 문명이 겪어온 이 변용의 드라마가 길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터너는 이렇게 형성된 미국인의 독특한 자질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거칠고 강하면서도 예리하고 탐구심이 많은 성격, 재빠르게 편법을 찾는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성향, 예술적 감각은 결여되어 있지만 원대한 목표를 실현할 만큼 굳세면서 또한 구체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힘, 지칠 줄 모르는 활력, 좋은 결과는 물론 나쁜 결과도 낳을 수 있는 개인주의, 자유를 향유함으로써 발양되는 쾌활하고 여유 있는 성격.’

프런티어의 西進

그러면 프런티어는 어떻게 전진해갔는가. 초기의 정착민들에게 프런티어는 대서양 연안의 강줄기에서 뱃길을 차단하며 떨어지는 폭포였다. 18세기 초에 이르면 프런티어는 이 폭포선을 넘어 애팔래치아 산맥으로 이동한다. 독립혁명 직전인 1763년 런던의 본국 정부가, 사람들이 애팔래치아 산맥 너머로 이주하는 것을 금하는 칙령을 반포한 바 있지만, 독립과 더불어 프런티어는 이내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서 마침내 서부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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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수 서울대 교수·미국문학 msh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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