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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의 ‘한미 FTA 기대 효과 보고서’ 부실 논란

국내 생산 없는 픽업트럭이 ‘대미수출 유망종목’,가장 기대되는 수혜업종은 양말 산업?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재경부의 ‘한미 FTA 기대 효과 보고서’ 부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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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걸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 한미 FTA를 홍보하는 정부 실무자가,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고 내뱉은 말이다. 갑작스럽게 준비한 탓일까. 자료엔 숫자만 어지럽게 나열돼 있을 뿐 설득력 있는 내용을 찾기 힘들다. 황당한 주장도 있고, 하나마나한 소리도 있으며, 어설픈 분석도 눈에 거슬린다. 결국 ‘국민이 알아서 변화에 대처하라’는 뜻일까.
재경부의 ‘한미 FTA 기대 효과 보고서’ 부실 논란
문지방을 낮춰 이웃들이 편하게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냥 놀러오는 것이면 몰라도 이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장사를 하는 것이라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이를 추진하는 가장(家長)이라면 집안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경험 많은 집사에게 이해득실을 따져보라고 해야 한다. 함께 살 이웃의 행태 분석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이들을 보고 배울 후세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양자간 무역장벽을 철폐하자는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런 점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처럼 개방에 반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한국경제가 세계의 개방 추세 덕에 발전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러나 정부는 FTA 체결 뒤의 충격과 효과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오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아야 준비할 게 아닌가.

최근 국정홍보처 직원들로부터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재정경제부가 제공한 ‘한미 FTA 기대효과’라는 16쪽짜리 보고서를 두고 불만이 많았다. 이 보고서는 대국민 홍보를 위해 거시경제 효과, 업종별·품목별 기대효과, 농축수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그리고 서비스업의 생산성 제고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정홍보처 직원들은 이런 자료를 들고서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불친절한 보고서

우선 재경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인용하면서 무역수지 효과를 모호하게 언급했다. ‘1% 생산성 증대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모델’과 ‘1% 생산성 증대효과를 고려한 모델’, 그리고 ‘중력모형’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중 중력모델은 과거의 추세를 기계적으로 반영한 것이어서 미래 예측에 참고가 될뿐이다.

생산성 증대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모델은 ‘제조업 전면 개방+농산물 80% 개방+서비스 교역장벽 20% 감축’의 세 가지 변수를 고려해 대미 무역수지가 51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신(新) 분석’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제시한 생산성 증대효과 고려 모델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47억달러 감소하고, 생산은 56조7000억원 증가한다. 또 5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무역수지 감소폭은 줄고, 생산과 고용은 대폭 증가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지낸 한 경제학자는 “1% 생산성 증대라는 조건을 넣은 모델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효과분석을 할 때는 외부충격(FTA 체결)에 따른 영향을 연도별, 산업별로 상세하게 기술하는데, 이 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이런 분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작” vs “가정을 달리했을 뿐”

이것과 대조되는 보고서가 있다. 2004년 호주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 앨런 컨설팅 그룹에서 분석한 120쪽짜리 효과분석 보고서인데,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연도별, 분야별(소비·고용·투자) 충격을 예상해놓았다. FTA 발효 직후, 3년 동안 상승했다가 이후 급격하게 하락(고용·투자 부문)하거나, 반대로 점차 상승(소비 부문)하는 추세를 그래프로 자세히 표시했다.

이 컨설팅 그룹은 FTA 효과에 대해 세 가지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으며, 체결 이후 뉴질랜드, 중국, 일본, 한국, 아세안 6개국, 미국, 유럽 등으로부터 받게 될 영향까지 예측했다. 또한 FTA 체결 이후 호주 내 각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38개 산업분야는 어떤 충격을 받을지 지도를 제시하며 친절하게 분석했다.

재경부 보고서가 인용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대미 무역수지 예상치는 조작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최근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무역흑자 감소 예상치가 당초 73억달러에서 47억달러로 둔갑했다”며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 조작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이 제시한 보고서 원문에는 대미 무역수지가 73억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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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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