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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떠나는 중국여행 ⑩

‘황비홍(黃飛鴻)’

천당이냐 지옥이냐, 대륙이 풀지 못한 100년 묵은 과제

  •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황비홍(黃飛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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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커(徐克) 감독이 연출하고, 리렌제(李連杰)가 주연을 맡은 영화 ‘황비홍’은 단순한 오락 무술 영화가 아니다. 중국에서 최초로 서구에 문을 연 광저우를 배경으로 19세기말 위협적으로 밀려드는 서구 문명과 중국 전통문화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곤혹스러워하는 중국 민중의 삶을 담고 있다. 한 세기를 넘어 1990년대 초 미국에 대한 중국인의 모순된 감정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황비홍(黃飛鴻)’

음식문화가 발달한 광저우 시내의 먹자골목.

광둥성의 성도(城都), 광저우 하면 역시 음식이다. 그래서 “먹는 것은 광저우에서(食在廣州)”라는 말도 있다. 중국인이 워낙 먹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중국인의 종교는 ‘식교(食敎)’라고 보는 편이 옳다고 하면, 식교의 가장 열렬한 교도가 바로 광둥 사람이다. 중국인 가운데 광둥 사람의 위가 가장 크다고 얘기한다. 날아다니는 것 중에서는 비행기만 빼고, 네 발 달린 것 중에서는 책상만 빼고 다 먹는다는 이야기는 바로 광둥 사람을 두고 한 말이다. 뱀, 고양이, 원숭이, 쥐, 지네, 박쥐까지 죄다 먹는다.

뱀요리는 광둥 사람이 2000년 전부터 먹어온 광둥의 대표 음식이다. 뱀을 그렇게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 이는 세계에서 광둥 사람이 유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먹어본 중국요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광둥요리집에서 먹은 뱀요리다. 닭고기로 국물을 낸 탕이라고 생각하고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뱀 국물이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먹지 않았을 테지만 여하간 맛은 일품이었다. 뱀요리라는 걸 모른 채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을 정도다.

광둥 사람은 ‘음식이 가장 좋은 보약’이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 기이한 재료로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고 보신(補身)한다. 차를 마실 때도 다양한 보약재를 우려낸 ‘량차(凉茶)’를 마신다. 광둥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얌차’ 습관이다. 광둥 사람은 찻집에서 차에 곁들여 죽이나 딤섬을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한다. 광둥의 죽은 종류가 다양하고 맛이 일품이다.

광둥요리는 중국요리 중에서 외국인이 즐기기에 가장 좋다. 음식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더욱이 해외 화교 가운데 광둥 출신이 가장 많아서 광둥요리 역시 세계로 퍼져 나갔다. 오늘날 중국요리가 세계에 널리 알려진 것은 모두 광둥요리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것은 내 것, 네 것도 내 것’

‘황비홍(黃飛鴻)’

1991년 쉬커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황비홍’

광저우는 중국 제일의 부자 도시다. 2005년 중국 도시 거주 인구 1인당 연평균 소득을 조사한 결과 광저우 사람의 소득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저우 사람은 기질적으로 부자일 수밖에 없다. 우선 광저우 사람은 돈 버는 것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돈 버는 수완이 뛰어나고, 돈 버는 것, 부자가 되는 것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숫자는 8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는 3이나 9다. 그런데 돈 좋아하고 부자가 인생의 꿈인 광저우 사람들이 8을 제일 좋은 숫자로 바꾸어버렸다. 8의 광둥어 발음이 ‘돈을 벌다(發財)’라고 할 때 ‘발(發)’의 발음과 같아서 8을 부(富)를 가져다주는 숫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화번호, 차번호에 8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고, 건물을 지을 때 층계 수를 8개로 할 정도다. 광둥인의 이러한 숫자 관념이 차츰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가 지금은 모든 중국인이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게 됐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사람의 경제관념을 비교한 이런 농담이 있다. 베이징 사람에게는 ‘내 것이 네 것이고, 네 것이 내 것이다.’ 곧 내 것 네 것 구분이 없는 것이다. 상하이 사람에게는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은 네 것이다.’ 내 것 네 것 구분이 확실하다. 반면 광저우 사람에게는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다.’ 광저우 사람은 이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이야기다.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고 부자를 부러워하는 것이 광저우의 전통이고, 광저우 사람의 천성이다.

베이징 사람이 논쟁을 좋아하고, 어떤 일의 동기를 따진다면 광저우 사람은 논쟁보다 현실을, 동기보다는 일의 결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인은 기본적으로 경험주의자다. 어떤 일을 할 때 먼저 돌을 던져보고 그 반응이 어떤지 확인한 뒤에 실행할지 말지를 정한다. 중국 정부가 광저우 일대를 경제특구로 만들어 시장경제 도입을 실험한 것도 먼저 돌을 던져 갈 길을 묻는(投石問路) 중국인의 삶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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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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